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의 '꽃'에서 정리해고 '희생양'으로
투쟁의 '꽃'에서 정리해고 '희생양'으로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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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자 집단 안에서도 가장 열악한 위치의 소수자가 희생양이 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담고 싶었다는 '밥·꽃·양'. 이를 풀이하면 '밥'하는 아줌마들, 투쟁의 '꽃'이었다가, 정리해고의 희생 '양'이 되다 라는 뜻이 된다.
1998년 8월 정리해고에 반발한 울산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의 36일간 총파업은 노사가 '277명 정리해고안'에 합의하면서 공권력 투입없이 평화적으로 끝났다. 당시 해고자 277명 중 144명은 현대 자동차 공장의 '구내식당 아줌마' 전원이었다.

울산 현대자동차 해고근로자 '밥짓는 아줌마' 투쟁기 '밥·꽃·양' 광주상영

왜 노사는 정리해고를 막기 위한 정리해고 카드로 여성 노동자를 지목했을까. 오랫동안 파업현장을 누벼온 여성감독 2명의 카메라는 바로 이 의문을 앵글삼아 98년 초 노사정위원회의 발족부터 현대차의 총파업, 식당 아줌마들의 정리해고와 이후 복직투쟁까지 3년동안 300개의 비디오테잎에 현장을 담았다.

그러나 이 영화는 '식당 아줌마들이 단식으로 하나둘씩 쓰러져 가는데, 찍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감독의 고민 때문에 2000년 1월 단식농성에서 끝나고 만다.

이들은 단순히 '식당 아줌마들이 해고됐다. 그래서 싸웠다. 하지만 복직되지 못했다'는 식의 단순한 메시지 전달을 원치 않는다. 정리해고를 둘러싼 다양한 이해 집단의 갈등과 노조를 통해 의사를 관철시키는 자본의 고도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오랫동안 파업현장 누빈 여성감독 2명의 작품
3년간 투쟁 담은 비디오 테잎만 무려 300개
정리해고와 이후 복직투쟁까지 세밀히 쫓아 완성


식당 아줌마들의 평균 나이는 48세, 평균 근무연수는 14년이었으며 극빈 가정의 실질 가장이었다. 공장에서는 동료 남성의 밥을 짓고, 집에서도 남편 또는 자녀, 시부모를 위해 밥을 지었다. '밥주걱 부대'로 불리며 총파업 투쟁의 선두에 섰던 이들은 사수대의 밥을 짓기 위해 방앗간을 오가며 밥을 짓고, 시장에서 배추잎을 주워 국을 끓였다.

이듬해 현대자동차가 '4000억'이라는 자동차업계 사상 최고의 순이익을 내자, 아줌마들은 해고된 남성 생산직 노동자들과 함께 복직투쟁에 나섰다. 하지만 남성 노동자들만 복직됐을 뿐 아줌마들에 대해 회사는 협상을 거부하고, 노조 역시 '노사협의회' 안건 상정조차 회피했다. 이 때부터 아줌마들은 노조를 상대로 '노조원으로서의 신분을 보장할 것'을 요구하는 싸움에 들어간다.

그러나 이 영화는 이들이 2000년 1월 노조를 상대로 단식투쟁을 하고 있는 장면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린다. 이후 다섯달 동안 단식과 삭발, 알몸 시위까지 치뤘지만, 결국 아줌마들은 뿔뿔히 흩어지고 말았다. 일부는 생산라인의 보조직으로, 다른 식당으로, 여전히 하청 노동자로 남아있기도 하다.
이 영화는 오는 5일부터 6일까지 조선대 생협 4층 강당에서 만날 수 있다.
1회 : 5일 오후 7시, 2회 : 6일 오후 3시, 3회 : 6일 오후 7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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