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 먼 나라 일본
멀고 먼 나라 일본
  • 문틈 시인
  • 승인 2019.08.01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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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갔을 때 겪은 일이다. 공중전화에서 전화를 걸고 나서 깜빡 지갑을 놔두고 나왔다. 나는 그런 줄도 모르고 돌아다니다 파출소에 가서 지갑 분실 신고를 하고 저녁이 되어서야 일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왔다.

침대에 누워서 되짚어보니 문득 아침에 공중전화를 건 일이 떠올랐다. 그 공중전화 부스를 찾아 가봤더니 내 지갑이 그대로 있었다. 먼저 지갑을 열어보고 전화번호 쪽지며, 카드며, 약간의 현금이 그대로 있는 것을 보고 안도했다.

그때 든 첫 느낌은 이럴 수가!’였다. 믿어지지 않았다. 그 전에 독일에 갔을 때 거리에서 가방을 잊어먹은 일과 겹쳐서 일본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일본 사람들은 대체로 개인적으로 대할 때는 친절하고 정직한 모습인데, 집단이 되면 표변한 모습을 보인다. 이번 우리가 당하고 있는 수출금지 조치도 일본이라는 집단이 보여준 폭력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물론 모든 일본 사람들이 다 친절하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집단적이 되면 대체로 무서운 사무라이의 모습을 보인다. 임진왜란이나 일제36년이 우리가 겪은 대표적인 일본의 집단이 저지른 폭력이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 일본에 대한 문화개방을 통해 한일이 서로 쬐끔 가까워지는 듯했다. 그 전에는 일본 문화가 한국에 들어오는 것을 엄히 차단하고 있었다. 그런 시절에 비하면 지금은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일본 만화를 비롯하여 곳곳에 일본 문화와 일본 음식들이 우리 일상으로 젖어들었다. 우리 문화도 일본에 들어가 아이돌이 도쿄스타디움에서 몇 만명의 일본 팬들 앞에 공연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한일월드컵 같은 국제적인 스포츠행사 등을 통해 한 걸음씩 가까워지던 모습도 보였다.

그런데 한일관계가 일본의 대한 수출 금지로 다시 원위치 상태로 돌아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 원인은 삼성이 소니를 앞서거나, 글로벌 한류 같은 여러 일본 추월 현상들이 일본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을지도 모른다.

일본이 표면적인 이유로 든 한국 대법원의 징용 배상 결정 너머로 분명 다른 이유를 품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일본의 시니어들은 약한 한국이 강한 나라가 되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한다.

일본에서 혐한(嫌韓)이 인기다. 한국을 혐오하고 욕하는 책들이 수 만부씩 팔리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반일(反日)이 인기다. 스시를 사먹지 말자고 해서 일식집이 울상이다. 혐한이나 반일은 이웃한 두 나라의 우호를 위해서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 감정은 한일간의 미래관계를 위한 답이 아니다. 21세기 지구촌의 초연결 시대에 혐한이나 반일은 부족주의 같은 쇄국적, 고립적, 퇴행적인 감정 발산이다. 과거사에 대해서 일본은 혼네’(속마음)를 가지고 사과와 배상을 해야 한다.

일본은 대관절 사과를 몇 번이나 해야 하느냐고 우리에게 불만을 터뜨리지만 한국인의 체감에 와닿지 않는 다테마에’(겉마음)의 사과로는 아직 멀었다. 진심어린 행동만이 한국인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인다는 생각이다.

위안부에 대해서 미국조차 일본군의 성노예였다고 규정했고, 징용공에 대해서 우리 대법원은 배상을 판결했다. 일본은 과거사를 참회하는 뜻에서 학교에서 그들의 흑역사를 제대로 가르칠 필요가 있다.

진정한 사죄가 있어야 이 난국을 뚫을 수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대대로 수십 년 수백 년 멀고 먼 나라로 지낼 수밖에 없다. 암울한 미래다. 이대로 가다간 과거사의 유산은 늘 현재형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두 나라 사이에 재현되는 극한 대치 상황을 타개할 방안은 정녕 없을까. 징용공 배상을 일본이 물어준다고 해서 작금의 한일간 대치가 풀릴 것 같지 않다. 그러기에는 너무도 뿌리깊은 감정의 응어리가 있다.

나는 이런 엉뚱한 제안을 해본다. 일본은 독도가 한국영토임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면 과거사가 한 순간에 다 풀리게 될 것이다. 독도의 영유권 주장은 한일간 불화의 끌텅이다. 독도는 한국의 정체성이자 한국의 영혼이다. 일본이 이것을 건들면 우리는 폭발할 수밖에 없다.

일본은 독도 영유권 주장을 물리고, 한국은 대승적으로 일본왕(천왕)을 초청하자. 일본왕은 일본인의 혼네. 우리가 극진히 환대하고 일본왕가의 뿌리인 백제 수도 부여에서 제를 지내게 해준다면 한국과 일본 사이에 가까운 이웃관계가 열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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