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안전, 최후의 보루는 누구인가?
여객선안전, 최후의 보루는 누구인가?
  • 이승훈(논설위원/정치학박사)
  • 승인 2019.10.30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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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논설위원/정치학박사)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마다 안전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있다,
이들 분야에서 안전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없거나 제 역할을 할 수 없을 상황일 때 반드시 대형사고로 이어졌다.
그래서 안전에서 최후의 보루에 종사하는 사람이 필요하며 그들의 업무는 독립성, 공정성, 공공성이 확보되어야하는 이유이다.

1970년에 발생한 여객선 남영호 해양사고를 살펴보자. 그러니까 그해 12월 연말연시에 맞춰 육지로 보낼 감귤상자가 서귀포항과 성산포항에서 선박으로 적재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12월 14일 17시경 서귀포-성산포-부산 노선 정기 여객선 남영호(정원 321명, 최대 화물적재량 130톤)는 서귀포항에서 승객과 선원 210명과 함께 감귤상자를 싣고 출항하여 성산포를 거쳐 여객 128명과 감귤을 추가로 적재하여 부산으로 운항을 시작했다. 
출항 할 때 화물의 선적이 적정한지 여부를 판단해 주거나 선박의 위험성을 확인 해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선사의 이익을 위해 어떻게든 화물을 많이 적재하여 육지로 이송해주기만을 바라고 요구하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남영호는 출항했고, 다음날인 12월 15일 새벽 1시경 전남 여수 남동쪽 28마일 해상에 이르자 갑작스러운 돌풍으로 선체가 왼쪽으로 기울면서 화물선은 넘어지고 말았다. 
화물이 넘어지면서 아슬아슬하게 유지해왔던 복원력을 상실하면서 선박이 전복되기 시작한 것이다.
본선의 위험을 감지한 선장은 긴급구조신호를 타전하였지만, 신호를 받아 줄 육상의 무선국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멀리 있던 일본의 해상보안청 순시선 구시카키호에서 신호를 수신하였고, 구조 활동과 동시에 해경에 전문을 보내 구조 활동을 요청하였다.
하지만 여객선을 전담하여 안전관리를 하는 주체는 없었다. 이 해양사고로 전체 승선인원 338명 중에 12명만이 구조되고, 선박은 침몰되어 당시 기술로는 인양이 불가해 화물과 선체는 모두 상실되었다.

남영호 해양사고의 교훈은 어느 누구도 선주의 그러한 요구를 막거나 제지할 수 있는 처지에 있는 사람이 없었다는 대목이다. 
선장은 정원인 321명을 넘긴 338명을 싣고 화물은 화물구역을 넘어 창고 덮개 위에 감귤상자를 쌓았다. 화물적재톤수를 4배나 넘긴 540톤을 적재하고 안전하지 못한걸 알면서도 출항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선임 선장이 선주의 의견을 무시하고 최대 승선인원과 적재량을 넘길 수 없다는 주장을 하다가 그 자리를 뺏겼기 때문이다.
선장이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건 무척이나 안타깝지만 선장 한 사람에게 모든 비난을 돌리기에는 시대적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것을 모두 이해할 것이다.

지금은 선박이 대형화 되고 건조기술이 발달하여 예전보다 훨씬 나아졌지만, 기상여건을 분석하고 선박의 제원과 성능에 따라 운항 가능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기상정보만을 수치화하여 결정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선박의 운항조건을 이해하고 기상정보를 이용하여 판단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한 것이다.
또한, 선박을 통한 화물의 운송은 예나 지금이나 제한된 구역 안에 화물을 얼마만큼 선적하느냐에 따라 선주의 이익이 결정된다.
선주입장에서는 선박의 운항을 통하여 금전적 이득과 함께 안전운항을 담보해야 하는 것이 최종의 목표이지만 쉽지 않다. 더욱이 도덕적 해이가 만연해지면 상황은 심각한 방향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런 일들을 막기 위해서 선장의 권한과 책임을 법적으로 명시되었다고 하지만 선장 역시 고용된 노동자에 불과하여 안전문화가 정착되지 않는 한, 회사에 소속된 선장 한 사람에게 모든 기대를 걸기에는 부족한 무엇인가가 있다.
이에 회사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연결되지 않고, 선박의 안전성을 점검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한 것이다. |
예컨대 이른 아침부터 해상에 짙은 안개가 끼었을 때 수천 명의 여객의 발길을 막고 출항하는 뱃길을 막아서는 최후의 보루가 있기에 여객선의 안전은 담보되는 것이다.
남영호 해양사고를 계기로 탄생한 해운법 제22조의 ‘선박운항관리자’는 태생적으로 ‘최후의 보루’가 되도록 만들어진 직업이 아닌가 싶다.

한국해역을 지나는 선박의 통항량이 늘었고, 해상교통안전이 중요한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여객선은 다수의 국민이 이용하는 선박의 안전을 위해서는 교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여객선의 교신을 전담하면서 해양사고 발생 시 초기에 상황관리를 하는 전문 조직이 필요한 것이다.
승선경험을 통해 선박의 운항조건 및 기상상황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기상상황별로 여객선의 운항 가능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선박의 출항 전에 선박의 복원성 등을 확인하고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운항 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녀야 한다. 
SSB 및 VHF 등 통신장비를 사용하여 여객선과의 교신을 전담하면서 해양사고 발생 시에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조직된 사람이 바로 ‘선박운항관리자’이다.
앞으로 국민안전을 위하여 지금보다 진보된 과학적 안전운항관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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