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소리] 안철수, ‘아마추어’티 벗어나야 한다
[시민의소리] 안철수, ‘아마추어’티 벗어나야 한다
  • 박병모 기자
  • 승인 2020.01.27 0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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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B 아바타 발언 '오버랩'
2. 윤장현 전 광주시장 '전략공천'
3. 호남에 대한 '배신감'
박병모 기자/발행인
박병모 기자/발행인

[시민의소리=박병모 기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돌아왔다. 1년 4개월만이다. 인천공항에서 그는 넓죽 큰절을 했다. 맨 먼저 호남을 방문했다. 광주 5·18묘역을 찾았다.

안철수의 행보를 볼 때 방향성은 일단 제대로 잡았다. 진보와 보수가 서초동과 광화문에서 맞불집회로 서로 국론분열을 노래할 때 말없는 다수의 국민들은 ‘이게 나라냐’고 고개를 돌렸다. 조국사태를 둘러싸고 진보진영은 옳고 그름의 경계선에서 ‘그름’을 택했다. 그렇다고 보수 세력은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기댈 곳 없는 국민들은 진보도, 보수도 아닌 중도 진보 세력으로 기울고 있다.

안철수는 이런 작금의 상황을 헤집고 실용적 중도정치를 내세웠다. 보수통합 보다는 신당창당 쪽으로 방점을 찍은 분위기다.
그의 정치 지향점은 일단 설득력이 있지만 자신의 구상대로 세력을 규합할 수 있을 지가 과제로 남아있다. 당장 바른미래당이 안철수 중심으로 뭉치느냐 에서 부터 제3지대 신당 창당에 이르기 까지 이념상 중도층을 흡입력 있게 빨아들일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거기에는 호남 정치향배가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관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차피 안철수는 반 문재인 정서를 갖고 있기 때문에 호남현역들이 다수 포진한 대안신당과 바른미래당, 민평당과 손을 잡고 가야하는데 여의치가 않아 보인다.
과거 국민의당을 창당할 당시와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2015년 4·29 보궐선거 때 호남정치복원을 외치며 ‘메기론’을 들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천정배 후보가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재인 대표가 공천한 조영택 후보와 대결해 당선됐다.
당시 문재인 대표가 광주를 여섯 차례나 방문해 조 후보의 지지를 호소할 때마다 외려 지지율이 떨어지는 기현상이 일어났고, 광주민심은 문재인을 떠났었다. 문재인의 ‘호남홀대론’이 먹혀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틈새 속에 안철수가 새정치민주연합을 떠나 현재의 호남 현역들과 국민의당을 창당하기에 이르렀다. 그 여세를 몰아 안철수의 국민의당은 2016년 20대 총선에서 지역구 28석 가운데 23석을 싹쓸이했다.
전국 비례대표 득표율 26.7%로 2위를 기록하며 원내교섭단체로 3당의 지위를 굳혔다.

그런 안철수가 2017년 대선에서 패배하자 무슨 꿍꿍이 속이 있었는지 국민의당은 바른미래당과 통합하면서 자신의 둥지였던 ‘호남’을 야박하게 버리고 떠났다.
그런 상황에서 안철수는 과거 호남 민심을 올해 치러질 21대 총선에서 불지필 수 있을까.
단언컨대 ‘NO’라고 대답하고 싶다.

왜냐면 안철수는 3가지 행태에서 ‘아마튜어’티를 벗어나야 한다는 점에서다.

첫째로 지난 대선 TV 토론과정에서 ‘MB 아바타’발언이 오버랩 된다.
당시 안철수는 자신의 지지율이 37%까지 올라갔고 당시 문재인 후보와는 3% 차이가 날 정도로 상승무드를 타고 있었다.

그러한 중차대한 판국에 대선 토론회가 열렸고, 거기에서 안철수는 어린아이 같은 질문을 연발했다. “제가 갑철수 입니까, 안철수 입니까”, 그리고는 재차 “제가 MB 아바타 입니까”라고 물었다.
당시 안철수로서는 ‘문빠’들이 근거 없는 마타도어와 음해가 나돌고 있으니 이를 자제하고 정정당당하게 선거를 치루자는 의미로 공격을 했을 게다.

