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지대DMZ(demilitarized zone)’ 생태·평화탐방을 다녀와서
‘비무장지대DMZ(demilitarized zone)’ 생태·평화탐방을 다녀와서
  • 정규철 인문학연구소 학여울 대표
  • 승인 2019.04.22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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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민주화운동동지회가 주관한 ‘2019 민주포럼, DMZ 생태·평화탐방에 참가하여 강원도 철원군 일원의 민간인 통제 구역과 비무장지대를 가까운 거리에서 살피고 돌아왔다.

비무장지대는 1953년 7월 27일 미국, 중국, 북한의 합의로 이루어진 정전협정 제1조 1항에 의해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남북이 각각 2km씩 물러난 군사적 완충지대를 말한다. 한국전쟁의 총성이 멈춘 그 순간 남과 북이 대치했던 경계선이 바로 지금의 군사분계선이다. 총거리 248km, 한반도의 허리를 나누면서 서쪽에서부터 동쪽까지 200m 간격으로 1292개의 말뚝을 박아 표시했다. 그러나 70여년이 흐른 지금 그 흔적은 희미하다. 따라서 군사분계선이 분명 있기는 하나 보이지 않는 경계선인 셈이다.

‘비무장지대DMZ(demilitarized zone)’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남북이 대치하는 동안 DMZ는 지구촌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생태계의 보고가 되었다. DMZ, 그리고 민간통제구역에는 5000여종이 넘는 야생 동식물과 100여종의 멸종위기종이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39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전쟁의 상흔이 아직껏 가시지 않은 DMZ는 기적과 같은 시간의 치유를 통해 우리 겨레 앞에 생명의 숲으로 다가오게 된 것이다. 인간이 허리힘으로 곧추서듯이 DMZ는 한반도의 건강을 상징이라도 하듯이 공산무인 수류화개(空山無人 水流花開), 옛 분들이 노래한 그대로다.

아침 6시 30분 광주를 출발한 버스는 목적지를 향해 새벽안개를 밀치면서 달렸다. 먼 데서 온 동지들은 어느새 잠이 들었고 몇몇 분들은 이야기꽃을 피운다. 맑게 갠 하늘에 붉은 해가 솟고 질펀한 들녘엔 봄기운이 완연하다. 차창 양쪽으로 펼쳐진 들녘을 내다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니 심사가 어지럽다.

지난 해 중국 내 항일독립운동사적지 탐방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진 행사인지라 매우 조심스럽기도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만감이 교차했다. 남북관계를 통일 지향적으로 보지 않고 정쟁의 도구로 삼으려는 일부 몰지각한 정상배들의 작태로 말미암아 하루에도 몇 번씩 오장이 뒤집히는 것이 오늘의 세태다.

정부가 ‘국제 관계를 주도적으로 변화시키면서’ 북미회담의 성사를 위해 하고 있는 외교적 노력은 칭찬 받아야 할 일이지 결단코 비난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냉전시대의 잔재인 이념 갈등을 부축이면서 훼방꾼 놀이를 보수의 본령이라고 착각하는 자들의 몰상식으로는 우리의 민족적 숙원은 성취될 수 없다. “남과 북은 사상과 제도의 차이를 초월하여 남북 관계를 상호존중과 신뢰의 관계로 확고히 전환시켜 나가기로” 합의한 바 있는데, 이를 외면한 채 그것이 마치 반민족 행위라도 되는 양 비방하고 있는 꼴이 가증스럽기까지 하다.

