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5월항쟁의 '배후'아닌 '주범'판결
미국은 5월항쟁의 '배후'아닌 '주범'판결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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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5.18민중항쟁의 '배후'가 아니라 실질 작전권을 가졌던 '주범'이다. 따라서 미국은 관련문서 모두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내정간섭 중단, 주한미군 철수 등 조취를 취하라."

5.18민중항쟁에 관한 미국의 범죄행위를 밝히고자 지난 18일 전남도청에서 열린 '5.18시민법정'에서 재판부가 내린 결론이다. 이는 5월항쟁에 관한 미국의 책임을 공개적으로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그동안 신군부의 책임규명과 정부의 피해자보상에 집중됐던 5월투쟁이 본격적인 반미투쟁으로 선회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5.18민중항쟁 22주년을 맞는 올해 5.18의 핵심행사로 치러진 이날 시민법정은 국내 5월관련 단체회원과 시민을 비롯해 해외 인권단체인사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남도청 회의실에서 영국식 배심원제도를 도입한 형태로 진행됐다.

법정은 옷로비 사건의 특별검사였던 최병모 변호사가 재판장을 맡았고, 민주주의 민족통일 전국연합 오종렬 의장과 김윤자 민주사회를 위한 교수협의회 공동의장이 시민판사로 참여했다.

검사단으로는 심재환 변호사가 수석검사를, 손미희 반미여성회집행위원장과 민변의 김승교변호사가 시민변호사로 역할을 맡았으며, 피고의 유무죄 여부를 결정한 배심원단에는 단장인 문정현 신부를 비롯 21명이 배석했다.


시민법정은 지난 4월 제정 공포한 '5.18시민법정 헌장'에 근거, 80년 당시 미국 대통령 지미 카터, 리처드 훌부르크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차관보, 위컴 한미 연합사령관, 글라이스틴 주한 미대사 등 모두 8명에 대해 내란 및 내란목적 살인죄, 집단살해죄 등으로 기소했다.

검사단은 이를 위해 지난 14일 서울 미 대사관을 통해 피고인들에 대한 사건 공소장과 출석요구서를 전달했으나, 피고인들이 이날 법정에 참석치 않아 '헌장'에 따라 법원이 선임한 2명의 변호인단으로 대신해 재판을 진행했다.

검사단은 기소장에서 '한국민의 민주화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하기로 신군부와 뜻을 같이해 광주시민을 학살한 책임자들과 한국의 내정에 간섭하고 광주학살의 진실을 은폐한 미국을 기소, 민족자존을 회복하고 자주권을 다시 세우고자 한다'고 밝혔다.

5월시민법정서 재판부 '미국 유죄'선고
미국에 손해배상과 주한미군 단계철수 등 촉구
한국정부에도 관련자료공개 및 미국측 개입규명 요구


이 재판에서 검사단은 증인으로 5.18당시 항쟁에 참가했거나 피해를 입은 당사자를 비롯해 국내외 5.18관련 전문연구가를 내세웠다. 또한 미국학자로서 한국현대사 전문연구가인 브루스커밍스 교수 등 법정에 직접 참가하지 못하는 증인들의 경우 미리 준비한 영상 증언을 할 수 있도록해 관심을 모았다.

특히 이날 영상 증언에선 80년 5월 당시 주한미군의 상사로 근무했던 앨런 바필드씨(여. 48. 미국 볼티모어)가 "5.18기간 중 주한미군에 비상경계령이 떨어졌으며 광주사태의 악화에 대비해 폭동진압훈련도 받았다"고 밝혀 5.18에 대한 미국의 관련설을 새롭게 뒷받침하기도 했다.

장장 6시간여에 걸쳐 진행된 이날 재판은 배심원들이 8명의 피고인과 미국정부에 대해 유죄평결을 한데 이어 재판부가 피고측에게 그에 따른 조취를 권고하는 것으로 폐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에 대해 국제적 관례에 따라 피해자 및 대한민국 국민에게 공개적으로 사죄조치와 적절한 손해배상을 하라고 주문한 뒤 앞으로 이같은 사태의 재발방지를 위한 주문을 덧붙였다.

재판부는 피고 및 미국정부를 향해 △미국 정부의 광주학살 관련 일체의 증거자료공개 및 진상규명 △미국의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 이양 △주한 미군의 지위협정(SOFA)과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양국간 호혜평등에 입각해 개정 △남북간 평화정착 진전에 따라 주한미군의 조속한 단계적 완전철수 등을 권고한데 이어 한국정부에 대해서도 당시 미국의 책임에 대한 진상규명작업에 착수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5.18 22주년을 맞으며 시민들의 기억속에 점차 잊혀져 가거나 '이제 5.18은 그만'하는 인식들이 확산돼 있는 가운데, 이번 시민법정은 매년 반복되는 5월을 '습관적 기념'이 아닌 '살아 있는 투쟁'으로 돌려 놓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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