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 작가의 ‘빛이 열어놓은 내면풍경’조각전
공병 작가의 ‘빛이 열어놓은 내면풍경’조각전
  • 박어진 기자
  • 승인 2019.08.05 10: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8월7일~13일, 서울 인사동 G&j 광주,전남 갤러리에서

작가 공병은 조각의 본성에 충실하다는 점에서 모더니스트이고, 인공의 손길을 최소화함으로써 자연의 본성이 드러나게 돕는다는 면에선 자연주의자이다.

공병 작가의 당신의 행복 50x52cm
공병 작가의 당신의 행복 50x52cm

그런 공병 작가의 모더니즘 조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2019 SOlO EXHIBITION 공병 조각전’이 8월7일부터 13일까지 서울 인사동 G&j 광주,전남 갤러리에서 열린다.

그의 작품은 가급적 형상을 최소화하면서 나무면 나무, 돌이면 돌, 철이면 철 고유의 물성이 부각되게 만드는 끌림이 있다. 여기에 소재 자체가 암시하는 형상, 반쯤은 타고난 형상이 저절로 길을 찾아가도록 길을 터주는 태도를 취한다. 그리고 그는 상호간 이질적인 재료와 재료가 하나로 만나지게 하는, 일종의 ‘관계의 미학’을 도입한다.기성품의 도입에도 주저함이 없다. 식칼과 무쇠 솥과 같은 생활 오브제들이 자연 소재와 어우러진다.
처음부터 그런 형상이, 그런 조합이, 그런 조화가 있었던 양, 무미건조한 마르셀 뒤샹의 레디메이드와는 그 결이 사뭇 혹은 많이 다르게 친근하고 자연스럽다.

공병 작가
공병 작가

 

그런 만큼 관계의 미학은 차이에 대한 인식을 전제로 재료의 물성과 본성을 읽어내는 감각적 혜안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하다.
공 작가를 조각의 본성에 충실하다는 점에서 모더니스트이고, 인공의 손길을 최소화함으로써 자연의 본성이 드러나게 돕는다는 면에서 자연주의자로 부르는 것도 그래서다.
그리고 그는 최근작에서 주목할 만한 자기변신을 꾀한다. 나무와 돌과 철 대신 아크릴을 소재로 택했다. 아시다시피 나무와 돌과 철은 자연소재이고 반쯤 자연소재다. 반면 아크릴은 인공적인 소재이고, 도시적이고 현대적인 소재다. 소재가 변하면 감수성이 변하고 감각이 바뀐다. 그런 점에서 공 작가의 작업이 전기를 맞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아크릴은 투명성과 투과성, 반영성과 왜곡성이 특징이고, 본성이다. 선입견으로 굳어진 눈에 들어오는 사이즈가 아니라면,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존재가 불분명해 보인다. 좀 극화해 말하자면 허공에 떠 있거나 던져진 것 같은 착각(착시)을 불러일으킨다는 애기다.

이처럼 있음과 없음의 경계가 불분명해진 탓에 마치 홀로그램에서처럼 손으로 덩어리 속 조형을 만지거나 붙잡을 수 있을 것만 같다. 게다가 그 조형은 미세하지만 움직이는 소위.‘옵티컬 효과’를 나타낸다. 조형 자체가 움직이는 건 아니지만, 마치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거나 그렇게 느낀다.
때로 작가는 아크릴과 함께 거울을 도입해 이런 반영적인 설질을 강조하고 극화하기도 한다. 그리고 아크릴 조형물은 그림자를 만든다. 조형과 그림자, 실재와 그림자, 실상과 허상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조형의 가시영역을 확장시킨다. 빛에 의해서 말이다. 투명도, 투과도, 반영도, 왜곡도, 그리고 조형과 그림자, 실재와 그림자, 그러므로 궁극에는 실상과 허상과의 경계가 모호해지거나 아예 사라지는 것이 모두 빛에 의해서이다.

그러면 그 빛을 어떻게 붙잡고 표현할 것인가. 그 빛은 어떻게 실감될 수가 있는가. 바로 빛살을 조형함으로써 그렇게 한다. 그래서 작가는 빛살을 조형한다. 어쩜 빛의 물리적 형상을 빛살로 본 것이다.
고충환 미술평론가는 “공병 작가는 대개 추상적이고 기하학적인 형태를 조형한다. 특히 원 형상을 조형할 때 빛의 물리적 현상이며 표상형식을 극대화 한다”며 “대개는 중심성이 강한 구도와 함께, 원을 그리면서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빛살 현상을 표현해놓고 있다”고 말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