이 시대 우리 겨레의 숙원은 남북문제를 평화롭게 풀어가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행 작업이 필요하다. 냉전시대의 낡은 사고가 아니라 창조적인 도전과 발상의 전환이 필수요건이 아닌가 싶다. 해방 이후 미국의 국가이기주의와 패권주의에 매몰되어 종속상태인지 어떤지 조차 구분하지 못하고 저들이 의도한대로 따라 하다 보니 우리 민족의 꼴이 우습게 된 것이다. 북한이 내세우고 있는 ‘자주’라든가 ‘우리 민족끼리’의 주장이 무슨 의미인지 한번쯤 반추해 보라. 우리가 건설하려고 하는 미래는 우리민족의 생존전략으로 이해해야 하며 화해와 협력을 통한 상생이 되어야 한다.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북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기자회견에서 했던 “미국이 강도적 요구를 하고 기이한 협상태도를 보였으며 정치적 목적을 추구했다”라는 말은 대단히 서늘한 충격이었다. 정치적 목적이라는 점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구체적인 협상 내용이야 깊이 있게 들여다보아야 하겠지만 한 나라의 명운이 걸린 중대한 협상테이블에서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졌어야 하고, 또한 상대방을 궁지로 몰지 말아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하노이에서 트럼프가 한 행태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Pax Americana의 오만과 독선이라고 나무라도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우리는 DMZ를 향해 가면서 한반도 분단의 원인제공자가 과연 누구인지 몇 번이고 되물었다. 지금은 비록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지만 ‘핵 없는 한반도의 평화’를 김 위원장과 합의한 후 문 대통령의 평양 연설에서 15만 시민이 열광하는 모습을 TV를 통해 지켜보면서 ‘물질적 가난 속의 인간적 풍요’가 과연 어떤 것인지 깨달은 바 있다.

우리 역사의 오솔길을 터덕거리며 사색에 잠기는 동안 차는 어느새 ‘DMZ생태평화공원’ 방문자센터에 도착하였다. 한국전쟁 시 ‘철의 삼각지’라고 알려진 철원의 생창리 마을에 조성되어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언젠가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어 전 지역을 탐방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그 일부라도 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비무장 지대’는 고작해야 남한 국토의 2% 조금 넘는 좁은 공간이지만 우리나라의 멸종 위기종 44%와 야생식물의 13%가 살고 있기도 하다. 가히 한반도 생물다양성의 정점이라 할 수 있다. 이곳에서부터 동으로는 화천, 인제, 고성군에 이르며 서쪽으로는 연천, 파주, 판문점을 지나 임진각에 이르는 한반도 허리 부분이다.

한반도 중앙부에 위치하고 있는 철원군은 면적 898.4㎢, 인구는 5만이 채 되지 않는다. 군 전체가 가로로 뻗어 있으며 DMZ 면적 중 1/3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전쟁 이전에는 북한 지역에 속해 있었으며 백마고지전투, 철의 삼각지대 저격능선전투 등 당시 치열했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철원군의 대표적인 명소로는 궁예도성지가 있는데, 현재 남과 북의 휴전선 사이에 있기 때문에 접근할 수 없는 지역이다. 궁예가 905년 송악에서 철원으로 도읍을 옮긴 뒤 조성한 거대한 궁터다. 조선을 대표하는 문인 송강 선생께서 강원관찰사로 재임 시 남긴 시가 전한다. “궁왕대궐(弓王大闕)터희 오작(烏鵲)이 지지괴니 / 천고(千古) 흥망(興亡)을 아ᄂᆞᆫ다, 몰ᄋᆞᄂᆞᆫ다.”

다음으로 샘통철새도래지, 백암산 김화남대천을 꼽을 수 있는데, 샘통철새도래지는 천연기념물 245호로 지정된 장소로 철원군 동송읍 민통선 이북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철원평야 가운데 자리 잡고 있으며 기암반인 현무암반에서 올라오는 용출수가 연평균 15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여름에는 차고 겨울에는 따뜻하다. 먹거리가 풍부하고 러시아, 중국, 일본의 중간에 위치고 있어 다양한 철새들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올 수 있는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해마다 10월 말경부터 러시아, 중국 북부에서 내려오는 두루미, 재두루미, 독수리, 기러기 등과 같은 겨울 철새들이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찾아와 겨울을 난다.

