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부끄러운 스승의 날
[세상보기]부끄러운 스승의 날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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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순 참교육학부모회 광주전남지부장

1차 세계대전이 4월에 일어났다고 해서 누구는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있는 학부모는 학교행사가 가장 많이 있는 5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한다. 특히 스승의 날이 가까워지면 두통까지 생긴다고 한다.

왜 그럴까? 어릴 적 기억속의 선생님에 대한 그리움 때문일까? 퇴직하셔서 연락처를 찾지 못해 발을 동동거리거나, 연락처를 알아냈더라도 병환중이거나 돌아가신 것은 아닐까 하는 염려 때문일까? 그래서 쇠약해진 선생님의 모습이 당당한 선생님의 기억을 덮칠 것을 우려해서 잔인하다고 했을까?
이런 말을 하는 내가 참으로 우습다. 절대 그것이 이유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너스레를 떠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스승의 날은 자신을 사회의 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스승의 은혜에 감사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갖는 날이다. 이러한 날을 앞두고 아이들 앞에서 너희 선생님 선물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아이들은 스승의 날을 어떻게 생각할까? 또 미리 선물을 사서 엄마가 선생님을 찾아간다든지, 아이 편에 보낸다는 것 역시도 아이에게 스승의 날의 참된 의미를 왜곡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물론 학부모는 학교현실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할 수도 있다. 그럴 수도 있다. 학부모가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은 먼저 알아채고 학교에서 어떤 조치를 취해준다면 학부모는 한결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다. 일례로 마산 삼계초등학교 선생님들이 학교전반에 걸친 학부모들의 불신을 뿌리뽑고자 '학교에 오실 때는 빈손으로 오세요'를 주제로 자정결의대회를 갖고 학생들의 알림장이나 학부모회를 통해 의지를 지속적으로 알리고 있는 경우이다.

그걸 보면서 "그 학교 학부모는 참 좋겠다 우리 학교는 왜 그런 것도 없나"하면서 부러운 눈길로 쳐다만 볼 수는 없는 일이다. 선생님이 아무리 자정결의대회를 했다고 해도 학부모가 막무가내로 들이밀면 어쩔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이런 경우도 우리는 주위에서 종종 본다. 학교에 가서 선생님을 만나고 온 한 학부모가 선생님께 촌지를 건냈더니 극구 사양해서 집으로 오는데 너무너무 화가 나더라는 것이다. 이유인즉 촌지의 액수가 너무 적어서 차라리 안받겠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촌지는 교사와 학부모사이의 신뢰를 허무는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선생님의 진실된 행동이 이런 식으로 매도당하기도 한다.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학교의 불신에 대한 모든 책임을 학교나 교사에게만 지울 수는 없는 것이다. 학교가 할 몫이 있다면 학부모도 해야 할 몫이 있는 것이다. 부담을 느끼면서도 굳이 선물을 하는 것은 내 의지대로 해서 우리 아이가 손해를 보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절대 손해는 볼수 없다는 이기적인 욕심이 깔려 있는 것이고, 백화점 선물매출이 스승의 날을 앞두고 급등하는 것만 봐도 체면을 중시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학부모는 자신을 돌아보기 보다는 현실을 탓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치러지는 스승의 날이 우리 아이들에게 스승에 대한 존경심과 감사를 갖게 하기보다는 오히려 불신을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돌아오는 스승의 날에는 우리 아이들과 함께 먼저 이야기를 해 보자.

스승의 날에 대한 의미, 부모는 어릴적에 스승의 날을 어떻게 보냈는지, 그 당시 선생님에 대한 부모의 생각, 아이들의 생각, 어떻게 보내는 것이 좋을까 하는 등등의 얘기를 통해서 "스승의 은혜는 하늘같아서 우러러 볼 수록 높아만 가네∼∼"하는 노래가 마음속에서부터 절로 나올수 있도록 감동의 시간을 가져보자. 아이들을 믿고 아이들에게 한번 맡겨보자.

/최은순 참교육학부모회 광주전남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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