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코펜하겐에서의 추억
덴마크 코펜하겐에서의 추억
  • 김세곤 역사칼럼니스트
  • 승인 2019.06.09 1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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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은 한국-덴마크 수교 60주년이다. 덴마크의 추억을 공유한다.

2018년 4월 하순,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배를 타고 다음 날 오전 9시에 덴마크 코펜하겐에 도착했다. 먼저 간 곳은 인어공주 동상이 있는 바닷가.

인어공주는 바다를 등진 채 육지를 바라보며 외로이 앉아 있다. 인간세계와 바다, 그 어느 곳에도 편입될 수 없는 슬픈 운명이어서인지, 왕자와 사랑을 꿈꾸다 물거품이 되어서인지, 아니면 80cm 밖에 안 되는 조그만 동상이라서 그런지 인어공주는 외롭고 초라하다.

인어공주 상

그나마 위안은 중국과 한국 관광객이 자주 찾아와서 인증 샷을 찍어주는 일이리라.

인어공주 동상 위쪽 도로에서 안내판을 보았다. 안내판은 덴마크어·영어·중국어로 되어 있다.

“이 동상은 1913년에 세워졌는데, 칼스버그 맥주 창업주의 아들 칼 야콥센이 코펜하겐 시에 기증했다. 야콥센은 1909년 왕립 덴마크 극장에서 공연한 인어공주 발레를 보고 감동하여 조각가 애드바그 에릭슨에게 안데르센 동화에 걸맞은 조각상을 요청했고, 에릭슨은 자기 아내를 모델로 하여 인어공주 동상을 만들었다.”

예술을 아는 기업가가 있다니 정말 부럽다.

인어공주 안내판

인어공주는 동화작가 안데르센(1805~1895)이 1837년에 쓴 동화이다. 평생 독신이었던 안데르센은 “인어공주는 바로 나 자신이었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실연(失戀) 당한 아픔을 동화에 담았다.

그리고 보니 인어공주는 참 불쌍하다. 인어공주 동상은 1964년과 1988년에 머리가 두 번이나 잘리고 2007년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핑크색 페인트를 뒤집어쓰는 수난을 당했다.

한편, 인어공주는 1989년에 월트 디즈니가 애니메이션 영화로 만들었는데 대히트였다. 원작 동화는 인어공주의 슬픈 운명이 그려졌지만, 영화의 인어공주는 인간이 되어 왕자와 행복한 결혼식을 올리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더구나 음악 ‘Under the Sea’는 아카데미 주제가상과 작곡상을 수상했다.

이윽고 게피온 분수, 아말리엔보르 궁전 그리고 뉘하운을 구경하고 나서 코펜하겐 시청 광장에 이르렀다. 시청은 무료 개방이다. 입구엔 관광안내소가 있고, 1층 홀은 결혼식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운 좋게도 2층에서 피로연하는 신혼부부를 보았다.

코펜하겐 시청

시청 옆 도로변에서 안데르센 동상을 보았다. 모자를 쓰고 한 손에 책, 다른 손에는 지팡이를 짚고 앉아 있는 안데르센. 그의 고개는 티볼리 공원을 향하고 있다. 티볼리 공원은 1843년에 지어진 세계 놀이공원의 원조로 자녀와 손자가 함께 찾는 170년 전통의 가족공원이다. 안데르센은 이 공원을 가보았을까?

안데르센 동상

한편, 덴마크 날씨는 정말 변덕스럽다. 조금 전까지 비가 부슬거렸는데 이젠 우박이 되어 한꺼번에 쏟아진다.

비가 조금 멈추자 티볼리 공원 입구에서 다시 관광버스를 탔다. 행선지는 국회의사당이다. 가는 도중에 덴마크 남편과 20년째 살고 있는 현지 가이드는 안데르센에 대해 이야기 한다. 가난한 구두 수선공 아버지와 세탁부 어머니의 아들로 오덴세에서 태어난 안데르센은 ‘미운오리 새끼’의 주인공 백조이고 고결한 ‘인어공주’이며 불쌍한 ‘성냥팔이 소녀’란다. 그는 어린이보다는 어른용 동화를 썼는데 동화의 결말엔 해피엔딩이 별로 없단다.

이제 국회의사당에 도착했다. 인상 깊은 것은 의사당 정문 위에 조각 되어 있는 ‘네 가지 고통’ 얼굴이다. 머리 아프고, 배 아프고, 귀 아프고, 이빨 아픈 얼굴이다. 국민의 고통을 항상 생각하고 정치를 하라는 무언(無言)의 경고 같다.

그런데 정작 놀란 것은 국회의사당 주차장이었다. 자전거가 즐비하고 자동차는 단 한 대 있다. 덴마크 국회의원이 이렇게 알뜰하다니.

국회의사당 앞

하기야 덴마크에는 ‘얀테(Jante)의 법칙’이 있다. ‘당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당신이 남들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지 마라’인데, 특권을 용인하지 않는 이 법칙은 북유럽에 통용되고 있다.

점심을 먹고 스웨덴으로 가기 위해 헬싱괴르 바닷가로 갔다. 페리(ferry)에서 셰익스피어 비극 ‘햄릿’의 무대인 크론보그 성을 보았다.

배 타는 내내 햄릿의 명대사가 귓전을 울린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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