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127) 볼락어(甫鮥魚)
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127) 볼락어(甫鮥魚)
  •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 승인 2019.06.05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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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락 파는 배 도착한 줄 멀리서도 알겠으니

새벽이면 어촌은 수선스럽기 그지없다. 밤새워 잡았던 고깃배가 선창에 도착하면서 중개인들과 어부 가족이 나와서 부산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어시장을 방불케 한 새벽이다. 한 때이겠지만 사람 사는 맛을 느낀다. 어부들이 애써 고기를 잡는 재미도 여기에 있는가 보다. ‘볼락어’가 지금도 동부 남해안지방에서 생산되는 해산물이다. 젓갈로는 일품이다. 사리 때가 되면 밀물이 불어 사립문을 두드린다는 작자의 상상력에 감동을 하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甫鮥魚(볼락어) / 담정 김려

달 지고 까마귀 울고 바다는 고요한데

밤중에 밀물 불어 사립문을 두드리는데

알겠어 배 도착한 줄 물가 사공 소리쳐.

月落烏嘶海色昏      亥潮初漲打柴門

월락오시해색혼      해조초창타시문

遙知乶犖商船到      巨濟沙工水際喧

요지볼락상선도      거제사공수제훤

 

볼락 파는 배 도착한 줄 멀리서도 알겠으니(甫鮥魚)로 제목을 붙여본 칠언절구다. 작자는 담정(潭庭) 김려(金鑢:1766~1821)이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달이 지고 까마귀가 울어대는 바다는 저리도 어둑한데 / 밤중에 밀물 불어 사립문 두드릴 듯했네 / 볼락 파는 배 도착한 줄 멀리서도 알겠으니 / 거제 사공 물가에서 볼락 사라 소리 지르네]라고 번역된다.

위 시제는 [불락어를 사라고 하네]로 번역된다. 볼락어에 모양에 대해 ‘보라어’는 호서에서 나오는 황새기(黃石魚)와 비슷한데 매우 작으며 색깔은 옅은 자색이다. 원주민들은 보락(甫鮥)이라고 부르거나 볼락어(乶犖魚)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방언에 옅은 자색을 보라라고 하는데 보는 곱다는 뜻이니, 보라(甫羅)는 고운 비단이라는 말이란다.

저물녘 바닷가 마을에 밀물이 집문 앞까지 들어올 듯이 밀려오는 모습이 펼쳐진다. 그래서 시인은 달이 지고 까마귀가 울어대는 바다는 저리도 어둑한데, 밤중에 밀물 불어 사립문 두드릴 듯하다고 했다. 젓갈은 맛이 약간 짜면서도 쌀엿처럼 달콤하며 접시에 담으면 깨끗하니 색깔이 매우 좋다. 싱싱할 때에 구워 먹으면 모래 냄새가 난다고 한다.

우리말을 지나치게 한자의 의미로 해석하려는 무리수가 보이기는 한다. 그렇지만 당시 남동부 지방의 진해나 거제의 풍속과 생활상을 생생하게 알려주고 있다. 볼락 파는 배 도착한 줄 멀리서도 알겠으니, 거제 사공 물가에서 볼락 사라 소리 지른다고 했다. 어려웠던 그 시절에 우리 어민들의 생활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위 감상적 평설의 요지는 ‘바다는 저리 어둑한데 밀물 불어 사립문을, 볼락 판 줄 알겠거니 볼락 사라 지른 소리’라는 상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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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담정(潭庭) 김려(金鑢:1766~1822)로 조선 후기의 학자이다. 1806년 10년간의 유배생활을 끝냈다. 저서로 <담정유고> 12권이 있으며, 자신과 주위 문인들의 글로 <담정총서> 17권을 편집하였고, 말년에는 <한고관외사>, <창가루외사> 등 야사를 편집했다.

【한자와 어구】

月落: 달이 지다. 烏嘶: 새가 울다. 海色昏: 바다는 어둑하다. 亥潮: 해시, 밤 9시~11시. 初漲: 밀물이 불다. 打柴門: 사립문을 두드리다. // 遙知: 멀리서도 알다. 乶犖: 불락어. 商船到: 상선이 도착하다. 巨濟: 거제. 沙工: 사공. 水際喧: 물가에서 소리 지르다, 곧 볼락을 사라는 소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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