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시 전문지 ‘시와 사상’, 김준태 시집 ‘시인론’으로 크게 다뤄
日 시 전문지 ‘시와 사상’, 김준태 시집 ‘시인론’으로 크게 다뤄
  • 박용구 기자
  • 승인 2019.05.15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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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시인 사가와 아키, 5.18을 세계에 알린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 분석
김준태 시의 전체상과 가족사적 비극도 언급
김준태 시인

5.18민중항쟁 39주년을 맞이해 5.18역사왜곡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그런 가운데 당시 광주의 상황을 최초로 알리는 시를 발표해 투옥, 해직되는 등 고초를 겪은 김준태 시인의 일어판 시집 ‘김준태 시집―광주로 가는 길’이 일본의 시 전문잡지 ‘시와 사상’ 5월호(토요미술사출판판매 발행)에 크게 실렸다.

A4 4페이지가 넘는 긴 분량의 서평을 쓴 이는 일본의 사회파 시인 사가와 아키(佐川亜紀). 사가와 시인은 ‘고난에서 창조로―독립운동 기념의 해에 『광주로 가는 길』을 읽는다’는 제목 하에 3절로 ‘김준태론’을 발표했다.

절의 각 제목은 ‘민중이 빛을 비춘 길을 선명하게’, ‘그리스도교적인 희생과 부활’, ‘김준태 시의 전체상을 전한다’로 이루어져 있다.

 ‘시와 사상’ 5월호에 실린 서평

사가와 시인은 “2019년은 1919년 조선독립을 이루기 위해 일어난 ‘2.8독립선언’, ‘3.1독립운동’ 100주년에 해당하는 해”이며, “문재인 정권이 징용공(徴用工) 문제 등 역사에 대해 더욱 냉엄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한국인의 심저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독립정신과 관계가 있으리라고 본다”며 말문을 열었다.

1절 ‘민중이 빛을 비춘 길을 선명하게’에서 그는 ‘2.8독립선언’과 ‘3.1독립운동’의 역사적 배경과 그 활동을 언급하고 “이렇게 한국에서는 민중투쟁의 사실과 역사를 시로 표현함은 물론, 그것을 사람들이 공유하는 감정과 사고의 형태로 계속 거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광주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아문학제에 참가한 느낌을 토로했다. 그는 그때의 기억을 “그 역사의 피가 흐르고 살아 숨 쉬는 장소에 서서 마음이 동요되었던 기억이 있다. 기념관에 사진이 걸려 있었다. 일반시민도 희생된 처참한 사건이었지만 슬픔을 서로 나누고 희생을 새로운 시대를 개척하는 에너지로 바꾸려는 긍정적인 힘을 느꼈다”고 술회했다.

어어서 『김준태 시집―광주로 가는 길』의 출판 의의에 대해 밝힌 뒤, “광주민중운동이 발발했을 당시 계엄군은 보도통제를 가하고 있었기에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라는 유명한 시는 세계에 광주의 투쟁을 전하는데 커다란 역할을 수행했다”고 강조했다. 1980년에 일본에서도 “김학현(金学鉉)이 「ああ、光州よ、われらの十字架よ」로 번역해 집회에서 자주 낭독되었던 점”도 덧붙였다.

일어판 '광주로 가는 길' 시집

사가와 시인은 본론으로 들어가 2절 ‘그리스도교적인 희생과 부활’에서 『김준태 시집』을 읽고 “▲광주민주화투쟁이 현재로 이어지는 운동과 사상이었던 점에 대한 재인식 ▲김준태 시의 전체상을 알게 된 점 ▲김준태의 인생도 파악한 점 등 여러 면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역설했다. 그런 뒤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를 분석했다.

특히 그는 “김정훈(전남과학대 교수) 번역으로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를 읽고 깨달은 것은 ‘기독교적 색채가 농후한 점’과 ‘광주의 고난이 십자가에 걸린 그리스도(예수)에 비유되고 있다는 점’이다”고 강조했다.

또한 사가와는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가 정치적인 슬로건을 초월해 종교적인 틀에서 서술되는 점에 착안해 이를 ‘한국 시의 특징’으로 꼽았다. 더불어 그는 김준태 시인의 작품 ‘나는 하느님을 보았다’에서도 유신론자도 무신론자도 아니지만 ‘하느님을/나는 광주의 신안동에서 보았다’라고 쓴 사실을 상기시키며 작품 속의 그리스도적 시점을 논증했다.

‘김준태 시의 전체상을 전한다’라는 3절에서 그는 김준태 시집의 테마에 대해 설명하며 “▲조선반도의 민주화와 평화 ▲시란 무엇인가 ▲생명의 순환과 자연 ▲한국의 풍토와 풍습 ▲여성의 애정과 출산의 에너지에 대한 찬미 등 다채롭다”고 언급했다.

그는 “표현은 평이하고 간결하지만 유머가 풍부하다”고 평하면서 사가와는 여성시인답게 김준태 시집이 여성을 적극적으로 거론하고 있는 점도 주목했다. ‘여자의 사랑은 총알보다도 더 멀리 날아간다’, ‘밭 여자’, ‘지리산 여자’ 등의 작품을 예로 들며 ”여성의 애정과 생명력이 인간의 재생에 중요하다고 본 점이 인상에 남는다”고도 부연했다.

특히 ‘지리산 여자’에 대해서는 “여자가 한국전쟁 당시의 1951년에 지리산의 바위 틈새기에서 살아남은 노인을 발견하고 「노인의 하늘을/자신의 땅 속으로 깊이 끌어 당겼다」, 「셀 수 없이 많은 아이를 낳고 싶어요」라고 대담하게 염원하는데, 대범한 상상력으로 쓰인 장시”라고 평가했다. 또 ‘칼과 흙’을 거론하면서 “자연과 일체가 된 단시도 깊은 맛이 난다”고 적었다.

사가와 아키는 시적 바탕(배경)에 대해 역자 김정훈 교수의 해설문 중 “시인의 뇌리에 자리 잡은 비극적 체험은 그의 육체와 정신을 지배하고 있었기에 그것이 뭔가 자극을 받으면 곧장 언어적 메시지로 발신되었다”고 언급한 부분을 거론했다. 그리고 김준태의 가족사에도 눈길을 돌렸다.

그는 “조부모, 양친에 대한 비극적 체험을 밑바탕으로, 그는 민주화운동에 참여, 광주항쟁의 현장과 조우한 뒤, 감정과 사고를 고양시켜 단숨에 역사적인 명작을 완성하기에 이르렀다”고 분석했다.

사가와 시인은 끝으로 김준태 시인이 스스로 시의 테마에 대해 ‘생명과 평화와 통일’이라고 밝힌 부분을 거론하며 ‘쌍둥이 할아버지의 노래’를 들추었다. 그는 “‘쌍둥이 할아버지의 노래’는 남북분단을 극복하는 염원을 담아 노래하고 있다”고 마지막으로 인용하면서 “일본에서도 평화를 이루기 위해 이 책이 읽히기를 기원한다”며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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