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145) 삼일포(三日浦)
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145) 삼일포(三日浦)
  •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 승인 2019.10.29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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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멀리 날아가고 바다는 끝없이 열렸는데

자연은 모두 절경이요 살아 숨 쉬는 휴식처 역할을 한다. 금수강산 어디를 가나 아름다운 자연을 볼 수 있고 살아 꿈틀꿈틀 숨 쉬는 모습도 본다. 그럼에도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훼손된 흔적이 곳곳에 자리하지만 그나마 우리는 잘 보존했고, 보존하려는 국민적인 의지 속에 자연을 잘 지키고 있음은 참 다행이다. 시인들이 금강산 삼일포를 찾아 아름다운 절경을 보고 썼던 시문이 많다. 해금강을 관광하고 난 후 삼일포를 보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三日浦(삼일포) / 전우치

늦가을에 바닷가에 서리는 차갑고

바람결 소매잡고 퉁소 소리 들리는데

달빛도 맑게 어울려 삼십육봉 봉우리.

秋晩瑤潭霜氣淸     仙風吹送紫蕭聲

추만요담상기청      선풍취송자소성

靑鸞不至海天闊     三十六峯明月明

청란부지해천활      삼십육봉명월명


새는 멀리 날아가고 바다는 끝없이 열렸는데(三日浦)로 제목을 붙여보는 칠언절구다. 작자는 전우치(田禹治:?∼?)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늦가을 바닷가의 서리 기운은 이렇게도 차가운데 / 차가운 바람결에 퉁소 소리만이 아련하게 들리는구나 // 새는 저 멀리 날아가고 바다는 끝이 없이 열려 있는데 / 삼일포 삼십 육봉 봉우리마다 달빛만이 밝구나]라고 번역된다.
위 시제는 [금강산 삼일포에서]로 번역된다. ‘전우치전’에는 개성에 사는 전우치란 사람이 신기한 도술을 얻고 숨어 살았는데, 해적의 약탈과 흉년으로 백성들이 비참한 지경에 이르자 ‘천상선관’으로 변신하여 왕에게 나타난다. 옥황상제의 명령이라면서 황금들보를 만들게 하고, 그 들보를 외국에 팔아 산 쌀 수만 섬으로 백성을 구휼한다는 내용이다.
시인은 도술에도 능란했지만 시상에도 뛰어났음을 알게 한다. 늦가을 바닷가의 서리 기운은 차가운데 바람결에 퉁소 소리만이 아련하게 들린다고 했다. 차가운 날씨에 아련히 들리는 풍소소리를 들었던 모양이다.
시인은 도가의 이단사상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 자주 일컬어지고 전설의 주인공으로 부각하면서 대동야승(大東野乘)·어우야담(於于野談) 등에도 나타난다. 새는 멀리 날아가고 바다는 끝없이 펼쳐지는 자연을 보면서 구성지게 묘사하고 있다. 삼일포의 삼십 육봉 봉우리마다 달빛이 맑게 비춘다는 기행시 형식으로 펼치면서 자연을 조화롭게 묘사해 내고 있다.
위 감상적 평설의 요지는 ‘서리 기운 차가운데 퉁소소리 들리누나, 바다 끝이 열렸는데 육봉 마다 달빛 가득’ 라는 상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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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전우치(田禹治:?∼?)로 조선 중기의 기인이자 환술가다. 중종 때 서울에서 미관말직을 지내다가 사직하고 송도에 은거하며 도술가로도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백성을 현혹시켰다는 죄로 옥사했는데 뒤에 친척들이 이장하려고 무덤을 파보니 시체 없이 빈 관만 남아 있었다고 전하고 있다.

【한자와 어구】
秋晩: 늦가을. 瑤潭: 바닷가. 霜氣淸: 서리 기운이 차다. 차갑다. 仙風吹: 신선 같은 바람이 분다. 곧 선풍이 분다. 送: 보내다. 紫蕭聲: 신선의 퉁소소리. // 靑鸞: 꿩과 새(난새를 뜻함). 不至: 끝없이. 海天闊: 바다가 광활하게 열렸다. 三十六峯: 삼십육 봉우리마다. 明: 밝다. 月明: 달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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