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신 과장, '기능성 농식품 원료은행'키워 행복 전남으로
김영신 과장, '기능성 농식품 원료은행'키워 행복 전남으로
  • 박병모 기자
  • 승인 2019.09.19 1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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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 농식품유통과장,사시사철 근심 속 창의성과 열정으로 공직생활
전남 “기능성 원료은행” 국비 150억 확보…내년부터 잰걸음
추석연휴 광주송정역 앞서 전남 10대 브랜드 쌀 홍보 앞장
올 로컬푸드 직매장 전국 공모사업 14개 중 절반 선정

[시민의소리=박병모 기자] 비 오고, 눈 내리고, 바람 불고, 가뭄 들어도, 사시사철 근심 걱정 속에 공직생활을 하는 부서가 있다.

속칭 '전라도 거상'으로 불리는 김영신 전남도 농식품유통과장

관료들이라 누릴 것 다 누리고 사는데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반문할 수 있겠다. 농민들과 함께 그처럼 속앓이를 하면서 애환을 함께 하는 공무원이 어디 있냐면서 말이다.
추석을 앞두고 태풍이, 가을장마가 지나갔다 싶더니 아프리카 돼지 열병이 중국에 이어 우리나라에 상륙한 작금의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 여기에 적조가 남해안에 스멀스멀 나타난다.

이런 돌발변수에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하더라도 ‘농도 전남’의 뿌리인 농민들의 삶의 질이 더 나아져야 한다는 소명 의식을 갖고 근무한다. 그런 공직자를 꼽으라면 단연코 김영신 전라남도 농식품유통과장을 소개하고 싶다.

그를 처음 만나기 위해 사무실을 찾아갔다. 부산에서 가장 잘나가는 부자동네인 해운대 광안리에서 전남도 농수축산물 직판장을 해보겠다는 두 명의 후배와 함께 갔을 때다. 처음 보는 김 과장의 목소리는 어눌한 듯 자상했고, 뭔가 민원인을 위해 행정기관에서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지원하려는 자세가 적극적이다. 심지어 농협 대출 건까지 챙기고 직접 전화로 알아보는 자세가 열정적이다 못해 미안할 정도였다. 때 마침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때문에 미국 바이어가 생오리 수입선을 한국, 아니 전남으로 하고 싶다고 해서 여쭸더니 담당 부서를 넘어 꼭 다른 지역이 아닌 전남산 생오리가 수출길에 오르도록 해줬으면 하는 눈치다. 그의 말과 행동이 가슴을 때린다.

어찌보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귀찮은 일로 여기고 점잖게 부산사람들을 그저 그런 민원인 취급을 했을 법도 한데 통상적으로 밖에서 관료들을 생각하는 모습과는 정 반대다.
사무실을 나오면서 요즘에도 저런 행정마인드를 가진, 말하자면 ‘원스톱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공직자가 있나 싶을 정도였다. 일이 잘되고 안 되고의 결과를 떠나 “요즘 보기 드문 공직자도 있네”라는 공감대를 이뤘다.
도청 내 여론과 평판을 들어보니 ‘참 공직자’라는 말에 모두가 호응하는 분위기다.

그래서 인터뷰를 요청했더니 “제가 하는 일이 뭐가 있다고 그러십니까” 손사래를 친다. 추석 명절 때 쉬지 않고 농협직원과 도청, 시·군 공무원들이 광주송정역 앞에서 귀성·귀경객을 맞아 전남 쌀을 나눠주고 홍보하는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그랬다고 했더니 한발 물러선다. 전남에서 생산된 쌀을 500g씩 담아 나눠주고 집에 가서 밥을 지어 먹은 뒤 ‘미질이 좋다’ ‘맛나다’고 생각되면 언제든 주문하라는 홍보 전략이다. 마케팅 전략이었다.
그리되면 복잡한 유통단계를 줄임으로써 생산자인 농민 입장에서는 제값을 받아 좋고, 소비자 입장에선 싼 가격으로 구매하는 형태다. 그야말로 서로가 윈-윈 하는 직거래 형태의 시발점이 되는 것이다.

남들이 쉬는 추석 명절에 그런 소소하고도 정성이 담긴 홍보마케팅 전략이 없었다면 전남에서 생산되는 10대 브랜드 쌀이 전국 품평회에서, 아니 여성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진 못했을 게다.
아시다시피 전남 친환경 쌀은 여성 가족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해마다 후원하는 ‘여성이 뽑은 최고의 명품대상’을 13년 연속 휩쓸었다. 여기에는 전국 친환경 쌀 인증면적의 65%를 차지한데다 첨단 친환경 도정시설에서 뉘를 걸러내는 작업을 거쳐 가공한 쌀이라고 정평이 난데 따른 것이다.
이러한 브랜드와 인기를 한 몸에 안고 친환경 쌀은 광주와 전남은 물론 수도권과 경기도 등 전국 학교 급식용은 물론 대형 유통업체와 기업체로 판매되기에 이른다. 롯데슈퍼와 전남산 농수축산물을 무려 1천억 원 어치를 사주기로 구매약정을 맺었다. 구매력과 소비 촉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셈이다.

