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폐렴’ 복불복이라고?
‘우한폐렴’ 복불복이라고?
  • 문틈 시인
  • 승인 2020.02.05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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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광주에서도 발생했다. ‘우한폐렴’이 수그러들지 않고 더 나빠지는 듯해서 걱정이다. 광주에 계신 구순의 어머니, 그리고 형제들의 안부를 자주 묻는다.

며칠 전 막내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광주에도 확진자가 나왔다는데 걱정이다. 어머니 잘 모시고 조심하거라.” 동생의 대답이 뜨끔하다. “어쩔 것이요? 복불복이제.” 누구한테서 옮길지 모르는데 조심한다고 될 일이냐는 투다.

하긴 ‘우한폐렴’ 감염자가 잠복상태에서 여기저기 돌아다닐 경우 설령 그 환자의 동선을 파악한다손 쳐도 당국이 그가 접촉했을 수많은 사람들과 장소들을 어떻게 다 추적 관리할 수가 있을까.

어떤 확진자는 일본에서 전염되어 왔는데 온 이후 전국을 싸돌아다녔다. 그 사람이 접촉한 사람들이 무려 666명이나 된다. 그가 접촉했을 많은 사람들과 이용한 교통편을 모조리 확인하여 소독하고 접촉자를 찾는 수고를 해야 한다니 답이 안나오는 게임이다.

광주 확진자는 태국에서 전염되었다는 설이 있으나 확실하지 않다. 확진자가 나오면 당국이 재빨리 파악하여 그 사람의 동선을 공개하는 것이 화급한데도 미적거리다가 유출된 문서에 의해서 SNS로 공유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공개된 동선을 보면 상당히 돌아다닌 흔적이 보인다. 설날 가족모임, 지역병원에서 대학병원으로 이어 버스터미널, 대형마트와 극장, 아울렛에 이르기까지 움직였다고 한다. 일부는 소문이 포함되기도 해 어느 것이 진실인지 알 수 없어 질병대책본부의 정확한 동선 발표가 필요하다. 그 사람의 딸도 우한 폐렴 확진자로 진단돼 격리치료중이라고 한다. 귀국 후 보름이나 지났다니 광주에 더 퍼질까봐 은근히 신경이 쓰인다.

‘우한폐렴’은 전파 속도가 빨라서 뒷감당이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미국, 일본을 위시한 몇몇 나라들에서는 아예 중국인의 입국에 일부 제한조치를 실시하고 있을 정도다. 여러 나라들이 중국에 있는 자국민들을 데려갔다.

우리 교민 7백여 명도 전세 비행기를 태워 국내로 데려왔다. 내 기억으로는 비행기를 보내 위험에 처한 해외 교민들을 공수해온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구조 비행기’에 탑승하고 귀국한 우한시 한국교민회장은 귀국 일성으로 ‘조국을 느낍니다’라며 벅찬 감격을 토했다.

이 한 마디에 나도 울컥했다. 비행기까지 보내 교민들을 구출한 우리나라가 장하다. 나라가 못살고 형편없는 지경이라면 어찌 비행기를 보내 교민들을 데려 올 수가 있겠는가. 우리 정부가 정말 대단한 일을 해주었다.

신종 코로나는 알면 알수록 골치 아픈 병인 것 같다. 감염자의 침방울이 튀어 닿을 거리 안에 있으면 전염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2차 감염 현상도 일어나고 있는데 이 같은 현상이 광범위하게 퍼지면 누가 누구에게 옮겼는지 알 수 없다. 3,4차 감염사태도 생겨나 지역사회에서 창궐할 수 있다.

막내 동생 말대로 복불복 상태가 될 판이다. 생각만으로도 끔찍한 가상 예측이다. 더욱 경계심이 드는 것은 최근 중국 뉴스에 따르면 환자의 대소변에서도 우한 폐렴균이 검출된 사례가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신종 코로나에 대해서 우리가 아는 지식은 아직이다.

중국 당국도 각자 신경을 써서 방어해야 한다고 말한다. 코와 입으로 균이 들어가므로 마스크와 손씻기, 외출 자제가 개인이 취할 수 있는 답이라는 것이다. 의술이 발달했다고 하지만 해마다 각종 균이 새로 생겨나므로 인간의 의술은 신종 균을 뒤쫓아 가기 바쁘다.

‘우한폐렴’은 사스와 다르고 유행성 감기의 전파 패턴과 비슷해서 초기엔 우한 폐렴인지 독감인지가 구분하기 어렵다고 한다. 광주 확진자는 병원 두 곳이나 여러 차례 들렀다는데 미리 발견하지 못한 것은 이런 탓일 것이다.

미국의 유력 신문들은 신종 코로나가 세계적 대유행이 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만일 방역이 취약한 아프리카 같은 지역에 전염된다면 큰 문제라는 것이다. 지금 중국 당국은 발원지인 우한은 물론 인근 황강시, 원저우시에도 주민 외출금지령을 내릴 정도로 확산 저지에 극단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우리나라엔 매일 중국에서 들어오는 입국자가 1만명이 넘는다. 중국에서 오는 여행객들의 입국을 싹 다 금지하는 것이 어렵다면 입국 후 2주일 정도는 전부 외출 금지 조치를 취해서 잠복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해 보인다.

광주 확진자는 두 병원에서 미리 발견하지 못한 안타까움이 크다. 막내한테 당부했다. “어머니 수호 비상대책이다! 어머니 집엔 외부인 출입금지령을 내려다오.”

막내 동생은 나처럼 예민하지 않은 탓인지 큰형의 신종 코로나 소동에도 복불복 자세다. “걱정일랑 끄시오. 광주시가 알아서 잘 할 테니.” 광주에 더 이상 감염자가 안 나왔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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