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결혼 안하기'
대한민국 '결혼 안하기'
  • 문틈 시인
  • 승인 2019.05.08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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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인구가 줄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출산율이 0.8명대로, 내년부터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여 2060년엔 인구가 3천8백만 명으로 줄어든다고 한다. 관련 연구학자들은 인구 감소 이유를 이런저런 탓으로 돌린다.

흔히 꼽는 이유는 이렇다. 샐러리맨이 안 먹고 안 입고 10년을 저축해야 포도시 집을 구입할 상황에서 누가 결혼을 하겠느냐고, 육아 비용과 교육비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인데 누가 아기를 낳겠느냐고. 그런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거꾸로 생각해서 집이 있고, 육아 비용과 교육비를 감당할 수 있다면 출산율이 높아지고 인구가 증가할까. 예를 들면 누군가 이렇게 하는 말을 들었다. 요즘 직장인들 벌이로는 평생 집장만 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그래서 아이를 둘 낳으면 20평대 아파트, 셋 낳으면 30평대 아파트, 넷 낳으면 40평대 아파트를 살고 싶을 때까지 평생 무상 임대로 주자고 한다. 어디로 이사 다니든 이것만 보장해준다면 집장만에서 해방될 것이라는 얘기다. 좋은 아이디어이긴 하다.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집이 있고 아기 육아 비용이 부담이 안되고 교육비가 무상이라고 해서 출산율이 크게 높아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시대는 2030청춘 남녀들이 결혼을 안하기로 ‘동맹’을 맺은 상황이다.

결혼은 옛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이고, 지금 이 시대에서는 결혼이란 삶을 살아가는 방법의 하나일 뿐이다. 필수 사항이 아니다. 청춘들의 삶의 방식은 ‘혼자 놀기’다. 결혼해서 티격태격 서로에게 신경쓰며 살기도 마뜩찮다.

원룸에 살면서 편의점에서 간편식을 사먹거나 배달음식을 먹고,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면서, 외제차를 굴리며, 보너스를 타면 해외여행을 갖다오는 것으로 충분히 행복하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스트레스가 작렬하는 결혼을 한단 말이냐. 그냥 남녀관계는 연애 수준에서 지낸다는 생각이다.

정부가 돈을 마구 퍼준다고 해서 이런 젊은이들이 결혼을 해서 아기를 낳을 것 같은가. 원 천만의 말씀이다. 나는 인구학자도 뭣도 아니다. 그렇지만 오래 전부터 출산율 저하는 막을 수 없는 대세로 가고 있음을 알았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 번째는 설령 결혼을 하더라도 아기를 낳으려 하지 않는 이유는 무자식이 상팔자여서가 아니다. ‘육아’를 중노동으로 생각하는 신사고에 포섭당해 있기 때문이다. 육아는 맹목적인 희생과 사랑이 없이는 해내기 어려운 중노동이다.

옛사람들은 결혼하면 아기를 낳고 자식이 결혼할 때까지 뒷바라지하는 ‘중노동’을 당연한 것으로 알고 살았다. 밤중에 일어나 기저귀를 갈고 아기가 열이 나면 무시로 안고 병원으로 뛰어갔다. 나보다 자식을 앞세우는 삶을 살아왔다. 거기에서 삶의 보람과 기쁨을 찾았다.

두 번째는 별놈의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결혼생활하는 것보다 더 재미있는 것이 수두룩하다. 신방에서 ‘깨가 쏟아지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에서 쏟아진다. 게임, 영화, 유튜브, 뉴스 등 버튼만 누르면 현실보다 훨씬 재미있는 가상현실이 펼쳐진다.

굳이 배우자를 만나 아기를 낳고 이에 따르는 복잡하고 힘든 가정 생활을 할 마음이 없다. 결혼한 새내기 부부들도 반려동물과 살면서 아기는 낳으려 하지 않는다. 유모차에 반려동물을 싣고 다닌다.

아기 없이도 잘 놀아요 하는 세상이다. 이런 현실을 아무리 어려운 말로 설명해도 결론은 마찬가지다. 최근 ‘어벤져스 엔드게임’이라는 영화가 개봉되자 날마다 같은 영화를 거푸 보러가는 2030관객들이 많다고 한다. 영화를 보면서 우는 사람조차 있다고.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지구의 마지막 희망이 된 살아남은 어벤져스 조합과 빌런 타노스의 최강 전투를 그린 영화라든가. 일종의 가상현실인 이런 게임영화에 빠져 한 번 본 영화를 보고 또 보고 하는 마음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 이들이 우는 것은 연애나 결혼 실패 때문이 아니라 게임영화를 보고나서다.

2030 젊은이들 중에 ‘내 결혼 계획 없어 남 결혼식에 안간다.’는 풍조가 있다. 자기는 결혼을 하지 않을 것이므로 축의금을 받을 수 없어서란다.

젊은이들의 인생관은 결혼 안하고 혼자서 신나게 멋지게 사는 것이다. 여기에 출산율 같은 국가적 어젠다가 끼어들 틈이 없다. 출산율 증가는 결혼 여부에 달려 있지 않다. 아기 기르기에 대한 자기 희생과 사랑이 희미해진 시대에는 결혼 안하기, 아기 안낳기는 1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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