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녹두서점의 오월’은 푸르렀다
그해 ‘녹두서점의 오월’은 푸르렀다
  • 박용구 기자
  • 승인 2019.06.13 13: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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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80년 광주항쟁의 기억, ‘녹두서점의 오월’ 출판기념회 열려

[시민의소리=박용구 기자] 그해 ‘녹두서점의 오월’은 푸르렀다. 녹두서점은 서점이었지만, 서점이 아닌 항쟁의 또 다른 거점이었다. 녹두서점은 80년 오월 당시 전두환 신군부에 맞서 민주주의를 실현시키고자 죽음을 무릅쓰고 나선 푸른 젊은이들이 몸부림친 곳이었다.

바로 이 공간을 중심으로 서점 가족들이 5.18현장에서 활동한 궤적을 각자의 기억을 끄집어내어 기록해 최근 발간한 책이 ‘녹두서점의 오월’(김상윤, 정현애, 김상집 지음, 한겨레출판)이다.

‘80년 광주항쟁의 기억, 녹두서점의 오월 출판기념회’가 12일 오후 5시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서 열렸다.

이날 출판기념회는 행사 첫대목에 주홍 작가의 샌드아트와 중간대목에 파파중창단의 중창, 그리고 마지막 사진촬영을 제외하고는 축하객들이 덕담을 전하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주홍 작가는 샌드아트를 통해 이 책의 내용을 함축해 보여줬고, 파파중창단은 ‘임을 위한 행진곡’과 ‘가족이란 이름’을 들려줬다.

일부 축하객들은 덕담을 전하면서 복받치는 설움에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고, 구호를 외치기도 했고, 어떤 이는 6행시를 지어 들려주기도 했고, 또 어떤 이는 노래로 감정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출판기념회는 과거 80년 오월과 현재, 그리고 미래를 오가는 타임머신이 되었다.

(사)광주마당에서 이런 일 저런 일을 한다고 자신을 소개한 박춘애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축하객들은 이렇게 덕담을 건넸다. 그 중 일부를 소개한다.

“가족 중 어느 하나가 투쟁에 나서게 되면, 다른 가족이 나서는 걸 말리는 게 정상인데, 여섯 가족 전부가 5.18민중항쟁에 나선 것은 실로 대단하다”(이태복), “읽고 울었다. 생각보다 삶에 낭만이 있어 애틋했다.”(주홍), “가슴 뭉클했다”, “녹두서점은 전대 민청동지들과 자주 만나 막걸리를 기울인 곳이다”(나상기), “김상윤 형보다는 기독교 청년운동을 한 김상집과 호형호제하며 가족처럼 지냈다”(이철우), “영혼에 새긴 기록, 피로 썼겠구나란 생각을 했다”(나간채), “평범한 사람들의 위대한 이야기다”(윤영덕), 녹두서점은 역사의 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다시 부활해야 한다“(김병준), “녹두서점 정면에 녹두장군 사진이 걸려 있었다. 고통의 기억을 되살려 책을 써내려가기가 힘들었을 것이다”(윤태원), “칼을 녹여서 꽃을 만드는 세 사람을 보았다”(김준태), “80년 오월 항쟁의 보루, 녹두서점을 복원하라”(김영광), “78쪽에 기록된 가톨릭센터 앞 시체 두 구에 대한 기록은 그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그만큼 기록이 중요하다”(이경률), “이 책이 5.18역사의 각론을 보완하는 기록의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최영태), 녹두서점에서 상집 형이 면도하는 사이 먼저 나왔는데, 내가 나온 5분 후에 다 잡혀갔다. 그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전용호), ”쉬운 작업이 아니었을 텐데 용기내서 알려줘 고맙다. 이 작업이 치유의 시작이었으면 좋겠다“(명지원)

녹서점의 오월 저자들(좌로부터 김상윤, 정현애, 김상집)
'녹두서점의 오월' 저자들(좌로부터 김상윤, 정현애, 김상집)

이 책의 저자인 김상집은 “윤상원 열사 추모제 때 이 책을 헌정했다”면서 “이 책은 자네를 위한 거네”라고 한 큰형(김상윤)의 말을 전했다.

또 한 저자인 정현애는 “유치장 너머로 통곡하는 어머니와 부인들을 보면서 그들에게 꼭 전해줘야겠다고 다짐했는데, 이 책을 통해 마음의 짐 하나 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저자인 김상윤은 “자라나는 청년들이 읽을 수 있도록 쉽게 쓰려 했고, 서럽더라도 우리 감정을 들어내지 않으려 했다. 그걸 보고 스스로 느끼는 감정이 중요해서다”고 집필의 원칙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너무 주변을 번거롭게 하는 것 같아 죄송하고, 또 고맙다”면서 “이 책의 출간을 축제처럼 받아들여줘서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기쁘다“고 화답했다.

한편, 이날 출판기념회는 (사)광주마당, 광주문화도시협의회, 광주전남민주화운동동지회, (사)들불열사기념사업회, (사)오월어머니집, (사)광주전남6월항쟁, (사)윤상원기념사업회, 전남대민주동우회, 전남대민청학련동지회, 지역문화교류재단 등이 주최했다.

‘녹두서점의 오월’ 서울 출판기념회는 오는 18일 오후 5시 한국기독교회관(종로5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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