승리전망대

백암산은 강원도 철원군 원동면과 화천군 풍산리 일대에 위치한 희귀 생물의 자생지이다. 백암산과 북한강 본류가 만나서 만들어진 하천식생으로 말미암아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다. 천불산은 자연스럽게 솟아난 바위들이 불상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산양 서식지로도 잘 알려져 있고 승리전망대가 있다.

우리 일행은 관광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면서 성제산, 안암산, 오성산, 계웅산, 저격능선 등 북한지역을 관측하였으며, 전망대에서 10여 미터 내려오다 보니 ‘동도교회’라는 건물꼭대기에 십자가가 높이 걸려 있었다.

김화남대천은 북한의 금성면 어천리 수리봉에서 발원하여 비무장지대를 지나 남서방향으로 흘러내리는 하천이다. 습지에는 수달과 묵납자루 등이 서식하고 있으며 왕버들 군락지로 파릇파릇한 새싹이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왜가리가 날고 맑은 공기는 심호흡하기에 좋았다. 지난날 하천의 일부는 금강산으로 가는 통로로 이용되어 왔다고 한다. 지금도 비무장지대 안에는 일제강점기 금강산을 오가던 열차의 노반이 하천 주변에 그대로 남아 있다.

한탄강은 강원도 평강군 장암산에서 발원하여 연천군 전곡읍에서 임진강과 합류한다. 북한지역에서 남방한계선까지 64km를 흐르다가 임진강을 거쳐 한강에 합류하기까지 80km를 흐른다. 30만년 동안 바람과 물에 의한 침식작용으로 만들어진 한탄강의 협곡은 깊이가 평균 50m에 달하고 제주나 울릉도에서 볼 수 있는 주상절리도 만날 수 있다. 우리 일행이 갈 수 있는 탐방코스는 암정교-출렁다리-용암보 통문-두루미 쉼터-승리전망대로 극히 일부였지만, 말로만 듣던 분단의 현장에 서보니 착잡한 마음 금할 길 없다. 암정교는 폭 4m, 높이 7.7m, 길이 120m로 1930년 무렵에 건설되었으며 화천, 김화, 평강, 금성을 오가는 인마(人馬)의 길목이었다. 용암보는 남대천 상류에 만들어진 저수지로 인적이 끊긴 뒤 거대한 습지로 변하여 물고기와 새들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 두루미, 흰목물새떼, 호사비오리가 즐겨 찾고 있으며 주변 언덕엔 금강제비꽃, 금강초롱꽃, 꽃창포, 고란초, 삼지구엽초가 어딘가에 숨어서 손님 맞을 준비하느라 부산할 것 같다. 민들레, 고사리, 취나물 등이 지천일 텐데 나물 캐기에는 때가 일러 아쉬웠다. 두루미쉼터의 제방을 따라 걸었는데 뚝길 양편으로 아카시아, 두릅나무들이 잔뜩이었다. 새싹이 움트는지 파릇한 기운이 느껴졌으며 꽃피고 순이 자라나면 벌떼들은 윙윙거리며 꿀을 따고, 사람들은 두릅 순을 꺾어다가 초장 발라 입맛을 돋울 것이다. 민통선 안쪽에는 밀원이 풍부하여 꿀맛도 좋을 것 같아 방문자센터에서 평소 즐기는 밤꿀을 구입했다. 자기 고장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관광 상품으로 내다 파는 것은 지혜로운 일이다.

비무장 지대의 무성한 숲과 맑은 물이 흐르는 골짜기에서 짐승의 숨소리와 나는 새들을 보면서 우리 산하의 아름다움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생명의 가치를 잃어버린 인간의 욕망에서가 아니라 생태와 평화의 관점으로 온전히 대접하고 살펴보아야 한다.’라는 말씀은 천백 번 지당하다. 비무장지대 전체가 하루 빨리 생태평화공원이 되기를 염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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