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섭 시장의 독야청청이 오늘의 ‘화’ 불렀다.
이용섭 시장의 독야청청이 오늘의 ‘화’ 불렀다.
  • 박병모 기자
  • 승인 2019.11.14 2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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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공원 담당국장 이어 행정부시장, 감사위원장 구속 기로
정무라인의 안일한 대처, 호미 대신 가래도 못 막을판
산하 기관 단체장, 위기 때 행동보다 말 앞서
이 시장 청렴성 강조에 시 간부 직보 힘든 것도 한몫

[시민의소리=박병모 기자] 사전을 뒤져본다. ‘독야청청(獨也靑靑)’이란 한자성어는 홀로 푸르게 서 있는 모습을 뜻한다.

민간공원 사업에 관여하다 구속된 이정삼(좌) 당시 국장과 영장이 청구된 감사위원장이 브리핑을 하고있다
민간공원 사업에 관여하다 구속된 이정삼(좌) 당시 국장과 영장이 청구된 감사위원장이 브리핑을 하고있다

그러한 높은 절개와는 달리 홀로 고고한 척하는 사람을 놀리는 말로도 쓰인다. 이를 얘기하는 것은 최근 민간공원 특례사업 의혹에 대한 검찰수사의 중심에 전국에서 유일하게 광주시가 자리하고 있어서다.

아무리 둘러봐도 민간공원 사업 추진 당시 담당 국장이 구속된데 이어 행정부시장과 감사위원장에 대한 영장이 청구된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이용섭 시장 으로서는 시민들에게 ‘송구스럽다’는 말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어쨌든 이용섭 시장은 광주시정을 책임지는 수장이라는 점에서 책임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호남 출신으로 순수하고 청렴하게 공직생활을 마치고 국회의원을 거쳐 오늘의 광주시장이 되기까지에는 담쟁이덩굴과 같은 깨끗함으로 여태껏 살아왔다. 이를 부정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게다.

하지만 최근 민간공원 의혹에 대한 검찰 사태를 바라보며 느낀 점이 있다면 이 시장 자신이 시청 간부회의를 통해 청렴하고 깨끗하다고 외쳐봐도 시민들과 정서적으로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시장과 시민과의 괴리를 설명할 단어가 없을까 고민 끝에 떠오른 게 ‘독야청청’이 아닐런가 싶다. 이 시장은 취임 후 청렴도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시민들도 그러한 기대 속에 이 시장을 지켜봐 왔다.

영장이 청구된 정종제 광주부시장의 민간공원 사업 브리핑 모습(사진=광주시)
영장이 청구된 정종제 광주부시장의 민간공원 사업 브리핑 모습(사진=광주시)

하지만 민간공원 사업자 결정 과정에서 우선협상대상자 순위가 뒤바뀌거나 자진반납 사례가 불거지자 ‘왜 이럴까’ 의구심이 일기 시작했다. 광주 경실련이 고발할 당시만 해도 “이 시장이 그처럼 깨끗함을 자랑하는데 별일 없겠지, 더 나아가 행정의 달인이라 그렇게 엉뚱한 결정을 했겠나...” 시민들은 달리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한 분위기도 오래가지 않아 험악하게 뒤바뀌었다. 담당 국장이 구속되고 행정부시장과 감사위원장에 대한 형사처벌 수위에 대한 여론이 일면서다.

그렇다면 호미로 막을 것을 이젠 가래로 막을 수 없는 사태에 이르게 된 이유와 배경이 뭘까.
우선 이용섭 시장이 깨끗함을 너무 강조한 데 있지 않나 싶다. 그러다 보니 시청 공무원들은 이번 사태가 과거 총인 입찰 처럼 공무원과 심사위원, 업체 등 십여명이 넘는 사람이 다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 시장에게 과감하게 보고하고 싶어도 영혼 없는 공무원들인지라 이 시장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하는 섭섭함으로 변할까 관망하는 자세로 돌아서고 있다는 게 간부들의 얘기였다.
이런 알 수 없는 거리감은 비단 간부뿐만 아니라 정무라인의 안일한 태도로 이어지고 말았다.

