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155) 유월유두(六月流頭)
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155) 유월유두(六月流頭)
  •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 승인 2020.01.06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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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머리 감는 예쁜 처녀들 왁자지껄 하네

지금 큰 명절은 추석 한가위와 새해 원단을 제일로 친다. 그렇지만 우리 선현들은 매월 새롭게 드는 명절을 중시했다. 삼월 삼짇날, 유월 유둣날, 사월 초파일날, 오월 단옷날, 칠월 백중날 구월 구일날 등 명절의 가짓수도 많았다. 6월 15에 드는 유둣날의 진풍경을 잘 묘사하는 시문을 만난다. 술을 먹고 노래하던 사람은 누구네 집의 못된 총각들일까 하는 푸념을 늘어놓더니만 조용히 머리 감는 예쁜 처녀들 왁자지껄 한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六月流頭(유월유두) / 삼의당김씨

술 먹고 노래하던 누구네 못된 총각
샘물 찾아 삼삼오오 숲속을 가는 데
성남에 흐르는 내에 머리감는 처녀들.
歌酒誰家惡少年      三三五五向林泉
가주수가악소년      삼삼오오향림천
城南野水淸如烟     兒女流頭靜且姸

성남야수청여연      아녀류두정차연


조용히 머리 감는 예쁜 처녀들 왁자지껄 하네[六月流頭]로 제목을 붙이는 칠언절구다. 작자 김삼의당(金三宜堂 1769∼?)인 여류시인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술 먹고 노래하던 누구네 집의 못된 총각들 / 깊은 산 샘물 찾아 삼삼오오 숲을 가네 // 성남(城南)을 흐르는 맑은 내는 연기와 같기만 하고 / 조용히 머리 감는 예쁜 처녀들 왁자지껄 하네]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유월 유둣날에]로 번역된다. 유두流頭는 명절의 하나로 음력 유월 보름날이다. 남자들은 물가에서 하루를 즐기고, 여자들은 머리를 감는 풍속이 있었다. 냇물 저쪽 잔디밭에서 마을의 총각들이 한창 노래하며 술을 마신다. 마을 처녀들이 머리를 감는다. 얼마 만에 들에 나와 마음 놓고 감아 보는 머리인가? 하지만 총각들이 보고 있어 부끄럽다. 씩씩한 총각들, 아리따운 처녀들, 숲으로 냇물로 빙빙 돌면서 마음에 있거든 데이트도 했으리라.
시인은 위와 같은 점을 잘 알고 있듯이 총각들의 씩씩한 모습을 연상해 내고 있다. 술 먹고 노래하던 누구네 집의 못된 총각들, 깊은 산 샘물 찾아 삼삼오오 숲을 간다고 했다. 유둣날의 재미있는 풍습의 한 그림을 멋지게 펼쳐 보인다.
화자는 성남이라는 선경(先景)의 장소에 시선을 살며시 돌리더니만 아름다운 처녀들의 웃음소리에 고운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성남城南을 가로질러 흐르는 맑은 내는 마치 연기와 같기만 한데, 조용하게 머리 감는 예쁜 처녀들이 다 감고 나서는 왁자지껄 했었다는 후정(後情)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마치 한 폭의 그림에 색칠한 모습이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술을 먹고 노래하네 삼삼오오 숲을 가며, 맑은 내는 연기 같고 예쁜 처자 왁자지껄’이라는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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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삼의당 김씨(三宜堂 金氏:1769∼1823)로 조선 후기의 여류시인이다. 당호는 삼의당(三宜堂)이다. 남편이 거처하는 집의 벽에 글씨와 그림을 가득히 붙이고 뜰에는 꽃을 심어 ‘삼의당’이라 불렸다 한다. 저서로는 [삼의당고(三宜堂稿)]가 있다. 1769년 10월 13일 남원 누봉방에서 태어났단다.

【한자와 어구】
歌酒: 술먹고 노래하다. 誰家: 누구네 집. 惡少年: 못된 총각들. 三三五五: 삼삼오오, 삼삼오오로 가다. 向: 향하다. 가다. 林: 숲. 泉: 샘물. // 城南: 성남, 지명. 野水: 들에 흐르고 있는 물. 淸如烟: 맑기가 연기와 같다. 兒女: 여자 어린들. 流頭: 유두날. 靜且姸: 정숙하고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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