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원전, 무자격자 핵연료봉 조작 ‘기강해이’ 도(度) 넘었다
한빛원전, 무자격자 핵연료봉 조작 ‘기강해이’ 도(度) 넘었다
  • 김홍재 취재본부장
  • 승인 2019.05.23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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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재 취재본부장
김홍재 취재본부장

“자세한 것은 원자력안전법에 잘 나와 있고 더 이상은 개인정보가 관련돼 있어 알려줄 수 없습니다. 보도를 잘 알고 제대로 쓰지 않으면 한전 본사에서 법적인 책임을 물을 겁니다”

이는 21일 오전 11시 20분께 본보가 지난 10일 오전 발생했던 전남 영광군 한빛원전 1호기 가동중지 사태와 관련 한빛원전 홍보실 관계자와의 전화 인터뷰 내용이다.

직원의 싸늘하고도 고압적인 답변에서 더 이상의 팩트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지난 10일 한빛원전 1호기에서 원자로 출력 기준치를 넘어 정지시켜야 할 원자로를 12시간이나 방치, 자칫 엄청난 방사능 누출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한번 터지면 다시 되돌릴 수 없는 대재앙의 직전까지 간 사고를 놓고 ‘남의 일’처럼 치부하는 한전 측의 구태가 당혹스럽기 그지없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핵연료봉 과열 땐 ‘즉시정지’라는 원자력안전법(이하 원안법)을 어겼다는 것이다.

한전 공무원들의 기강해이와 안전불감증이 도(度)를 넘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여기다 무면허 정비원이 핵분열 속도를 조절하는 제어봉을 직접 조작하다 그리 됐다니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재 특별경찰이 투입돼 무면허 업자가 감독관 지시나 입회 없이 자발적으로 조작을 했는가, 혹은 지시 후 감독관이 제자리에 없었는가에 초점을 두고 사건 경위 파악에 나서고 있다.

원안법 26조에 따르면 무자격자의 경우 반드시 면허자나 감독관의 지시·감독 하에서만 기기 조작을 하도록 되어 있다.

원전 측은 이미 사태의 책임을 물어 원전소장과 운영실장 등 책임자 3명을 직위해제 한 상태다.

영광원전은 눈만 뜨면 증기발생기 이상, 냉각수 누설, 송전설비 고장 등 여러 원인으로 사고가 잦았다. 한 달에 한번 꼴이 넘는다.

지난 2014년까지 국내 가동 원전 23기에서 발생한 사고나 고장 건수가 무려 684건에 이른다.

그때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수리후 재가동’, ‘이상무’란 말을 모범답안처럼 발표했다.

자신들 실수로 사고를 내고도 스스로 ‘괜찮다’고 반복하는데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국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혹여 주변지역 방사능 수치마저 조작하는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다.

소련의 체르노빌 방사능 사고와 지금 한빛원전 사고는 매우 흡사하다.

사용기한을 훨씬 넘겨 노후된 기계에다 80여년이 넘어 통제가 어려운 원안법, 안전불감증 등이 더해져 자칫 세계적 참사가 일어날 뻔했다.

더욱 무서운 건 이들의 잘잘못을 제어하고 밝혀야 할 견제 시스템이 매우 열악하다는데 있다. 워낙 전문성이 강한데다 보안성이 짙은 곳이라는 것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원자력은 수익성이 큰 만큼 작은 사고라도 터지면 끔찍한 재앙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자체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원전이 생긴지 50여년이 다된 지난해에야 발족돼 이번에 처음 수사에 들어갔다고 한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의 감이 없지 않으나 이제라도 대충대충 넘어가는 저들의 행태에 준엄한 경고를 보냈으면 한다.

책임자를 직위해제 시키는 선에서 끝내서도 안 된다.

한번 터지면 수습이 불가능한 대형 사고를 목전에 두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이들에게 엄중한 사법처리가 뒤따라야 한다.

수억대에 이르는 전문직 연봉을 제공하는 이유는 그만큼의 책임을 져야한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얘기가 매우 설득력 있게 들리는 시점이다.

시민들은 “영광에 원전이 들어설 때부터 지금까지 사고가 터질 때 마다 원전 측은 ‘안전하다’, ’걱정말라’는 말만 되풀이 해 왔다”며 “원자로가 과열돼 폭발 위험 지경까지 갔는데도 장시간을 가동하고 방치했다는 소식은 한마디로 이 사람들이 정말 대한민국 국민이 맞나 싶을 정도”라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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