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신종 코로나에 뚫리고, 핑퐁치고, 불안 커지고
광주시, 신종 코로나에 뚫리고, 핑퐁치고, 불안 커지고
  • 박병모 기자
  • 승인 2020.02.06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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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22번째 확진자…광주우편집중국 근무,16번 확진자 오빠
신종 코로나 16번·18번 확진자 306명 접촉…혼란·불안 가중
보건소와 해당 병원 ‘검사 지침’놓고 오락가락…‘화’키워
21세기병원⋅전대병원 ‘의뢰’ VS 질본⋅광산구보건소 ‘퇴짜’
가족사항 적힌 행정기관 서류, 마트 등 가짜뉴스 SNS 확산 ‘경계’

[시민의소리=박병모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국내 16번째 A씨(여)와 그의 딸, 그리고 오빠인 22번째 등 3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광주도 우려했던 방어선이 마침내 뚫렸다.

16번째 학진자와 설 연휴 때 접촉한 이후 감염된 22번째 확진자가 근무중인 광주우편집중국이 6일부터 임시 폐쇄조치 됐다.
16번째 확진자와 설 연휴 때 접촉한 이후 감염된 22번째 확진자가 근무중인 광주우편집중국이 6일부터 임시 폐쇄조치 됐다.

친족관계인 이들은 현재 전남대와 조선대 병원에 격리치료 중이나 다행이 상태는 양호하다는 게 광주시의 설명이다.

공교롭게도 A 씨는 확진 전 광주21세기병원 1인실에 입원한 딸을 간병하던 중 발열증상이 일어난 뒤 확진자로 판명됐다. 그리고 오빠는 설 연휴 때 접촉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와 광주시는 정례브리핑을 통해 22번째 확진자는 광주에서 첫 번째로 발생한 16번째 환자 A씨와 접촉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A 씨는 21세기병원에 진료와 함께 당시 입원중인 딸을 간병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이들이 접촉한 사람은 해당 병원 입원자 등 306명을 접촉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광주21세기병원 272명, 전남대병원 19명, 가족·친지 15명이 이에 해당된다.

이처럼 ‘화’를 키우게 된 배경에는 이들 친족들이 귀국 이후 설 연휴 가족과의 만남과 병원 생활 이후 확진자로 판명되기까지 감염경로와 방역체계에 대한 구멍은 없었는지, 방역대책을 점검해 본다.

국내 16번째 확진 환자가 치료받고 18번째 환자가 입원했던 광주 21세기병원에 휴원 안내문이 덩그마니 나붙어 있다.
국내 16번째 확진 환자가 치료받고 18번째 환자가 입원했던 광주 21세기병원에 휴원 안내문이 덩그마니 나붙어 있다.

A 씨는 5명과 함께 태국을 여행한 뒤 지난달 19일 귀국했다. 이후 25일 처음 증상이 나타나 지난 4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러는 사이 A 씨의 딸(18번 환자)은 광주21세기병원에 인대 봉합 수술로 입원한 상태였다.
A 씨는 어머니로서 1월28일부터 2월2일까지 일주일 동안 딸의 간병에 나섰다가 오한, 발열 등 감기증상이 일어나면서 모녀가 함께 확진자가 된 사례다.

중국도 아닌 태국을 다녀온 A 씨에 대해 보건당국의 초동조치는 미흡하기 그지없었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말하자면 A 씨가 진료차 갔던 21세기 병원과 전남대 병원에서 '신종 코로나 의심'이 된다는 의견을 관할 보건소에 제시했음에도 보건당국은 "中 여행을 안했다“는 이유로 검사를 거부당했다는 점이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사태를 촉발한 당시 1번 환자가 병원내 감염을 일으킨 과정과 판박이라는 게 그런 이유다. 5년이 지났지만 달라진 게 없다는 뜻이다.

5일 광주시와 의료기관 및 보건당국 등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실제로 A 씨는 지난달 27일 21세기병원을 방문했고 해당 의료진은 질병관리본부 콜센터 '1339'에 전화를 걸어 상담했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 측으로부터 "중국 방문 이력이 있어야 의심 환자로 분류된다"는 내용의 답변을 받았다. 광주 광산구보건소에도 연락했지만, 마찬가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통보에 병원 측은 A 씨 모녀를 같은 날 전남대병원으로 이송했다. 물론 진료의뢰서에는 "태국 여행을 다녀왔으며, 변종 바이러스 폐렴이 의심된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전남대병원 측도 이런 사실을 동구보건소에 연락했고 거주지에 문의하라는 답변에 다시 광산보건소에 연락해 감염 의심 사실을 알렸지만, 보건소 측은 다시 "검사할 것까진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남대병원도 덩달아 '중국 방문 이력'을 따지는 보건당국의 지침에 따라 의심 환자로 분류하지 않은 채 환자를 돌려보냈다.

이렇게 병원과 보건당국의 ‘핑퐁’ 속에 A 씨는 증세가 심해짐에 따라 다시 21세기병원을 찾았고, 2월 1~2일에는 고열과 함께 호흡곤란까지 보여 급기야 3일 전남대병원으로 긴급 이송됐고, 4일 확진자로 판명되기에 이르렀다.

이런 지적이 일자 보건당국은 앞으로 중국 이력 방문 및 하루 건수 제한 등 비합리적인 대응 조치 매뉴얼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버스 떠난 뒤 나발 부는 격’의 대응이 오늘의 화를 불렀다는 지적이다.
질병관리본부와 광주시는 브리핑을 통해 "보건소가 거부한 게 아니고 현재 지침을 따른 것"이라고 해명에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퇴짜’를 놓은 게 아니냐는 여론이 비등하다.

광주시는 신종 코로나 대책으로 A 씨와 접촉한 사람들의 근무처를 폐쇄하고 주요 관문에 발열감지기를 설치하는 등 방역 대책을 강화하고 있다. 광주역, 광천터미널, 광주공항 등 주요 관문에 발열 감지기를 배치하고 가동에 들어가는 한편 확진자와 접촉한 광주우편집중국은 임시로 폐쇄조치 됐다.

광주 교육계도 비상에 걸렸다.
일선 학교 졸업식을 축소하거나 방과 후 학교와 돌봄교실을 잇따라 중단하고 나섰다. 290개 유치원의 경우 일정기간 휴원 명령을 내렸다.
주요 대학들도 대부분 졸업식·입학식·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등을 취소했다.
또 신종 코로나의 진원지인 중국 후베이성은 물론 중국 전역에서 입국한 유학생이나 교직원 등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이고 입국일로부터 최소 14일간 자가 격리토록 했다.

광주시민들의 불안 속에 확인되지 않는 여러 정보들이 나돌고 있는 것도 안타깝다. 행정기관에서 오가는 확진자 가족사항이 담긴 발병 보고서에서부터 마트, 영화관, 그리고 태국여행 동행자 거주지에 이르기 까지 SNS를 통해 퍼지고 있어 경각심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경찰당국은 광주시와 광산구를 상대로 발병보고서 유출경위에 대한 수사에 나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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