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아 기지개 켜자
딸들아 기지개 켜자
  • 시민의소리
  • 승인 2002.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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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학교에는 '딸들아 기지개켜자'(이하 딸기)라는 여성주의 문화비평 소모임이 있다. 대중매체속에서 여성을 소외시키고, 남성과 여성의 성역할을 고정화시키는 것 등등 여성의 눈으로 매체를 바라보며 비평을 하는 소모임이다. 광고, 드라마, 영화, 대중가요속에서 우리가 접하는 모든 것에서 여성답기를 강요하는 것을 반대한다.

강요된 틀 속에서 여성으로 사는 것보다 자기답게 나답기를 원하는 우리 딸기의 모습이 싱그럽다. 매주 꾸준한 모임을 가지며 이제는 성매매, 여성 노동권, 호주제 등의 문제를 토론하고 다양한 실천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매매춘 지역 실태조사를 가보자, 여성단체를 방문하자, 신데렐라같은 가부장적인 동화를 바꿔써보자 등등의 고민도 던져본다.

용봉인들의 딸기에 대한 관심은 참 높다. '딸기는 요새 어때요?' '이름이 참 신선하네요' '아(들)기는 왜 없어요?'등등의 물음들... 더더욱 학우들의 목소리를 듣고 '딸들아 기지개 켜자'에서 하고 싶은 수많은 얘기를 하고 싶다.
사람들은 나를 보며 '저렇게 연약한 여자애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들을 하곤 한다.

그러나 총여학생회를 이끌어 가는 것은 '외모'가 기준은 아니듯, 나에게도 시시때때로 희망을 느끼고 힘을 얻는 사건(?)들이 많다.
햇살이 쏟아지던 날, 꽃샘바람이 잦아드던 날, 서울 대학로에 여성들이 모였다. 지난 3월, 해마다 다양한 시도와 여성들의 힘을 모았던 제 10회 한국여성대회에 갔었다. 여성의 날은 1908년 3월 8일 공항에 의해 경기침체로 생활고에 허덕이던 미국 섬유여성노동자들이 빵과 참정권을 요구하며 시작되었다. 이어서 '세계 모든 나라에서 여성의 정치적 권리를 인정할 것'을 요구하며 오늘에 이르른 것이다.

대학 총여학생회도 여성의 일부분
성매매, 여성노동권, 호주제 고민


3.8대회에 처음 참가하는 나는 설레임으로 가득 찼다. 광주지역 여성단체와 함께 이른 아침부터 모여 서울로 출발했다. 대여섯살 아이들은 우리들의 몫이었다. 여성과 아이와 함께 만들어가는 평화로운 시위 공간은 가슴을 따뜻하게 했다. 대학로를 가득 매운 인파들, 그들은 세상을 이끌어가는 절반의 힘, 우리 여성들이었다. 각 지역 여성단체의 깃발을 높이 세우고 올 한해 '호주제 폐지! 성매매방지법 제정! 공보육의 확충!'을 노래한다. 아빠가 만들어 주는 김밥 먹기, 하루동안 엄마성쓰기, 전국의 매매춘 지역 표시하기, 벽화 그리기 등 함께 참여하는 시민 난장은 볼거리를 풍성하게 했다.

학창시절, 소나기라는 소설을 보고 보라빛은 신비롭고 왠지 불운을 상징하는 색인줄 알았다. 보라색은 여성운동을 상징하는 색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보라색 손수건을 손에 묶고, 머리에 묶고 서울 시내를 행진하기 시작했다. 천여명의 참가자들이 함께 이 보라색 손수건을 하늘로 뒤덮이게 하는 평등의 끈잇기는 우리의 2002년 여성운동의 희망을 보여주었다. 여성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공간, 자매애가 넘치는 공간의 따뜻함을 몸으로 느꼈던 여성대회.

우리 학교 학생들 말고도 이렇게 많은 여성들이 함께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듯 다양한 시도와 소외된 여성의 목소리를 함께 만들어가는 총여학생회의 모습을 그려본다. 총여학생회의 정체성은 무엇인가라는 끝없는 질문들 앞에서 이제는 자유로워지고 싶다. 학우들과 함께 여성문제를 공감하고, 풀어가려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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