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서 본 지구
달에서 본 지구
  • 문틈 시인
  • 승인 2019.09.05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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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 간 우주인이 촬영한 달의 지평선에 떠오르는 장엄한 지구의 모습을 본 적이 있다. 하얀 구름 사이로 대륙과 바다가 보이는 지구는 그 자체로 푸른 구슬처럼 보였다. 사람들은 우주인이 달에 가기 전에는 인간이 달에서 지구를 본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달은 그저 언제까지나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가 있는 저 하늘에 있는 설화 속의 별이었을 따름이다. 달과 지구, 이 두 개의 별이 서로 인연을 맺고 수억 년, 수십억 년을 함께 해온 우주 역사에서 처음으로 인간이 달에 가서 지구를 촬영한 사진 한 장은 여러 가지로 내 생각을 흔들어 놓았다.

지구에서 쳐다본 달과는 달리 달의 지평선에 떠오른 지구는 보석처럼 찬란하게 빛나 보였다. 달에서 동물을 보면 쫓아가보겠다는 우주인의 농담과는 달리 달은 거친 사막, 바위언덕과 분화구만이 있는 황량한 침묵의 별이었다.

달에 착륙한 우주인들은 달 표면에 수백만 년이 가도 없어지지 않을 인간의 발자국을 남겼다. 달은 그 순간 지구라는 푸른 생명체를 바라보는 전망대 같았다. 인간의 달 착륙 사건은 직접 인간이 달에 발을 디딘 엄청난 일이었지만 어쩌면 지구라는 별의 재발견에 더 큰 의미가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달에서 찍은 지구 사진은 우리가 아는 한 우주에서 생명이 살고 있는 유일한 별임을 다시 확인해주었다. 푸른 별 지구는 달의 냉랭한 침묵과는 달리 숨 쉬는 생명의 요람으로 보였다. 그 순간 지구는 국경선도, 이념도, 대립도 없는 순수한 하나의 생명체였다.

문득 나는 지구라는 별에 살고 있는 모든 인간이 어디에선가 날아와 지구에 착륙한 우주인이라는 생각을 한다. 어디에선가 온 곳으로 되돌아갈 우주선을 버리고 지구의 곳곳에 정착하여 대를 이어 살고 있는 인간의 얼굴을 한 우주인이라는 말이다.

인간이 지구에 착륙하기 전부터 살고 있었던 동물들, 식물들과 함께 어울려 살며 그리고 땅과 바다의 변화무쌍한 현상을 탐사하며 인간 우주인은 수십만 년 동안 지구에 정착하여 살아오고 있다. 생각할수록 기적 같은 일이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우리는 지구에 착륙한 우주인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높은 산봉우리에 올라가서 산 밑을 내려다보면 마을과 강과 들이 한눈에 들어와 사람살이의 모습이 새롭게 보이듯 달에서 한눈에 본 지구의 모습 또한 사람들이 지지고 볶으며 사는 아름다우면서도 애틋한 별이다.

달에서 한눈에 보이는 조그마한 지구별, 지구는 서로 싸우고 살기에는 너무도 외롭고 작다. 마땅히 서로 사랑하며 살아야 할 별이다. 달에 착륙한 우주인들이 달에서 서로 싸우고 지내는 일이 얼른 상상이 되지 않는 것처럼 지구별에 온 우주인들도 하찮은 일로 다투고, 전쟁을 하고, 미워하며 산다는 것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미국은 다시 달에 우주인을 보낼 계획을 세우고 있다. 중국은 달의 뒷면에 우주선을 착륙시켜 탐사중이다. 인도도 달에 우주선을 보낼 계획으로 준비 중이다. 여러 나라들이 지구별의 이웃사촌 달에 사람을 보내고 우주선을 보내려는 이유는 과학적인 이유에서다.

그러나 그 중심에는 우리가 사는 지구별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려는 목적이 있다. 우리가 착륙해 살고 있는 지구의 속속들이를 알아보기 위해 달이라는 전망대에 가서 살펴보려는 것이다. 지구는 얼마나 작은지, 지구는 얼마나 아름다운지, 얼마나 소중한지, 산봉우리에 올라가 마을 보듯이.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이 있다. 내 생각컨대 흡사 지구가 그런 모습 같다. 우리는 지구에 착륙한 최초의 우주인의 눈으로 지구에 살 수 없을까. 달에서 지구를 본 우주인의 눈으로 지구를 사랑할 수는 없을까.

더도 덜도 말고 달빛 고운 추석명절이다. 사랑스런 대지가 길러준 곡식과 과일을 차려놓고 하늘과 조상과 그리고 지구별에 감사를 드리는 명절, 나는 모든 인간들이 지구별에 막 착륙한 우주인 복장을 한 모습을 상상해본다.

달에 간 우주인 중에는 달 표면에서 울기도 하고, 무릎을 꿇고 기도한 사람도 있었다. 그들은 말한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인류는 하나라는 신비한 느낌을 맛보았다’고. 이 순간 나는 상상으로나마 사람들이 모두 달에 가서 지구를 본 우주인의 마음이 되어보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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