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사태로 드러난 상류층 자녀교육의 단상
조국사태로 드러난 상류층 자녀교육의 단상
  • 윤용기
  • 승인 2020.01.02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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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상류층의 계급 세습 위한 수단으로 전락
교육문제 한국사회 전반적인 개혁차원 접근필요
윤용기 전남본부장
윤용기 전남본부장

조국 사태로 드러난 대입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뜨겁다. 각 진영의 정치적인 셈법과 교육적인 고려 등이 맞물리면서 더욱 복잡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는 모양새다. 정부가 서울 주요대학의 정시 확대를 촉구하고 나올 정도로 후폭풍이 거셌다.

이전 청문회에서는 병역, 부동산 투기, 논문 표절 등이 핵심 쟁점 이었다. 그런데 조국 장관의 청문회에서 자녀의 입시 문제가 핵심 이슈로 등장했다. 의혹을 제기한 야당의 나경원 의원의 자녀도 특혜의혹이 제기돼 국민들의 분노를 촉발시켰다.

우리나라에서 입시문제가 중대한 정치적 이슈로 등장하는 문제는 대학입시가 단순히 교육을 넘어 한국 사회의 본질적인 문제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증이다.
그 동안 진보교육연구단체에서는 우리나라 대학 입시가 기존사회와 연결되는 과정을 크게 세 단계로 분석했다.

먼저 대학입시로 학벌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명문대학 입시로 만들어지는 학벌은 우리 사회의 무한경쟁 속에서 승자독식의 성격을 강화시켜준다. 학벌로 만들어진 불평등과 양극화는 상위 10~20%를 제외하고 대다수 사회구성원들을 삶의 불안전성과 궁핍화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설명이다.

둘째는 사회 불평등의 세습화를 강화시킨다는 것이다. 경쟁이 격화될수록 자원이 풍부한 상류 계층의 자녀들은 승자의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은 높다. 또한 이들은 경제자본은 물론 사회·문화자본 마저 독식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사회적 불평등의 세습을 교육을 통해 결정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좋은 학벌은 상류층으로 가는 가장 중요한 입장권이라는 주장이다. 일반 서민의 입장에서 보면 한숨만 나오지만 이게 현실이다.

이번 조국사태는 교육을 통한 불평등의 세습이 상류층 사회에서 매우 치밀하게 진행되고 있었음을 드러냈다. 정유라 사태가 일부 수구적인 특권층의 일탈적 행태였다면 조국 사태는 교육을 통한 계급 세습을 위한 상류층들의 일반화된 관행이었다.
우리나라의 상류층들은 그들이 지향하는 정치적 이념과는 별개로 경제·사회·문화적 자본을 총동원해 교육을 통한 계급재생산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대학입시로 확인되는 교육을 계급 재생산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 학생들은 처음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기를 하고 있다. 즉 수능을 강화하든, 학종을 강화하든 차이는 존재 하겠지만 상류층들이 유리한 고지에서 경기를 주도하고 있다. 자녀들에 대한 부모의 사교육 지원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시 전형을 확대해 왔지만 조국 사태에서 보듯이 학종 또한 부모나 학교의 지원 없이는 힘들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현재 상황에서는 어떤 대입전형도 정의로울 수 없다. 아무리 그럴 듯한 새로운 입시 제도를 도입해도 과잉 경쟁의 압력 속에서 정상적인 교육을 왜곡하는 수단으로 변질될 뿐이다.
학력고사를 대체한 수능이 그랬고, 정시를 대체한 수시가 그랬다. 이것은 수십 년 동안 대입제도를 끊임없이 고쳐오면서 확인된 결과다.

교육문제는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개혁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교육의 문제가 곧 사회문제이며, 사회개혁과 함께 하지 않는 교육개혁이 실패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제도들을 미시적으로 손질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것이다. 교육이 불평등을 대물림하는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나아가 성장과 발달을 돕는 교육으로 거듭 나야한다

이문제의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극단적인 대학서열체제의 해소로 보인다. 극단적인 대학서열체제로 인해 입시경쟁은 약화되지 않고 있다. 만약 대학서열체제 완화 방안과 학생수 감소가 맞물리면 대입경쟁의 강도는 급격하게 약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일부에서는 학력·학벌차별 금지법 제정을 학벌 문제 해결의 유력한 수단으로 제시하고 있다. 일부 효과는 있겠지만 유력한 해결책은 아닌 것 같다. 한국 사회에서 학벌은 일정한 실력과 간판이 결합되어 형성된 패거리이다. 간판을 일정하게 가릴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한다고 하여 SKY 출신들의 요직 진출이 급격하게 감소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학서열과 학벌해체의 가장 유력한 방안은 국공립대 통합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대학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아울러 공영형 사립대를 육성해 네트워크에 참여시켜 공동입학·공동학위제를 시행하는 혁명적인 대학교육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학생수가 감소하기 시작하는 지금이 최적기이다. 대학통합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이에 국가재정을 집중 투자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핵심적 과제를 해결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비가 와서 우산을 쓰고 가는데 우산이 망가져 빗방울이 안으로 떨어지는데, 우산을 계속 땜질하면서 갈 거냐, 아니면 근본적인 처방을 할 거냐, 그런 구조적인 관점에서 판단해야할 시기가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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