'우한폐렴' 나는 아닐 거야
'우한폐렴' 나는 아닐 거야
  • 시민의소리
  • 승인 2020.02.10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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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잔기침이 나왔다. 기분이 좋지 않다. 몸도 무기력증에 빠진 것처럼 축 늘어진다. 이게 뭐지? 가만히 몸 상태를 점검해보니 약한 두통도 감지된다. 이마를 짚어보니 열은 없다. 기침이 연거푸 나온다. 가래를 뱉어보려 하나 목이 칼칼할 뿐. 덜컥 겁이 난다.

요 며칠 동안의 내 동선을 복기한다. 그저께 마트에 가서 미나리 한 묶음과 두부 한 모를 사 왔다. 마트에서는 일부러 카트를 사용하지 않았고 사람들과 떨어져 있으려고 신경을 썼다. 어제 점심때는 후배 기자의 차를 타고 가서 함께 점심으로 메밀 칼국수를 먹었다. 그리고 편의점에 가서 저지방 우유 한 팩을 사왔다.

식사를 하는 시간 말고는 마스크를 했다. 엘리베이터 버튼은 종이를 대고 눌렀다. 그날 내가 가까운 거리에서 접촉한 사람 수를 헤아려보니 일곱 명 정도다.

그 후로는 줄곧 집에서 지냈다. 신경을 써서 그런지 자꾸 기침이 터져 나온다. 일단 미지근한 물에 소금을 타서 두어 번 가글을 한다. 그래도 목이 간질간질하다. 번뜩 대책이 생각났다. 이럴 때 흔히 하는 나만의 민간요법이다.

물을 80도쯤 끓여서 작은 유리 물병에 팔할쯤 되게 붓는다. 침대에 반듯이 드러누워 목에 얇은 손수건을 미리 둘러놓는다. 뜨거운 물병 바닥을 조심스레 목울대 밑의 삼각점에 댄다. 자칫 화상을 입을 수 있으므로 손수건 두께를 잘 조절한다.

그대로 몸을 꼼짝 않고 한 20분쯤 지난다. 물이 식어가는 중간 10분쯤 후에 손수건을 치우고 맨살에 물병을 댄다. 뜨뜻하다싶은 정도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삼각점 주변 목살에 벌건 화기가 번져 있다. 댄 데가 없는지 살펴본다. 괜찮다. 거짓말처럼 기침이 멈추고 목도 간지럽지 않다. 한번 이 요법을 실시한 후에도 기침이 나온다면 나는 한번 더 실시한다.

전에는 이 요법을 잘못해 뜨거워도 참다 보니 약한 화상을 입고 목 피부에 물집이 생긴 적이 있다. 그 뒤로는 너무 뜨겁지 않다고 느낄 정도로만 했다.

어쨌든 이렇게 해서 우한 신종 코로나 때문에 긴장 상태에 있던 나를 구출했다. 이 요법은 겨울에 내가 갑자기 찬바람을 쐬고 난 후 기침이 나올 때나 감기 기운이 있어 기침이 나올라치면 초장에 잘 쓰는 방법이다. 배앓이를 할 때 배를 따뜻하게 해주는 거나 비슷한 요법인 셈이다.

대개 감기나 독감은 바이러스가 목에 들어와 1차로 목에 진지를 구축한다. 여기서 바이러스가 세력을 불린 다음 기관지를 공격하고 그 다음엔 목적지인 폐를 침략한다. 우한 폐렴을 일으키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도 일단 사람의 목에 진지를 만들어 힘을 보강한 다음 폐로 내려가서 일을 저지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목에 진지를 구축할 때 이 ‘뜨거운 물병 요법’이 효과가 있을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내 개인 요법일 뿐 타인에게 권할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두어야겠다. 뜨거운 물병이라서 자칫 화상 염려도 있고.

어린 아이들은 아직 목이 발달하지 않아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목에 진지를 마련할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신종 코로나에 잘 걸리지도 않고 걸렸다 해도 쉽게 낫는다고 한다.

이번에 유행되고 있는 우한 폐렴은 복통, 두통, 설사, 기침, 무력감 같은 다양한 모습으로 표정을 바꾸어 증상이 나타난다. 때문에 사람은 처음에 자기가 우한 폐렴에 걸렸는지 알 수 없고 그저 감기인가보다 한다.

일반 병원에서도 진단하기 쉽지 않다. 되게 까탈스럽고 고약한 병이다. 중국에서 병원에 온 한 사람의 복통 환자를 치료하다가 열세 명의 의료진이 우한 폐렴에 감염되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우한 신종 코로나가 치사율이 사스나 메르스보다 훨씬 낮다며, “나는 아닐 거야” 하는 모습들인데 내 견해는 다르다. 감염이 너무나 빨라서 15초 동안 감염자와 대화를 나누어도 전염이 된 사례가 있을 정도로 우리가 조심해야 할 병이다.

우한 폐렴은 중국의 경우 사망자의 80퍼센트 이상이 60, 70대의 시니어들이다. 나이가 든 사람들은 고혈압, 당뇨, 천식 같은 기저병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경우에 우한 폐렴은 득세한다.

실제로 중국발 뉴스를 보면 낮은 치사율과는 별도로 사망자수가 워낙 많다. 벌써 1천여 명이 넘었다. 몇 사람이 걸려서 몇 사람이 사망하는 치사율이 문제가 아니라 사망자수가 겁난다는 말이다. 맨 처음에 우한 신종 코로나의 확산을 경고했던 34세의 중국 의사까지도 쓰러지는 것을 보며 빨리 역병이 물러가기를 기도할 뿐이다.

감기 요법이랍시고 뜨거운 물병을 목에 대고 있는 내 모습이 구차하다. 인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훨씬 연약한 존재다. 우한 폐렴이 가르쳐 준 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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