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보이지 않은 ‘가습기 살균제사건’ 정의는 살아있나
끝 보이지 않은 ‘가습기 살균제사건’ 정의는 살아있나
  • 김홍재 기자
  • 승인 2019.07.24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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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만능시대 돈만 아는 기업의 전형적인 ‘살인범죄’
1421명 사망 포함 총 6476명 사상 조직적 은폐 드러나
23일 8명 구속 ,총 56명 기소, 수사 8년만의 개가

 

 

지난 2011년, ‘가습기 살균제’에 의한 희대의 집단 살인사건이 터졌다.

상품을 팔다가 생긴 지극히 단순한 사안이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 보면 기가 막힌다.

가습기 사용시 물과 희석시켜 사용하는 살균제가 세균을 잡는게 아니라 수천명의 사람을 잡아버린 것이다.

돈벌이에 눈이 어두워 서울대에다 안전성 여부를 의뢰해 놓고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전국 유통망을 통해 판매해 버린 것이다.

대대적인 광고를 통해 인체에 치명적인 독극물이 포함된 가습기임에도 마구 선전됐고 전국 유통망을 통해 불특정 다수인에게 건네 졌다.

관할 행정부서의 제품 생산이나 판매 등은 반드시 유해성 여부 결과가 있어야 가능할 터인데 애시당초 필터링이 되지 않은 것이다.

제조 공정에서 시판까지 까다롭기 그지 없는 서류 위주의 행정절차나 실효성 없는 매뉴얼이 빚어낸 참극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여기다 사고 후 범죄 은폐를 위한 대기업의 뒷거래는 주위를 경악케 했다.

주범과 공범, 과실범 들이 좀체로 드러나지 않고 설령 밝혀져도 단순 과실 정도에 그치는 치밀함까지 더해져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눈뜨고 보지 못할 집단 참상이었음은 미뤄 짐작할 수 있는데 이들의 못된 버르장머리가 또 다른 능력을 과시했다.

사상자와 살균제와의 인과관계 운운 하며 유명 변호사를 대거 동원해 시간을 끌어 온 것이 그것이다.

참 나쁜 사람들이다.

만약 제 식구들이 쓰는 가습기였다면 유해성 여부 결과도 나오지 않은 살균제를 쓸수 있겠나 묻고 싶다.

기업들은 문제가 터지자 조직적으로 증거 인멸을 시도 했다.

SK케미칼 윤리경영부문장(52, 구속)을 비롯한 이 회사 임직원 5명은 2013년 정부부처의 조사가 시작되자 뒤늦게 나온 서울대 실험 결과보고서를 숨긴 것이다.

흡입시 폐에 치명적인 독성 피해가 있음을 뒤늦게 알았고 처벌을 피하기 위해 방대한 자료를 폐기하거나 말맞추기에 급급했다.

고광현 애경산업 전 대표(62, 구속) 등 이 기업 임직원들은 2016년 검찰 수사가 본격화 되자 관련자료를 폐기 했다.

환경부 서기관 최모씨(44)가 애경산업에 환경부 국정감사 자료와 문제의 화학물질 함유 가습기 살균제 ‘건강영향 평가 결과 보고서’ 등 각종 내부 문서를 건네준 혐의가 드러났으며 이 과정에서 막대한 금품과 향응이 오갔다.

최씨는 대대적인 검찰수사가 시작된다며 자료 삭제에 이어 증거인멸을 교사하기 까지 했다고 한다.

작금의 환경부 환경이 이 지경이었으니 툭하면 터지는 환경오염 사건들이 가해 업체와 얼마만한 뒷거래가 있었겠는가 미뤄 짐작이 간다.

전직 국회의원 보좌관 양모씨(52)는 사건과 관련된 기업인 소환 조사를 무마하기 위해 뒷돈을 받고 로비활동을 벌인 혐의로 구속됐다.

한마디로 천인공노할 범죄를 저질러 놓고 정,관계를 넘나들며 증거인멸하느라 동분서주하는데 급급했다.

이 사건으로 19일 현재 정부 공식 집계에 따르면 무려 1421명이 사망했고 모두 647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같은 초대형 인명 살상사건이 발생했는데 8년이 지난 지금에사 인명수심의 막장 드라마가 수면위로 부상되고 있다.

죽임을 당한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좀체로 드러나질 않다 보니 시간이 하염 없이 흐른 것이다.

다행히 23일, 서울중앙지검(형사2부)이 약 8개월간의 수사 끝에 유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 판매한 SK케미칼 홍지호 전 대표(68) 등 8명을 구속하고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60) 등 26명을 불구속 했다.

2016년 1차 수사로 22명이 기소된데 이어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모두 56명이 재판에 넘겨지게 된 것이다.

홍 전대표와 안 전대표 등 18명은 유해물질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을 원료로 ‘가습기 메이트’ 등을 제조, 판매하면서 안정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아 소비자들을 사망 또는 상해에 이르게 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를 받고 있다.

2016년엔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아 수사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이후 유해성에 대한 학계 조사결과가 축적되고 환경부가 관련 연구자료를 검찰에 제출하면서 수사가 재개돼 이들의 범죄가 백일하에 드러 났다.

파렴치한이 따로 없다.

3년전 옥시레킷벤키저의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의 원료였던 PHMG가 수사도중 유해성이 확인됐지만 SK케미칼 직원들은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사용되는 줄 몰랐다”고 해명해 빠져 나가려다 최근 수사 결과 살균제 원료로 소개하고 관련 실험을 진행한 사실이 드러나 구속됐다.

차제에 법정에서의 준엄한 처벌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피해자에 대한 치료나 사과 등 반성의 기미조차 없다가 뒤늦게야 덜미가 잡힌 이들의 파렴치한 행각에 국민들은 치를 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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