쌀 뿐만이 아니다.
전남도에서 생산되는 농식품은 남도장터라는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판매된다. 대형유통업체 쇼핑몰 17곳에는 남도장터에 입점한 532개 업체, 4,075여개에 달하는 품목들이 ‘전라남도 산지 우수상품전’명패를 달고 소비자를 기다리고 있다.
이런 판매 전략은 로컬푸드 전국 판매망으로, 공영 홈쇼핑과 업무협약으로, 중국의 한두이서 쇼핑몰 전문점과 구매계약 및 업무협약으로 이어지고 있다.

김 과장은 올해 1월 농산물유통과로 발령 나면서 제일 먼저 구상한 게 로컬 푸드 소비 확대를 위한 공급망 구축이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하는 2019년 로컬푸드 직매장 공모사업에서 전남도가 전국 14개 중 7개가 선정됐다. 말하자면 전국의 50%를 차지한 셈이다. 그래서 국비 15억을 우선적으로 확보했다.
현재 로컬푸드 직매장은 광주, 서울, 경기, 인천 등 대도시에 위치한 롯데슈퍼와 손잡고 개장을 서둘렀다. 현재 33개소에 문을 열고 있다. 전년 대비 10개를 늘린 셈이다. 이곳을 통해 출하약정을 체결한 생산농가는 7천88개에 이르고 가공식품 1만9천개 품목이 판매된다. 올 상반기 동안 338억원의 매출을 올린 게 이를 반증한다.
신선하고 안전한 먹거리와 생산자 얼굴이 있는 로컬푸드를 소비자들이 점차 선호하고 있어서다.

소비자의 직거래 신뢰도를 높이고 농가소득 증대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소위 ‘1석3조’의 기세를 몰아 김 과장은 서울한복판에 큰 굿판을 벌이기로 작심했단다. 전국 최초로 ‘2019년 대한민국 로컬푸드 큰 잔치’를 열겠다는 것이다.
‘로컬푸드 =전남도’ ‘농정의 핵심은 유통이다’라는 슬로건으로 전국적인 이슈를 선점하면서 도시와 농촌간 상생발전과 로컬푸드 소비촉진에 기여하기 위한 의지의 표현이다.
22개 시군과 농협이 참여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직거래 장터를10월8일부터 11일까지 서울 광장에서 여니까 많은 홍보 부탁하는 말도 잊지 않는다. 이름만 대면 전국적 명성을 얻고 있는 여수 갓김치, 영광 굴비, 완도 전복 등이 행차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도지사 품질인증업체를 대상으로 한 매출액 2조원 달성 프로젝트도 어찌 보면 이러한 큰 행사를 위해 착실한 준비를 해온 게 아닐런가 싶다.
이런 저런 얘기들이 오가다 이렇게 물었다. “김 과장이 마치 전남도 공무원이 아니라 전국을 호령하는 거상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더니 ”더 많은 일을 하고 싶은데 시간이 부족하다“며 너스레를 떤다.
그래서 가장 속상한 일이 있다면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농민들이 땀과 노력으로 생산한 쌀이나 제품을 일부 대형유통업체에서 가격을 후려치면서 거져 먹으려는 꼴을 보고 부아가 치밀었다는 것이다.

끝으로 ”공직자로서 덕목이 뭐냐“고 물었다. 질문을 기다리기라도 하듯 창의성과 열정, 소명의식이 있어야 한다고 답한다.
그리고는 ”핀란드 자일리톨 아시지요“라고 묻는다. 북유럽 여행을 가면 흔히 쟈일리톨을 사가지고 오는데, 그게 기능성 원료 하나를 가지고 산업화한 대표적인 케이스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2005년부터 지금까지의 매출액이 자그만치 2조원대에 이른다고 하면서 이를 모델로 한 ‘기능성 원료은행’을 전남 나주에 설치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다. 구체적으로 얘기해달고 했더니 전남에는 특별한 기능을 가진 우수 자원이 널려있는데 이를 활용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진도 강황(울금), 녹차, 해조류, 산수유 등에는 몸에 좋고 효능 있는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다며 이를 산업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뭐라 말할 수는 없다 정녕 좋기는 좋은데...“ 구례 산수유를 예로 들면서 얘기를 풀어나간 끝에 국비 150억원 중 실시설계비로 5억을 우선 확보했다고 자랑한다.

공교롭게도 정부가 효능이 판명된 기능성 식품을 과거와는 달리 표기하도록 했기에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먹거리 산업화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입을 지그시 깨물면서 R&D 자금과 마케팅 비용을 더해 적극적 지원에 나서겠다 한다. 현대인이 안고 있는 비만, 당뇨, 치매 등을 식품으로 치료할 날이 오리라는 굳은 신념이 울림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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