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호 소설가, 518 40주년 앞 ‘오리발 참전기’ 첫 출간
전용호 소설가, 518 40주년 앞 ‘오리발 참전기’ 첫 출간
  • 박병모 기자
  • 승인 2019.12.19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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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황석영과 공동 저자
등단 20여년 만에 늦깍이 소설집 펴내 화제
8편 수록 중 5·18 다룬 작품 4편 관심
‘5월 항쟁사’ 장편대하소설로 쓰고싶다' 포부 밝혀

광주지역에서 이름을 오르내렸던 전용호 소설가가 첫 번째 소설을 선보였다.  순천 출신이지만 줄곧 광주에서 성장한 전 작가는 문단에 나온 지 20여 년 만에 ‘오리발 참전기’(문학들)를 표제작으로 발간했다.

5·18 다룬 작품 4편 등 모두 8편이 수록된 전용호 소설가의 표제작 '오리발 참전기'
5·18 다룬 작품 4편 등 모두 8편이 수록된 전용호 소설가의 표제작 '오리발 참전기'

그의 삶의 이력이 고스란히 응축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등단 후 오랜만에 출간된 지라 각종 문화행사에서 얼굴을 익히 보아온 문학인들은 의외라는 반응이다.

하지만 전 작는 작은 외모에 부드러우면서도 특유의 강인함이 내적으로 스며있는 외유내강형이다.

그는 5·18과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문인이라는 점에서다. 그는 1985년 황석영 작가, 이재의 씨와 함께 오월항쟁을 알리기 위해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의 공동저자로서 한축을 담당했다.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공동저자인 전용호 작가(왼쪽). 이재의 씨, 황석영 작가(오른쪽) (사진=전용호 작가)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공동저자인 전용호 작가(왼쪽). 이재의 씨, 황석영 작가(오른쪽) (사진=전용호 작가)

우선 황석영 작가와의 인연을 소개하기 위해 197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당시 광주에 터를 잡은 황 작가는 그해 겨울 YMCA에서 탈춤강습회를 열면서 광주지역 문화활동가들과 인연을 맺게 된다. 전 작가와 황 작가의 인연도 여기에서 시작된다. 
그러다가 1980년 5월 항쟁 당시 들불야학 동료들과 함께 투사회보 제작을 하다 투옥된다. 1981년 감옥에서 출소한 이후 운암동 황석영 작가 집에서 살다시피 했다. 당연히 학교에서도 제적을 당했다. 출소 후에는 ‘광주민중문화연구회’, ‘광주민중문화운동협의회’ 등 문화운동에 참여하게 된다.
이후 1982년 4월에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마지막 삽입곡으로 들어간 노래극 ‘넋풀이 굿- 빛의 결혼식’ 테이프를 제작에 관여했다.

이후 전 작가는 1985년 황석영 작가, 이재의 씨와 오월항쟁을 알리기 위해 팀을 만들었다.
당시 전 작가는 자료수집 등 활동을 맡았다. 여기에서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초판을 완성한데 이어 2017년 개정증보판으로 출간하기에 이른다.

그는 계림초등학교를 나와 중고교시절부터 문학에 대한 꿈을 꿨다. 1978년 대학에 입학한 후 탈춤반 활동을 하며 학생운동에 참여함으로써 현실에 눈을 떴다. 40대에 이르러서야 그는 1998년 지역신문 신춘문예에 등단해 소설가라는 ‘직함’을 얻을 수 있었다.

등단 이후 그는 전업작가로 산다는 게 말처럼 녹록치 않았다. 사회단체 활동가로서 입체 풀칠하기 쉽지않은 박봉이었기에 당연히 소설 쓰기는 틈틈이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창작에 전념할 수 없었기에 긴 시간이 소요됐다.
5·18을 모티브로 당대의 아픔과 모순을 소설로 그려내고 싶었지만 생계를 위해 원고료가 지급되는 글을 쓸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한다.

이번에 출간한 소설집에는 ‘오리발 참전기’와 ‘물안개’, ‘사이렌 소리’, ‘마지막 새벽’ 등 모두 8편이 수록돼 있다. 4편이 5·18과 관련된 작품이다.
나머지 ‘어느 오후’, ‘산새도 오리나무’, ‘비빔밥’, ‘밤의 세계’는 일상성의 문제가 밀도 있게 형상화된 작품이다.

표제작 ‘오리발 참전기’는 군부대 내부에서도 차별을 받았던 보성 출신 화자를 20사단 수색대 장교로 내세웠다. 작가는 10·26 이후 신군부 쿠데타로부터 5·18 당시까지의 경험을 회고하면서 5·18을 일으킨 세력들을 규탄한다.

전 작가는 앞으로 장편대하소설로 5월 항쟁사를 쓰고 싶다고 다짐한다. 부드러운 이미지와는 달리 내면속에 묵혀둔 강인함이 배어나는 듯 하다.
전 작가는 광주시에서 현재 시민인권옴부즈맨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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