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선거철만 같아라
[세상보기]선거철만 같아라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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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웅두 농민회 광주전남연맹 정책실장

모내기가 한창인 곡성 들녘. 비포장 농로를 희뿌연 흙먼지 날리며 보기에도 눈부신 흰색 승용차 한 대가 달려와 일손 바쁜 농민들을 불러 세운다. 가슴에 어깨띠를 두른 것하고, 미끈한 양복을 뽑아 입은 모습이 바야흐로 선거철이다.

흙탕물에 감탕이 된 손을 채 씻기도 전에 드링크 한 병 먼저 쥐어주며 머리를 조아리는 모습에서 유권자의 힘(?)을 느끼며 괜히 허세를 부리는 김씨 아재의 모습이 통쾌하기도 하는 것은 선거가 부여한 평생 몇 번 맛보지 못할 권력의 달콤함이리라.

후보등록이 끝나고 본격적인 선거운동기간이 되면서 많은 후보들이 제각각 포부를 가지고 들판으로, 당산나무 그늘 아래로, 사람 그림자만 얼씬거려도 농민의 대표임을 역설하며 한 표를 부탁하고 다니고 있다.

어떤이는 당선만 되면 중앙부처 예산이란 예산은 다 끌어와서 길포장도 하고 공장도 지어 살림살이를 살찌우겠다고 하는가 하면, 이번이 자기 생에 마지막 출마니까, 상대방 후보는 아직 젊어 많은 기회가 있으니까 자기를 찍어야 한다고 웅변 아닌 웅변을 하고 다닌다.

아울러 그간 농민회에서 그토록 외쳐오던 "WTO수입개방반대. 대북 300만석 조기지원" 서명용지에 이름부터 쓰고 보는 눈치 빠른 후보가 있는가 하면 나름대로 지역경제에 대한 분석을 통해 청사진을 그리는 정치초년생의 모습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많은 농민들은 흙탕물에 범벅이 된 경운기와 흰색 승용차가 보여주는 어색함에, 자조적인 푸념부터 늘어놓았다. "말 같이만 한 다믄야 무엇이 문제 겄어?", "변소 갈 때 마음하고 나올 때 마음이 다른 께 듣고 잊어 부러"

아쉽게도 선거가 본격화 될수록 정책과 공약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혈연, 지연에 얽매인 구호들만 난무하고 있다. 그나마 꼭 실천하겠다고 다짐하는 공약들은 대통령선거, 국회의원 선거 때마다 단골 메뉴로 나오는 말 그대로 공약(空約)들이 허다하고 구체적인 계획과 예산확보의 대안도 없이 유권자의 귀만 자극하는 것들이 많다.

어찌하던.우리 농민들은 비록 공약(空約)일지라도, 후보자의 과장된 몸짓이 어릿광대의 몸놀림일지라도 수입개방과 농산물 가격폭락, 늘어나는 농가부채로 인해 고달픈 세상살이를 더불어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어 한편 반갑기도 하다. 그나마 선거철이라도 되니까 농업,농촌문제가 이야기 되고 그것을 해결하겠다고 제각각 소리높이는 후보자들을 보면서 아픈 허리 한번 일으켜 세우며 위안 삼아 웃어본다.

하지만 세상을 바꾸고 당면한 농업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다름 아닌 농민자신의 노력에 달려 있으며 아무리 뛰어난 후보들(정치인)이라도 농민들의 결집된 힘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실천으로 나설수 없음을 잘 알기에 육중한 트랙터에 당당히 걸려있는 'WTO수입개방 반대, 한-칠레자유무역협정 저지"의 깃발이 당선가능성이 가장 높은 공약(公約)임을 알려주고 싶다.

/박웅두 농민회 광주전남연맹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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