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는 망국의 지름길 - 14회 정약용, 다산초당 관련 시를 쓰다.
부패는 망국의 지름길 - 14회 정약용, 다산초당 관련 시를 쓰다.
  •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청렴연수원 청렴강사)
  • 승인 2019.12.02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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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년 4월 초에 정약용은 다산초당으로 이사했다. 다산초당의 모습은 정약용의 후손 정규영이 1921년에 지은 『사암선생연보』에 잘 나와 있다.   

“1808년 (순조 8, 무진) 47세 
봄에 다산(茶山)으로 옮겨 거처했다. 다산은 강진현 남쪽에 있는 만덕사(萬德寺) 서쪽에 있는데 처서 윤단의 산정이다. 공이 다산으로 옮긴 뒤 대를 쌓고 못을 파고, 꽃나무를 열 지어 심고, 물을 끌어 폭포를 만들고, 동쪽 서쪽에 두 암자를 짓고, 서적 천여 권을 쌓아놓고 글을 지으며 스스로 즐기고 석벽(石壁)에 정석(丁石) 두자를 새겼다. 이때에 다산은 여러 제자들에게 주역을 가르쳤다.”

다산초당의 모습은 ‘다산 4경’시 4수, ‘다산팔경사 (茶山八景詞)’ 8수 그리고 다산화사(茶山花史) 20수에도 잘 나타나 있다.

먼저 다산 4경은 다조(茶竈), 약천(藥泉), 정석(丁石), 석가산(石徦山)이다. 다조는 초당 앞마당에 있는 우람한 너럭바위인데 이곳에서 차를 끓였다. 약천은 초당 뒤 약수가 흐르는 샘이고, 정석은 초당 왼편 석벽(石壁)에 새긴 정석(丁石)글씨인데 다산이 썼다. 석가산은 연못 안에 돌로 쌓은 산이다. 

정석 글씨
정석 안내판

다산 팔경사는 다산초당 주변의 풍경 8곳을 노래한 것이다. 산허리엔 담장이 둘러져 있고, 담장에는 산 복숭아나무 가지가 바람에 일렁인다. 초당 주렴에는 버들 그림자가 어리고, 따뜻한 날에는 꿩 소리가 들린다. 가랑비 속에 물고기에 밥을 주고, 단풍나무는 비단 바위위에 얽혀 있고, 국화는 연못에 그림자를 비친다. 언덕에는 대나무가 푸르고, 작은 시냇가에는 소나무가 우뚝 서있다.

이중 몇 수를 읽어보자.  

제1수

산허리를 경계로 널따랗게 쳐진 담장    
붓으로 그린 듯 봄빛이 그대로네     
봄비가 내린 뒤라 산골짜기 더욱 사랑스럽고 
산 복숭이 몇 가지엔 붉은 꽃이 예쁘네.   

제2수

산집의 드리운 발 물결에 어른어른 
다락 머리에선 흔들대는 버들가지 그림자라. 
산골짝에 눈발이 날리고 있는 게 아니라 
봄바람이 버들 솜 불어 맑은 꽃을 희롱하네.
 
한편 다산은 다산화사(茶山花史) 20수도 지었다.  

제1수는 초당 전경이다.  

귤동 마을 서편에 깊숙하고 그윽한  다산      
천 그루 소나무 속에 시냇물 한줄기           
시냇물이 시작되는 바로 그곳에               
깨끗한 바위 사이에 조용한 집 있다네.        
2수는 연못 모습이다. 

작은 못이 참으로 초당의 얼굴인데            
그 중앙에 돌을 쌓아 봉우리 셋을 만들고는     
철 따라서 피는 백화 섬돌을 둘러 있어       
아롱다롱 자고무늬가 물속에 늘 어른거리지    

3수는 초당 생활이다. 

대밭속의 부엌살림 중(僧)에게 의지하니         
가엾은 그 중 수염이며 머리털 날마다 길어지네. 
이제 와선 불가 계율 따윈 모조리 팽개친 채   
싱싱한 물고기 마구 잡아 국까지 끓인다오.     

정약용이 다산초당으로 거처를 옮긴 초기엔 산정에 식사 준비할 여건이 갖추어지지 않았다. 백련사 주지 혜장선사는 젊은 중 한사람을 보내어 다산의 밥 시중을 들게 했다. 

제4수 이후 17수 까지는 꽃과 나무에 관한 시이다. 다산 초당 근처에 있는 복숭아꽃, 차나무, 모란꽃, 작약, 수구(繡毬)꽃, 치자 · 백일홍 · 월계화 · 해바라기 · 국화 · 자초 · 포도나무 등이다.   

이어서 제18수는 미나리 밭이다. 

사랑채 아래다 세외전(稅外田)을 새로 일궈      
층층이 자갈을 쌓고 샘물 흘러 보냈네.       
금년에야 처음으로 미나리 심는 법을 배워   
성 안에 채소 사는 돈 들지 않게 되었다네.   

세외전은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농토이다. 다산은 미나리를 직접 재배하였다.  
제19수는 초당의 모습이다. 

산정에 서적이라곤 쌓여 있는 게 전혀 없고      
있는 것이라곤 화경(花經)과 수경(水經)이네.     
좋은 것은 귤림에 비가 지나간 후           
바위샘 손으로 퍼서 찻잔을 씻는 일이지      

마지막 20수이다.  

하늘이 나를 보내 이 동산에서 살게 하니      
이 봄에 자고 또 취하느라 문마저 열지 않네.  
산속 뜨락 온 마당에 이끼 푸른데         
때때로 지나가는 사슴 발자국 뿐.         

다산은 하늘이 이 동산에서 살게 했다고 흡족해 한다. 이제 학문 연구에 몰두하겠다는 다짐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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