이 시장은 취임 후 여러 경로를 통해 “정무라인이 약하다” “보완을 해야 한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이를 귀담아 듣지 않은 게 사실이다.
정무 2급 짜리 정무직 자리가 생기면 그때 가서 특별한 사람으로 대체하겠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이러한 자만감은 최근 조인철 광주경제문화부시장에서도 읽혀진다. 중앙부처에서 뚜렷한 경력도 그러거니와 특히 지역을 제대로 알지 못한 조 부시장이 과연 이러한 상황을 참모로서 제대로 헤쳐나갈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
이 시장의 지시만 잘 따르면 되지, 더 이상의 무슨 능력을 바라느냐고 반문한다면 할 말이 없겠다.

이 시장은 취임 초기 자신이 고시출신이고 행정도,경제문화 부시장도 모두 고시 출신이어서 멤버 치고는 겉으로 보기엔 화려했다.
하지만 취임 2년 째 접어들면서 광주형 일자리 하나 챙기는 업적을 남기려 했던 이병훈 경제문화부시장은 내년 총선 출마를 이유로 퇴직했다. 정종제 행정부시장 또한 검찰수사를 받고 있으니 결과론적으로 말해 양 부시장은 이 시장과의 인연을 섭섭하게 마무리한 셈이다.

이쯤에서 필자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이 시장이 난처한 입장에 있을 때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자리를 주라는 사람만 가득하지 아이디어나 해법을 주려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얘기다.
광주시 산하 기관장 및 단체장,각종 위원회에 참여한 나이먹은 사람들 역시 말보다는 행동으로, 몸으로 나서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민간공원 고발사태가 벌어졌을 때 “우리 시장님은 깨끗한 사람인데 무슨 대수랴”고 생각하거나 관망하는 사람 뿐이었다.

달리 표현하면 말로만 ‘우리 시장님’하면서 달콤하게 떠들어 대고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은 정무, 특히 비선 라인이 대부분이다.
이런 안이한 모습은 광주경실련이 검찰에 고발하는 과정에서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었고 정무라인 또한 ‘별일 있겠어’ 라며 그대로 내버려 둔 게 화근이 됐다는 얘기가 스멀스멀 흘러 나온다.
특히 정무라인은 그러한 움직임도, 동향도 파악하지 못한 채 그냥 비서 처럼 움직였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누가 따져 물었다. 비서하고 참모의 차이가 어디에 있는지 아느냐고 말이다. 비서는 시키는 대로 하고, 참모는 어떤 사안이 일어 날 경우 본질을 파악하고 분석해서 대안을 제시한 후 시장에게 앞으로 벌어질 사태까지 예견해 보고하는 사람이라고 구별해 준다.
이 말의 뜻은 결국 이 시장에겐 비서가 있을 뿐 진정한 참모가 없다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 광주시에는 이 시장이 시키는 대로 따라서 하는 비서행정만 필요하지, 결코 참모 행정은 별로 의미가 없다.
왜냐면 이 시장이 너무 행정을 잘 아는 전문가인데다 홀로 깨끗하고 청렴하고 독야청청해서 범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시장의 청렴도는 그렇다 치고 민간공원 사업자 결정 과정에서 우선 협상대상자가 뒤바뀐 이유는 뭘까. 궁금하다.
이 시장 자신이 행정달인이라는 자만심의 발로가 아닐까 싶다. 이 시장은 성격상 국장급들이 결재서류를 가지고 올라가면 뚜렷한 지침을 주지 않는다.
그 대신 자신이 생각한 의지와 다른 쪽을 지적한 뒤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결재를 물리치면 담당 국장은 “이게 시장의 뜻이구나”하면서 정책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꼭꼭 찍어서 결정해주면 일하기 쉬울 텐데 이도 저도 아닐 경우에는 행정행위를 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그 결과 이 시장과 국장급 사이에는 물과 기름 처럼 괴리가 발생할 때가 더러 있다 한다.

그러다 보니 행정부시장의 입김이 간부들에게 먹히게 되면서 오늘의 사태에 이르게 됐다고 말하는 것도 그래서다.
이쯤에서 영장이 청구된 행정부시장과 감사위원장 중에 누가 결정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검찰 칼끝의 향배를 가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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