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막대기 민심' 일어선다-
광주의 '막대기 민심' 일어선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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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민심보고서>*이 기사는 5·18광주민주화운동 22주년기념일인 지난 5월 18일 광주지역 민심에 대한 보고서이다. 참여연대가 발행하는 월간 '참여사회' 6월호에 게재됐다. 민주당 박광태광주시장후보의 '공천장 새치기'가 몰고온 성난 '민심 태풍'의 눈이 생겨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민주당에 대한 지지는 줄었지만 아직도 정권재창출에 대한 기대가 살아 그 덕에 민주당이 버틴다. 대통령은 대통령이고 시장은 시장인데 그놈의 정권재창출 환상때문에 심판받을 민주당을 수용하는 것이 광주라면 광주에는 미래가 없을 것이다"-한 광주시민의 인터넷 게시판 글-

광주의 민심 기류가 심상치 않다. 밑바닥에서부터 시민들의 정서가 뒤집히고 있다. 그동안 금기나 다름 없었던 광주의 '상징 권력'에 대한 불경(?)한 언사나 행동들도 거침없이 터져나오고 있다.

5·18광주민주화운동 22주년을 맞은 18일 광주는 차가웠다. 기념행사가 펼쳐진 전남도청앞 분수대와 금남로 일대는 전에 없이 썰렁했다. 금남로 2가에서 구두닦이를 하고 있는 장영규씨(49)는 "주변 상인들로부터 시끄러워 장사가 안된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며 5·18에 대한 시민들의 시각을 단적으로 전했다. 집회에 참가하는 학생과 시민들에게 빵과 음료수를 던져주며 격려하고 성원했던 과거의 모습에 비하면 엄청난 인식의 변화이다.

장씨는 "왜 이렇게까지 된 것 같으냐"는 질문에 우려했던 답을 내 놓았다. "5·18은 죽은사람도 죽은 사람이지만 광주시민들 전체가 피해자인데, 서로 자기들끼리 나눠져서 보기에도 안좋은 다툼을 하고 있고 정치인은 광주를 팔았다".

장씨의 말은 광주시민의 5·18과 정치에 대한 인식의 단면을 압축해서 드러내 준다. 유공자법까지 통과됐지만 5·18은 이제 '당사자주의'라는 울타리에 갇혔고, 5·18을 이용했던 정치인들에 대한 반감이 뿌리 깊숙히 자리잡으면서 시민들이 '5월'로부터 이탈되고 있는 것이다.

'금기의 권력' 급속히 해체중
민주당-'무능과 오만' 반감 증폭
5.18-시민들 등돌림 가속화
경선혼탁 등 맞물려 허탈감 넘어 분노로


이같은 상황에서 아들문제로 사면초가에 놓인 DJ를 바라보는 광주의 심정은 애증이 교차 하고 있다. 주부 장현희씨(54·북구 유동)는 "김대통령 개인을 평가하면 점수를 후하게 줄 수 있지만 DJ와 5·18을 팔아서 망친 사람들이 많다"면서 "늦둥이를 봐가지고 안됐다"고 안타까워 했다.

동료들과 무리지어 5·18행사 구경차 나온 선귀네할머니(75·서구 쌍촌동)는 "준 놈이 나쁜놈이제, 주는 데 안 받을 사람 있겄냐. 즈그(홍걸씨) 아버지가 받으라고 했겄어"라며 입을모아 전라도말로 "짠하다"(불쌍하다는 뜻)고 했다.

하지만 직장인 등 젊은층에서는 동정론보다는 비판적인 시각이 전반적인 분위기다. 한 마디로 "김영삼과 아들 현철이 문제를 봤으면서도 아들 관리를 못했다"는 지적이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광주의 '언터처블'로 여겨졌던 '금기권력', 5·18과 민주당은 시민들의 이같은 정서가 형성되면서 실제 해체과정에 진입한 분위기다. 광주시의회가 5·18학술대회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도발(?)이 가능했던 것도 5·18이 시민적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이 배경에 자리잡고 있다.

DJ마저 탈당한 민주당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심정은 착잡함을 넘어 분노감마저 일고 있다. 시민들은 금품수수와 후보매수의혹, 부정선거시비 등 말 그대로 '부적절한 관계'에 의해 태어난 시장후보를 한마디로 '사생아'로 보고 있다. 특히 극도의 달아오른 비난여론에도 불구하고 이 '사생아'를 당당히 민주당의 적자로 내세우려는 '무능'과 '오만'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유례없는 성명전을 펼치고, 나아가 대 민주당 투쟁을 벌일 움직임이 일고 있다. "광주를 더 이상 민주당에 맡길 수 없다" 수십년동안 민주당 독점정치구조속에서 '막대기'(광주는 막대기라도 황색옷을 입혀 놓면 당선된다 뜻의 '막대기 선거'라는 자조적인 블랙코미디가 있다)로 취급당했던 시민들이 자각을 통해 일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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