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록 전남지사, 거저 퍼주는 게 ‘인재 육성’인가요?
김영록 전남지사, 거저 퍼주는 게 ‘인재 육성’인가요?
  • 박병모 기자
  • 승인 2019.10.07 0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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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새천년인재육성‘설명회…’공무원‘식 발상 한계
’전남스타 200인‘은 스포츠·예술분야 국한
4차 산업 대비 중국 ’천인계획‘ 롤 모델 삼아야
김 지사 ’재선용 포퓰리즘 행정‘ 도마에

[시민의소리=박병모 기자] 호랑이를 크고, 굵게 그리라 했더니 고양이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전남도가 추진하는 「새천년 인재육성 프로젝트」추진계획 설명회에 참석 박병호 행정부지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전남도가 추진하는 「새천년 인재육성 프로젝트」추진계획 설명회에 참석한 박병호 행정부지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영록 전남지사가 선거공약으로 내건 프로젝트이고, 전남도민들이 그렇게 바라고 염원하는 것이기에 사실 기대가 컸던 게 사실이다.
어찌보면 전남을 떠나 국가적 프로젝트로 발전시켜도 좋을 성 싶은 거창한 계획이라는 심사에서다.
중국 덩샤오핑(등소평)의 개혁개방정책의 하나로 추진된 2008년의 ’천인계획(千人計畫)’처럼 말이다.
해외 스타 과학자 등 고급인력 1,000명을 키워 모국발전에 필요한 과학·기술·금융 등의 분야에서 최고의 두뇌를 대거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한 야심찬 프로젝트로 중국은 해외 유학파들을 끌어들임으로써 인터넷과 스마트폰, 바이오산업 등 기초 및 자연과학을 독보적으로 발전 시켰다. 그러면서 인재들을 4차 산업혁명의 첨병으로 활용함으로써 미국과 무역 분쟁을 일으킬 정도의 세계 강대국으로 부상했다.

‘인재, 곧 사람을 키워야 국가 또는 지역발전의 자산과 동량이 될 수 있다’는 믿음 하에 전남도가 추진하는 「새천년 인재육성 프로젝트」추진계획 설명회에 참석했다.
중국 만큼은 아니지만 베트남의 ‘도이모이(doimoi,혁신)’처럼 미래 전남의 발전을 견인할 인재를 키우겠다고 김영록 지사가 나선지라 잔뜩 호기심이 앞섰기에 큰 맘 먹고 현장 취재를 나갔다.
4일 열린 설명회에 나온 참석자들은 300여개의 좌석을 가득 메웠지만 전남도교육청 관계자와 학부모들이 대부분이었다. 내빈으로 소개한 이들도 전남도교육청 간부가 전부다.
행사가 시작되자 김 지사를 대신해 참석한 박병호 행정부지사는 연단에서 간단한 인사말을 한 뒤 빠져나간다. 별로 관심이 없다는 식으로 휑 나가는 모습에 필자로서는 ‘혹시 이번 행사를 너무 크게 바라봤나’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이어 조명이 꺼지고 프리젠테이션이 시작됐다. 「새천년 인재육성 프로젝트」 추진계획이라는 거대한 슬로건과는 달리 시간이 갈수록 초라하다 못해 ‘이건 아닌데...’라는 조바심이 날 정도다.

3개 분야 12개 중점 사업으로 이뤄진 「새천년 인재육성 프로젝트」PT 자료
3개 분야 12개 중점 사업으로 이뤄진 「새천년 인재육성 프로젝트」PT 자료

32쪽에 달하는 PT자료는 백화점식 나열에 불과했다. 1분야에 2페이지 분량의 4가지 사업, 모두 3개 분야 12개 사업 모두가 초·중·고·대학생과 농·어업인에게 아카데미 교육을 하거나 그럴싸한 명목으로 해외연수를 보낸다는 게 주류을 이룬다. 지원 대상과 인원수에 따라 다르지만 한 개의 중점 사업 당 적게는 5천만 원에서 많게는 12억까지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알아차린 일부 학부모들은 행사장 양 옆에 마련된 부스에서 자신의 자녀를 해외연수 시키겠다는 요량으로 열심히 명부를 작성하기에 바쁘다.

좀 더 세세하게 들어가 ’미래인재‘,  ’글로벌 인재‘,  ’선도인재‘ 등 3개 분야에서 각각 4가지 중점 사업, 그러니까 모두 12개 사업의 지원형태를 조목조목 따져보기로 하겠다.

먼저 ’미래인재‘ 분야의 하나인 ’예능인재 키움 사업‘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꿈과 재능을 포기하는 초중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전문적인 역량을 개발한다는 게 목표다. 서류심사와 면접시험을 거친 120명을 대상으로 2억 원을 내년 3월부터 1년간 지원하되 토요일과 방학기간을 활용해 분야별 전문교육을 실시한다.
다음으로 ’행복한 꿈, 가족 캠프‘는 사춘기 자녀와 부모가 함께 하는데 200명을 대상으로 한다. 올 12월19일~21일 2박3일 동안 도내리조트에서 실시하는데 1억2천만 원을 책정했다.
’도울 인재학당 운영‘ 사업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는 인문학적 소양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50명을 대상으로 방학철인 1월에 해남 가학산 자연휴양림에서 4박5일 동안 운영한다. 예산은 5천만 원이다.
’청년 무한 도전 프로젝트‘의 경우 청년 스스로의 잠재력을 키우기 위한 거란다. 올 11월부터 내년 2월까지 1팀 3명으로 구성된 30개 팀을 꾸려 팀당 1천만원 이내에서 모두 3억5천만 원을 지원한다.

