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대교, “다리 말곤 볼게 없더라” 역풍 우려
천사대교, “다리 말곤 볼게 없더라” 역풍 우려
  • 박병모 기자
  • 승인 2019.05.09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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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만 대 돌파로 관광버스 몰려 ‘대박’ vs 손님 맞을 채비 아예 ‘0’점
볼거리·먹거리·잠자리 없고…심은 소나무 마저 ‘고사’ 위기
서남해안고속도로 개통 후 ‘붐’사라지듯…천사대교 ‘후속 조치’ 마련해야

[시민의소리=박병모 기자] 다리이름을 잘도 지었다. 천사처럼 들을수록 예쁘고 곱다. 1004개나 되는 섬으로 이뤄진 신안군에 위치해 있기에 ‘천사대교’라 명명했다.

송공항에서 바라본 천사대교
송공항에서 바라본 천사대교

천사대교는 신안군 압해도와 중부권 주요 4개 섬(자은,암태,팔금,안좌)을 연결하는 다리다.

지난달 4일 개통했기에 한 달이 조금 지났다. 지역주민들은 서남권관광과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걸로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다. 방문객 수로 따지자면 그렇다는 얘기다. 천사대교는 우선 끝이 보이지 않는다. 교량 길이 7.2㎞(총연장 10.8㎞)로 영종대교,인천대교,서해대교에 이어 국내 4번째로 긴 다리다.

팻말이 붙은 천사대교
팻말이 붙은 천사대교

규모가 웅장한데다 승용차로 다리를 지나면서 느끼는 다도해 풍광은 상큼함은 물론이고 일상에 찌든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더할 나위 없다.

그러한 매력 때문에 천사대교에는 주말과 휴일이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신안군이 개통 첫 날인 4일부터 30일까지 집계한 통행차량은 자그마치 30만5713대, 하루 평균 1만1322대에 달했다. 5월 첫 연휴 마지막 날인 6일엔 하루 1만8812대로 늘어나면서 최고치를 갱신했다.

관광버스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몇 안 되는 식당 주인과 상인들은 평소와는 달리 매출이 올라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서울과 부산 등 외지 관광객들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아직 대박을 터트리기엔 아직 이르다. 이구동성으로 한마디씩 건네는 그들의 얘기는 심상치 않다.
“천사대교는 다리 말고는 볼 게 없다”는 거다. 휴일이면 20여 분이면 갈 곳을 2시간이 걸리기 일쑤다. 차안에서 고생만 하다 외려 기분 잡쳐 되돌아가기 십상이다.

필자도 어린이날인 지난 5일 서울·강원 등지에서 온 다섯 가족들과 함께 천사대교를 보기 위해 압해대교로 진입했다가 차량이 막히는 바람에 아예 포기하고 차량을 되돌려 나왔다. 천사대교를 다녀온 사람마다 한 결 같이 하는 말이 “다리 말고는 볼게 없더라”는 말에 화들짝 놀라 이틀 후인 7일 평일을 이용해 천사대교로 다시 향했다.

취재를 하다 보니 관광객들이 하는 말이 새록새록 가슴에 와 닿는다. 그러면서 과거 서남해안고속도로 개통에 따른 특수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했던 목포와 신안·무안 등 서남권 주민들의 기대가 오버랩 됐다. 관광객이 몰려오면 매출이 뜨고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대박이 날 것 같은 분위기가 이내 사그라지는 걸 눈뜨고 보았다는 점에서다.

그때 당시 관광객들이 서남해안 고속도로를 따라 목포 등지에 오면 볼 것도, 먹을 것도, 잠자리도 마땅치 않아 두 번 다시 오지 않게 됨으로써 기대했던 ‘특수’는 쉽게 가라앉고 말았다. 서남해안 고속도로를 반면교사로 삼았다면 천사대교가 개통돼 관광객들이 몰려들 것을 예상해 손님맞이에 만전을 기했어야 함에도 이를 게을리 한, 특히 서남권 단체장들의 안목이 미덥지 않다.

특히 박우량 신안군수의 경우 내세울 것이라고는 관광객과 통행량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치적으로 삼고 있다. 그리고 홍보에 열을 올린다.
홍보 마케팅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게 관광지를 둘러본 사람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주는 ‘구전 홍보’가 으뜸이라는 것을 간과해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천사대교를 다녀온 사람들을 향해 “다리 말곤 볼게 없다”라는 말을 들을 게 아니라 그들을 진심에서 우러나고 마음속으로 맞이해야 했었다. 물론 박 군수 입장에선 앞으로 부족한 도로도 개설하고 어쩌고저쩌고 강변할 게다.
‘이미 버스는 떠났는데 사또 나팔 부는 식’으로 말이다.

메말라 고사위기 직전의 소나무 숲
메말라 고사위기 직전의 소나무 숲

실제로 압해대교에서 송공항을 거쳐 천사대교를 가는 길은 왕복 2차선이다. 삭막한 도로다. 과거 닮고 닮은 도로에 덧씌우기 마저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도로 주변에 철따라 피는, 그 흔한 꽃 하나 정성껏 심어있질 않았다. 얼마 되지 않는 도로 길에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라도 꽃길을 조성했어야 했다는 얘기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관광버스 안에서 꽃이라도 보고 갈수 있도록 했어야 함에도 도로는 삭막 그 자체다.
천사대교 바로 앞 송공항을 못 미쳐 조성한 조그마한 소나무 숲은 벌써 잎이 메말라 집단 고사위기에 있다.

도로 표지만은 옛 것 그대로이고, 휴일 날 관광버스가 들이닥치면 동네주민들은 농로를 이용해 다닐 정도로 차량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관광객들이 대거 들어가서 먹을 만한 식당 마저 변변치 않다.
자은면과 안좌면으로 통하는 삼거리 주변 빈 논을 대형 주차장으로 조성하지도 않았다. 손님 맞을 준비를 점수로 매긴다면 ‘빵점’에 가깝다는 말이다.

주변 및 보완 도로가 개설되지 않았다면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기에 차치해두고라도 젊은 청년들을 채용해 관광버스에 올라가서 ‘신안군을 방문해 주셔서 반갑습니다.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다음에 꼭 오시면 신안군의 비전과 프로젝트를 제시하면서 빈틈없도록 하겠다’는 말 한마디 없더라는 것이다.

오도 선착장에서 바라본 천사대교
오도 선착장에서 바라본 천사대교

이쯤에서 도대체 서남권 단체장들은 천사대교 개통 이후 효과적인 관광활성화에 대비해 뒷짐만 지고 있었느냐는 비판여론이 관광객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주변도로가 마땅치 않으면 사람을 동원해 손님맞이를 하는 것도 일자리 창출인데도 이를 게을리 하면서 ‘사후약방문 격’으로 앞으로 무슨 도로개설을 하겠다고 입버릇처럼 떠들고 있다. 천사대교가 착공부터 개통까지 몇 년이 걸렸는데도 말이다.

여기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은 김영록 전남지사에게도 문제가 있다. 목포 김종식 시장이나 무안 김산 군수가 이번 천사대교 개통에 발맞춰 다소 미흡한 점이 있다면 이들 시장 군수들과의 협의를 통해 대안을 마련해야, 도백으로서 본분을 다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전남도청도 서남권에 있는 만큼 천사대교 개통 특수가 그냥 거품처럼 맥없이 수그러들 것을 ‘강 건너 불 보듯 구경’만 할 게 아니라 관광객들이 다시 보고 싶고, 오고 싶고, 머무르고 싶은 전남 관광지로 탈바꿈하라는 기대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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