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곁의 반가운 얼굴, 신지연
지리산 곁의 반가운 얼굴, 신지연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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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반미여성회 회원 중에 최장거리에서 살고 있으며 유일한 농민인 신지연(28)회원을 찾았다. 광주에서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곡성 나들목에서 나와 섬진강 물줄기를 따라 산세와 주변환경에 푹 빠져있을 때쯤이면 섬진강 중에서도 가장 물빛이 아름답다는 압록을 지나 구례구역이 나온다. 곡성에서 나오면서 전화연락을 했더니 구례읍으로 나온다며 약속장소를 말해줬다.

지연씨는 구례읍에서 한참을 더 들어간 백운산기슭에서 남편 정영록(30)씨와 시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몇마리인지는 못 물어봤는데 꽤 많은 돼지들과 강아지 여러 마리와 감나무가 둘러싸인 집에서 누구보다 바쁘게 살고 있다.

얼마전 구례군 농촌여성회 총회를 열었던 곳이라고 구례에서 제일 좋은 예식장 2층 식당에서 지연씨가 먼저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임신 8개월이 넘었는데도 전혀 몸이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동안 얼마나 바쁘게 살았는지 '임산부가 아니다'는 말을 듣고 있다고 한다. 하루에 프랑을 20개씩 쓰고 유인물 만들고 사람 만나고... 지연씨는 구례군 농촌여성회 총무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여농일 뿐만 아니라 남편이 구례군 농민회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는 덕분에 군농민회 일까지, 일복이 터진 것 같았다. 요즘은 사무국장댁이나 사모님으로 불리기도 한다면서 웃었다.

지난 4월 13일에는 영농발대식이 있었는데 한복을 입고 전혀 임신한 것 같지 않게 뛰어다녔다고 한다. 매년 영농발대식은 풍년 기원제와 투쟁 선포식 형식으로 지내는데 올해는 풍년 기원제는 지내지 않고 대신 농업 회생제를 지냈다고 한다. 풍년이 되어도 농민에게는 아무런 이득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땅에서 농민으로 살아가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신지연은 넉넉히 안아주는 고향같은 사람이다
그녀를 만나러 가는 길 또한 그처럼 포근하고 정겹다
이번 여름엔 모처럼 시간을 내 지리산에 다녀옴은 어떨까


지연씨는 서울토박이이다. 어렴풋이 졸업하고 농사를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같은 학교 선배인 지금의 남편과 그런 이야기를 하다 서로 뜻이 같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가까워지게 되었다고 한다. 부모님의 반대가 심해 편지를 써놓고 새벽에 가방하나 달랑 들고 구례로 내려왔다고 한다. 그때부터 구례군 농민회 간사 일을 하게 되었고 결혼도 하였다. 결혼하고 한번도 나들이를 해본 적이 없었던 부부는 1박 2일로 다녀온 범민족 대회 때 그 기분을 냈다고 한다. 배낭 가득 짐을 싸온 그들에게 농민 분들이 한마디씩하며 놀렸다고 한다.

지연씨는 사이트에 '돼지엄마'라는 이름으로 종적을 남기곤 하였다. 요즘은 농민회 간사 일을 그만둬 사이트에 들어가 보기가 쉽지 않지만 여전히 반미여성회에 대한 강한 애정을 표시했다. 지난 3,4월에 있었던 역사학교에 가지 못해 그 기간 내내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했다. 남편과 최소 2번 은 참가하도록 도와 달라고 이야기하고, 지키려고 노력했는데 총회와 영농발대식 준비, 그리고 하루도 집을 비울 수 없는 돈사 일로 도저히 시간이 나지 않았다고 한다. 소외감도 느끼고 미안하기도 하다는 지연씨는 반미여성회에 어떻게 결합해야 할지가 늘 고민이라고 했다.

언젠가 광장때 호박이며 여러 가지 야채들을 가방 가득 가지고와 나누어 주기도 했던 지연씨는 언제든지 찾아가면 넉넉히 안아주는 고향같은 사람이다. 지연씨를 만나러 가는 길 또한 그처럼 포근하고 정겹다. 이번 여름에는 시간을 내어 지리산에 다녀오는 것은 어떨까. 그때쯤이면 지연씨 곁에 그를 꼭 닮은 그리운 얼굴을 하나 더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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