앞서 열거한 ’미래 인재‘ 육성 분야의 4개 중점사업은 모두 7억2천만 원이 쓰여진다. 물론 안하는 것보다는 이렇게 돈을 들여 학생들을 보살핀다는 게 낫겠지만 일회성, 단발성으로 추진하는 사업 자체가 인재 육성이라는 본질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학생들을 상대로 한 교육프로그램이라면 차라리 전남도교육청에 예산을 지원하고 중·장기적 측면에서 운영하는 게 나을 성 싶다. 그런데 전남도가 욕심 사납게 효율성도 없이 돈을 움켜쥐고, 나눠주고 끌고 가는 이른바, ’원맨쇼‘형태는 바람직하지 않다.

「새천년 인재육성 프로젝트」추진계획을 한눈에 들여다 볼 수 있는 자료.
「새천년 인재육성 프로젝트」추진계획을 한눈에 들여다 볼 수 있는 자료.

다음으로 세계를 선도하는 ’글로벌 인재‘분야에 이르자 구미가 당겼지만 이 또한 선택과 집중이 결여된 ’포퓰리즘‘ 예산지원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글로벌 문화체험 캠프‘는 중학생을 대상으로 영국과 호주로 한 달을 보내 어학능력을 향상시킨다는 거다. 자그마치 9억3천4백만원(자부담 1억3천4백만)을 들인다. 학부모 대신 전남도가 글로벌 마인드을 심어주는 격이다.
’글로벌 노벨캠프‘도 마찬가지다. 노벨상을 수상한 해외연구소에 고등학생들을 보내 과학적 탐구와 창의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돕고자 함이다. 1인당 연수비용으로 6백만 원을 지급하니까 모두 4억이 들어간다.
’글로벌 마이스터 현장 연수‘의 경우 기술 분야 우수학생들에게 유럽 마이스터 선진기술을 벤치마킹 하라고 1월에 13박14일 동안 실시한다. 독일과 프랑스 등지를 보내는데 30명 학생에게 2억을 지급한다.
’글로벌 비전 캠프‘는 지역발전을 위해 고민하는 대학생들을 위한 거란다. 1월 중에 도내 리조트에서 100명을 대상으로 3억4천을 쓴다.

그러니까 ’글로벌 인재육성‘의 경우 중학생만 보내기엔 뭐 하니깐 형평성 차원에서 고등,대학생을 넘어 지역문제를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해외연수의 맛을 보게 하거나 교육을 시켜 고루고루 혜택이 돌아가도록 한다는 복안이다. 모두 18억4천4백이 쓰여진다.

’창의·융합형 선도인재‘분야에 이르렀을 때 동공이 멈추면서 ’전남스타 200인 육성‘에 집중력을 더했다.
기자의 시각에서 볼 때 ’새천년 인재육성 프로젝트‘라는 거창한 구호 대신 이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면 구체적이고, 현실감 있게 다가 올 텐데 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다른 분야는 몰라도 앞서 설명한 중국의 ’천인계획‘처럼 다가올 4차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 갈, 말 그대로 인재를 ’창의·융합형‘, 더 나아가 ’통합형‘으로 아우르는지 알았더니 어쩌랴! 체육과 예술분야에서 재능 있는 사람을 지칭한다.
물론 스포츠 선수들이 스타가 되면 전남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데 보탬이 되겠지만 한사람의 과학자나 기술자가 10만 명을 먹여 살리는 것과 비교한다면 후자를 택할 성 싶다.

30여분의 설명회를 지켜보면서 김 지사의 의중이 실리지 않은, 그야말로 전남도 공무원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구나 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김 지사가 그리는 인재육성 프로젝트는 전남도 독단의 추진이 아닌 전남도교육청과 국공립사립대학, 경제계, 상공회의소, 도내 대기업 및 강소기업, 농어민단체, 호남향우회, 22개 시장군수, 호남향우회, 시민사회, 언론인 등을 한데 아우른데 의미가 있는데 말이다.
그러려면 ’새천년 인재육성을 위한 범도민위원회‘를 먼저 꾸리고, 이를 통해 내부의 치열한 논의와 토론을 거쳐 ’전남 인재‘의 개념과 방향성을 정했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도내 모든 기관과 단체로부터 추진전략과 중점사업에 대한 여론 수렴을 거치고 적극적 참여를 역설했다면 김 지사의 리더십과 인재육성 의지가 퇴색되지는 않았을 게다.

말하자면 인재육성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전남도가 독단적으로 추진하는 식이 아닌 도민 전체를 이끌고 아우르면서 뒤에서 말없이 지원하는 형태의 절차적 정당성을 간과했다는 애기다.

이렇게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지다 보니 인재육성의 본질은 외면한 채 ’있는 예산 거저 퍼주는 식‘의 지적이 뒤따르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벌써부터 김 지사가 ’재선용 포퓰리즘 행정‘에 나선 게 아니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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