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에 길을 잃다
댓글에 길을 잃다
  • 문틈 시인
  • 승인 2019.08.29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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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글들에는 으레 댓글들이 달린다. 특히 신문기사는 더 그렇다. 요새는 유튜브같은 영상에도 수없이 많은 댓글들이 달라붙는다. 인터넷은 댓글 천지라고 할 수 있다. 댓글은 기사든, 에세이든, 영상이든 그 콘텐츠를 보고 독자의 소감을 말하는 것이므로 그것 자체를 하등 나쁘게 볼 이유는 없다.

문제는 댓글들의 대부분이 별 생각없이 쓰여진다는 것이다. 별 생각이 없이 쓴 댓글이어서 대부분 가볍기 그지없다. 개중에는 촌철살인의 위트와 재간이 있는 댓글도 없지 않다. 허나 그런 글은 드물고 그저 금방 떠오르는 감정을 툭 내뱉은 글들이 많다.

심지어는 글쓴이를 음해하는 글들도 수두룩하다. 급기야 댓글 때문에 자살한 경우도 한두 사람이 아니다. 사람의 목숨을 끊게까지 만든 댓글은 독침이나 마찬가지다. 좀 더 넓게 잡고 말하면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같은 데에 짤막하게 톡 쏘듯 올리는 잡글들도 댓글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분은 자신의 글이나 영상에 올라온 댓글은 아예 보지 않는다고 한다. 어지간한 강한 의지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렇게 하기 힘든다. 댓글은 너무 쉽게 쓰여지고 함부로 올라온다. 인터넷 글을 읽자마자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별별 욕설을 다는 사람도 있고, 최근에는 좌파, 우파로 나뉘어 진영논리로 볼썽사나운 공박을 벌이기도 한다.

댓글에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글들 자체도 확인되지 않는 유언비어 투성이고 진실과는 거리가 먼 글들이 태반이다. 이런 질 낮은 글에 대해 페이스북을 예로 들면, ‘좋아요’를 누르라 하고, 유튜브에도 엄지손가락을 위로, 아래로 그린 이모티콘을 누르도록 되어 있다. 독자나 시청자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표하게시리 해놓았다. 나는 이런 따위의 형식이 영 못마땅하다.

최근 우리 사회는 좌파, 우파로 나뉘어 날로 증오심을 부풀리고 있다. 서로 삿대질하는 것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댓글을 보면 아예 서로 상종하고 못살 것 같은 분위기다. 장관 후보자를 놓고 ‘나는 대통령이 지지하므로 그 사람을 무조건 찬성한다’, ‘그 사람의 말과 다른 불공정한 행태는 안된다’ 하고 난리가 아니다.

어느 편이냐 하면 나는 상식에 기대어 있다. 사회적 통념이나 상식을 기준으로 무슨 문제든 판단하는 쪽이라는 이야기다. 사회를 지탱하는 것은 상식이고, 그 상식이 모여서 통념을 만든다. 상식과 통념에 어긋나면 나는 찬성할 수 없다.

최근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를 둘러싸고 벌이는 댓글에 보이는 비난과 옹호의 난타전을 보면서 잠시 판단을 유보하고 대체 사회가 이래도 되는가싶다. 최소한의 예의나 윤리조차 벗어던지고 독설이 난무한다. 이래서 어떤 사람은 댓글 쓴 사람을 고발하며 ‘관용은 없다’고 엄포를 놓는 경우조차 있다.

지금까지 숱한 장관 청문회에서 보았듯이 대부분의 후보자들이 목욕탕에서 막 나온 사람처럼 깨끗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예를 들면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논문표절, 세금탈루 같은 것들에서 한두 가지 걸리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이게 어찌 그 사람들만의 허물이랴 싶다. 비난하거나 옹호하는 사람들 저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스스로를 들여다보면 찔리지 않은 사람이 없을 터이다. 흰 와이셔츠를 입고 바깥에 나갔다 오면 와이셔츠 깃에 때가 묻을 수밖에 없다. 인간이란 게 그렇다. 성자가 아닌 다음에야 구린내가 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인간의 한계다.

한데 장관 후보자에게 성자처럼 깨끗이 하라는 건 무리다. 그렇다고 내가 세상이 그러니까 장관도 한 그물에 든 고기이니 허물도 다 덮어주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지도자가 될 사람은 일반인보다 더 높은 도덕적 기준을 지녀야 한다는 쪽에 나는 서 있다. 문제는 그 정도다. 부와 특혜와 명예와 권력을 다 움켜쥐려고 불의를 저질렀다면 그건 정말 아니다.

우려하는 것은 한 문제를 놓고 지금처럼 우리 사회가 극단으로 갈려 진영논리로 패싸움을 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댓글을 보노라면 나라가 곧 망할 것 같고, 누구는 죽어 마땅한 사람 같고,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토착 왜구고….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아수라 상태다.

이 모든 난장판 같은 분열은 나라의 미래를 생각할 때 매우 안좋은 징조다. 마치 아프리카 흰개미떼가 속을 다 파먹어버린 바오밥나무처럼 큰 바람이 불면 쓰러지고 말 것 같은 분위기다. 댓글은 없애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댓글을 그냥 놔두는 것보다 훨씬 건전할 것이다. 지금 이 나라는 댓글 피해를 엄청 받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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