하지만 이런 배경을 제대로 알수 없는 지지자 입장에서는 왜 이렇게 우스꽝스럽게 토론에 나서는지 모르겠다며 등을 돌렸다.
물론 안철수가 앞선 토론회에서 “문 후보가 제 질문(내가 갑철수냐, 안철수냐)에 즉답을 안했는데, 이번 선거에서 정말로 중요하다”고 해명을 촉구한 바 있었음에도 말이다.
나중에 밝혀졌지만 ‘갑철수’ ‘MB 아바타’라는 선거 키워드는 대선과정에서 댓글조작 세력으로 지목된 드루킹의 작품이었다는 사실이 불거졌다. 그럼에도 문재인 후보는 “그런 말 한적 없다”며 무슨 뜬금없는 소리를 하냐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 넘어갔다.

당시 상황을 지켜본 유권자들로서는 안 후보가 문 후보에게 칭얼거리듯 매달리는 어린얘 같은 이미지로 비쳐졌다. 자신의 의중과 정보를 갖고도 제대로 찬스로 활용하지 못한 안철수의 뱃심 없는 언변에 지지자들은 실망하고 말았다.

둘째는 2014년 지방선거 때 윤장현 전 광주시장의 전략공천이다. 당시 안철수 새정치연합 공동대표는 느닷없이, 그것도 당시 강운태 시장과 이용섭 의원을 제치고 심야에 윤장현 시민사회단체 출신을 전략공천했다.
당시 신오적이라 불리는 광주지역 국회의원 5명이 윤장현 지지성명을 발표하고 선거캠프를 꾸린 뒤 ‘윤장현 일병 살리기’에 사력을 다했다.

당시 여론은 광주시민들의 선택권이 도둑질 당했다며 분노했고, 그들은 ‘신오적’이라 불렀다.
안철수는 광주 민심이 사나워지자 알절부절 못하다가 5·18을 전후해 망월묘역을 참배한 뒤 광주 모 방송국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다 달걀세례와 함께 차안에 갇혀 린치를 당할 뻔 했었다.
절차적 민주주의와 시민선택권을 무시한 안철수의 정치철학은 새정치가 아닌 구태정치에 불과했다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했다.

셋째로 안철수의 호남에 대한 배신감은 두고두고 뼈아픈 기억으로 남는다.
과거 구태 정치를 들먹여서는 안 되지만 적어도 대통령이 되려면 연고정치를 해야 했었다. 김대중이 그랬고, 김영삼이 그랬고, 박근혜가 그랬다. 자신의 지지기반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안철수는 자신을 그토록 밀어주고 지지했던 호남을 버리고 2017년 후반에 바른미래당과 결합했다. 통합반대파와 찬성파로 나뉘어져 국민의당은 대안신당과 바미당, 그리고 민평당으로 쪼개지고 말았다.

이런 정치판을 잘아는 안철수는 인천공항에 도착한 다음날 정치인들이 항상 그랬듯이 ‘미워도 다시한번’을 노래하며 5·18 묘역을 찾았다. 그러면서 “호남의 표심을 미처 헤아리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어쩌랴.
한번 토라진 민심을 되살리기 힘들다는 것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꼈을 텐데 말이다.

호남민심은 이미 안철수를 떠난 지 오래됐다. '여수의 사위'를 내세우며 호남의 아들이라고 자처해 지지를 받았던 과거와는 분위기가 영 딴판이다. 문재인의 호남홀대론이 먹혀들던 시대가 아니라는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뒤 이낙연 전남지사를 국무총리에 임명함으로써 호남민심을 일거에 다독거렸다. 문재인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외딴 섬처럼 다른 지역과는 달리 높기만 하다.
따라서 국민의당이 지난 총선에서 호남 의석을 싹쓸이 한 것처럼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올 총선에서 민주당의 독점구도가 예상된다.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정치적 혜안이 없는 대신 정직하기만 한 안철수가 새정치를 하려면 앞서 얘기한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간철수’ 그이상도, 그이하도 아닐 성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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