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의 기준엔 결코 '답'이 없다
미의 기준엔 결코 '답'이 없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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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미스코리아대회를 다녀와서
5월은 어린이, 어버이날 등 유난히 많은 행사가 열린다. 또한 뭇 남성들의 시선을 TV앞에 고정시키며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미스코리아'도 5월에 빠지지 않는 연례행사이다. 하지만 객관화된 틀에 박힌 '미'를 거부하며 당당히 자신만의 진정한 '미'를 추구하고자 하는 '안티미스코리아 대회'가 지난 11일 열렸다.

'운동하는 여성이 아름답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대회는 500여명이 넘는 관객들과 취재진들이 참여해 성대하게 막을 올렸다. 특히 이번 '안티 미스코리아 대회'는 "여성의 성 상품화, 획일화된 미의 기준 반대"등을 요구하며 그들이 줄기차게 외쳐온 미스코리아 대회 방송이 금지돼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열기를 내뿜었다. 4회를 맞은 이번 대회는 '여인천하지대본' 등 총 11개 팀이 참여해 '미'의 본질을 알리는 동시에 여성의 체육활동에 대한 편견에 거침없이 문제제기 했다.

참여한 이들도 여성뿐만 아니라 '여자 일색'인 미스코리아에 안티를 걸 듯 남녀노소를 불문했다. 또한 대학생, 선생님, 한의사, 시각장애인 등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심상치 않은 차림(?)과 몸짓으로 관객들과 함께 즐기며 '대회'라기 보다 '축제'의 장을 마련했다. 안티 미스코리아 추진위원장 박옥희씨는 "웃고 뒤집으며 한판 신나게 놀아보는 안티 미스코리아 대회를 통해 진정한 여성의 아름다움을 알아갔으면 한다. 또한 새로운 대안문화 정착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라며 이번 대회의 의미를 밝혔다.

이화여대 응원단 '파이루스'의 신나는 응원전을 시작으로 다큐멘터리, 연극, 설치미술, 스포츠 댄스, 퍼포먼스, 모노드라마, 촌극 등 정형화된 형식을 과감히 깬 출연자들의 열띤 공연은 '안티 미스코리아 대회'가 지향하는 당당한 여성의 모습을 보여줬다.

©unews
운동하는 여성이 아름답다
여성 차별 고발하는 다큐·연극·설치미술
한의사부터 시각장애인까지 다양
이젠 '대회'보단 '축제'로 즐기자


'난장이의 뜀박질'이라는 주제로 모노드라마를 펼친 신지현씨는 "어렸을 때부터 키가 작고 '똥꼬땅'이라고 불려 키카 크기 위해 체육시간만 되면 매달리기만 했었다. 이제는 사회의 편판적인 시선에서 벗어나 작은 키를 나만의 매력으로 생각하며 당당히 살겠다"며 말하는 모습은 많은 이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왜 운동장이 싫은가'라는 퍼포먼스 공연에서는 중학교 체육시간에 "가슴 출렁거리는 것 좀 봐라!" 등의 말로 신체에 대한 수치심을 유발해 운동으로부터 여성을 소외시키며 성적차별을 했던 왜곡된 사회 시선을 꼬집었다.

또한 56세 철인 3종 경기를 시작했다는 강점례 할머니의 이야기는 여성의 거침없는 체육활동에 힘을 더했다. 뿐만 아니라 여자들조차 지저분하고 숨겨야 할 대상으로 치부해온 '생리대'를 소재로 한 미술 설치작품에서 여성에 대한 성적 선입견을 과감히 밖으로 드러냈다. 더불어 수상자에게는 '생리대 월계관'을 주었다.

한편 '안티미스코리아 대회'는 '미'에 대한 가치평가를 거부하며 '진, 선, 미'가 아닌 '안티미스코리아상, 웃자상, 뒤집자상, 놀자상'으로 상을 수여했다. 각각의 상 명칭에서도 보여지듯 '미'의 평가와 점수 매기기가 아닌 진정한 '미'를 찾아 함께 즐기고 어우르는데 의의를 두고 있다. 대상을 차지한 용인대 특수체육과 학생들은 "장애와 비장애인의 조화와 아름다움은 말이 필요 없다"라고 말해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결코 외모가 아님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외모지상주의가 낳은 이 시대의 '미'는 내면의 아름다움이 아닌 객관화, 획일화된 '미'로 변질되고 있다. 여성의 '미'가 상품화로 전락하고 있는 현재 '안티 미스코리아 대회'에 참관한 당당한 여성들의 모습은 참다운 '미'가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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