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속에 안기면 모두가 친구 돼요.
자연 속에 안기면 모두가 친구 돼요.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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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크는 우리 아이>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는 말이 있다. 그러면 우리의 삶의 형식은 어떤가. 단절, 획일, 고립. 나만의 지나친 생각일까. 막힌 공간, 소통되지 않는 사람들. 각자 고립된 사람이 자기만의 공간에서 외로워하고 있다. 아파트 벽과 콘크리트 담벼락이 사람들을 단절시킨 것이다.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고 보니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세상은 나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 더 나아가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곳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2-30대 젊은 부모들은 알 것이다. 우리세대는 그 전 세대보다 경제적으로 물질적으로 풍요로웠지만, 이웃과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기회는 상대적으로 박탈당했다는 것을.

나누고 돌보고 보살피는 그 미덕을 알지 못하고 스스로 소외되어왔다는 것을. 마음 속 보금자리가 약하고, 자신을 찾기 위한 기회가 없었다는 것을. 철학의 부재 속에 진정한 가치와 진리에 대한 탐구가 약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깊어지고 있다는 것을...

아이들을 보면서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나보다는 더 나은 아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모든 부모의 한결같은 바람일 터. 아이들에게 자연을 마음껏 안겨주면 그 모든 것은 해결되지 않을까. 자연만큼 위대한 스승이 어디있을까. 나의 가슴 한켠 빈자리는 그 스승의 부재가 아니었던가.

©양희연
우리 집 꼬마 정욱(7), 현욱(4)은 참 잘 논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일을 하는 엄마 덕에 새로운 것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고, 그래선지 무엇이든 빨리 받아들이고 적응한다. 낯선 곳, 낯선 사람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유치원 다니는 정욱이는 하루가 짧다. 유치원에서 산책과 바깥놀이를 가장 즐기는 녀석은 집에 오는 길에서도 길동무 한터랑 성훈이랑 노느라 정신없다.

이집 저집, 여기저기 뛰어 놀다가 어두워질 무렵에서야 돌아오는 녀석은 아직 여름도 안됐는데 거무잡하게 얼굴이 그을렀다. 맨날 뛰어다니고 걸어다니는 정욱이는 건강하다. 부쩍 크고 말도 의젓하더니 엄마를 도우려는 마음도 드는 모양이다. 가방도 들어준다고 하고 문도 제가 열어준다. 모두가 자연 속에 놓아둔 덕이라는 생각이다. 자연의 이치를 몸소 체험하면서 알아간 것일까. 기특하고 오지다.

한번은 찾아간 그곳에 흙무더기가 쌓여있었다. 아무런 망설임이나 거부감 없이 뛰어 올라가서는 한참 논다. 만지고 뭉쳐보고 던져보고, 막대기도 풀잎도 모두 친구가 된다. 형만 열심히 따라다니는 현욱이는 그 자체로 즐겁다. 친구 사귀는 것도 가리지 않는다.

지금은 무엇이든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즐거워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으면 자연의 위대함과 그 진리를 느낄 것이다. 해야할 것, 안 해야 할 것, 스스로 느끼고 자제하게 될 것이다. 통제 받고 정돈된 것이 아닌, 스스로 깨달아 자라게 될 것이다. 그 길에 나는 조언자일뿐 그의 삶에 관여할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것이 하나의 생명에 대한 존중이라 생각한다.

자연은 모든 것을 제자리에 있게 한다. 있어야 할 곳에, 할 일을 하게끔. 자연 속에서는 모두가 친구가 되고 겸허해진다는 진리를 온 몸으로 받아들인다면 생명은 그것으로 자연스러워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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