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광주박물관(관장 김승희)은 임진왜란 때 일본에 포로로 잡혀 갔다가 탈출한 기록인 보물 제311호 ‘노인 금계일기’(魯認錦溪日記)를 광주에 거주하는 후손으로부터 수탁 받았다고 밝혔다.
‘금계일기’는 노인(魯認)이 임진왜란 당시 일본에 포로로 잡혀갔다가 명나라로 탈출한 뒤, 귀국할 때까지의 일본과 중국의 풍물을 기록한 일기다.

그는 내수사 별제(內需司別提)로 있다가 고향인 나주에 있는 동안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권율의 휘하에 들어가 의병으로 활약하였다. 그러던 중 1597년(선조 30) 8월에 남원 전투에서 포로가 되어 왜국으로 끌려갔다.

일본에서 명나라 사신 임진혁 등과 함께 탈출을 계획하여 배를 타고 중국 복건성에 도착하였다. 그는 학문에 능하고 글씨도 잘 써 중국 문인들과 교류를 하며, 무이산의 주자서원과 여산폭포, 임포가 살던 서호 등을 함께 다녔다.
이후 포로로 잡혀 있던 동안 탐지했던 왜적의 실정을 알리고 부모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본국으로 송환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하여 명나라 정부로부터 귀국 허가를 받았다. 돌아오는 길에 공자가 살던 옛 땅을 지나며 공자묘에 참배하고, 북경을 거쳐 돌아왔다.

이 책은 앞부분과 뒷부분의 일부가 사라져 1599년(선조 32) 2월 22일부터 6월 27일까지의 기록만이 남았다.
일기에는 시마즈 요시히로의 밑에서 포로 생활을 할 때부터 탈출할 때까지 우리나라의 문물제도를 그들에게 소개한 내용과 그들의 풍속, 습관 및 포로들에 대한 대우, 탈출 경위 등을 기록하였다.
한편, 중국에서 생활을 하며 그곳 사람들의 생활과 문화에 대한 것들을 구체적으로 기록하였다.

노인의 후손들은 200년이 지난 뒤 그의 일기와 시문을 모아 ‘금계집’을 펴냈다.
‘금계집’의 권두에 율곡 이이, 하서 김인후, 눌재 박상, 제봉 고경명과 나눈 시가 있으며, 중반부에는 명나라 신종 황제의 조서와 선조의 교지가 실려 있다. 후반부에는 노홍과 관련된 글이 실려 있다.

조선에 돌아 온 노인은 1604년(선조 37) 통영 앞바다에 나타난 왜군을 물리치는 성과를 거뒀으며, 당시의 상황은 국립광주박물관에 소장된 ‘당포전양승첩도’(唐浦前洋勝捷圖)에 남아있어, 이번에 수탁된 ‘금계일기’는 역사와 문화적 가치 또한 크다고 할 수 있다.

국립광주박물관 김승희 관장은 “이번에 수탁된 의병장 노인의 ‘금계일기’뿐 아니라 남도 출신 의병장의 활약상을 지속적으로 소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어진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