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김종갑 · 이호평, 이젠 ‘삭발’로 규탄한다
한전 김종갑 · 이호평, 이젠 ‘삭발’로 규탄한다
  • 박병모 기자
  • 승인 2019.04.17 22: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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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적폐 신오적’,집회현장서 첫 대두
24일(수) 농성 때 단체 대표 ‘삭발식’ 결의
문재인 정부 탄생 주역 광주정신에 대한 ‘배신행위’
‘한전배구단 결정은 정의,공정 게임이 아니었다’ 성토

[시민의소리=박병모 기자] 손쉽고 편안한 길을 택하려다 망신살을 당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대 국가에너지 공기업인 한전이 그렇다는 얘기다.

▲17일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 나주에 자리한 한전 본사 앞에는 700여명이 모여  "김종갑 사장과 이번 배구단 결정의 장본인인 이호평 관리본부장 사퇴하라"며 플래카드 시위를 벌이고 있다.

뒷감당도 못할 짓을 했다가 광주시민들이 들불 처럼 항의시위에 들어가니까 수습은 커녕 우왕좌왕 하는 꼴이 우습다. 그리고 애잔한 선수단을 핑계대고, 외부 탓으로 돌린다. 속수무책이다.

그도 그럴 것이 프로배구단을 연고지인 광주가 아닌 수원에 잔류키로 했다면 한전은 광주시민에게 납득할한 만한 설명과 함께 저간의 사정을 공개적으로 밝혔어야 했다. 광주로 오지 못하게 된 이유를 당당하게 설명하지 못한다면 그저 구멍가게나 다를 바 없다.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국민들로부터 전기료를 받아 그 돈으로 관리하는 이른바, '그저 그렇고 그런 기업'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내부 의사결정 구조는 물론이고 임원들의 내부역량도 가볍기 그지없다. 처음 당해본 일이라서 그런지, 그것도 경영진에 속한 임원들이 광주시민들의 항의 집회에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그렇다고 대안도 별로 없어 보인다.

이번 한전배구단 사태를 바라보는 광주시민들의 반응은 그런 점에서 싸늘하기만 하다.
17일 오전 9시,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 나주에 자리한 한전 본사 앞에는 700여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몰려와 집회를 열고 있었다. 광주시체육회와 광주시배구협회, 광주시장애인체육회, 시민사회단체, 자원봉사자 등이 플래카드를 들고 항의 시위를 벌였다.

비가 올 것 같은 꾸무럭한 날씨 속에 진행된 이날 집회는 세월호 5주기를 맞아 차가운 바다 속에 싸늘한 주검이 된 영혼들을 위한 묵념으로 시작됐다.
특히 남매처럼 정다워 보이는 장애인 체육회 직원 2명의 첫 멘트는 가슴을 아려오게 한다. 자신들이 집회에 참석한 배경을 이렇게 설명한데서 말이다.
세월호 수습과정을 지켜보면서 침묵으로 일관하면 결코 변화를 가져올 수 없다. 그리되면 간절한 바람과 열정도 가라앉게 된다. 그래서 직원 모두가 하나되어 이 자리에 섰노라고 강한 어조로 목소리를 높였다.

▲한전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광주시민들

이어 사회자가 광주정신을 들먹이자 분위기가 차츰 고조되기 시작했다. 4·19때도 그랬고, 5·18 때도 그랬다. 조선시대부터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광주시민들은 불의에 맞서왔다. '약무호남시무국가(無湖南始務國家)'란 말도 오랜 역사 속에서 빛을 발한 거다. 최근 촛불정신을 타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는데 광주시민들의 중심적 역할은 너무 컸다.

그러한 연장선상에서 한전 김종갑 사장도 문재인 정부에 편승해 사장자리를 꿰찬 게 아닌가. 그런 김 사장이 광주시민들의 뜻에 반하는 한전 배구단 결정을 하는 것은 지역발전과 소통, 배려 측면에서 이해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렇게 항의 집회에 나선 것은 배구단 유치가 문제가 아니라 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공개적인 협의나 심사과정 없이 일방적인 결정을 함으로써 광주시민들의 바람을 무너뜨렸기에 그렇다.
그까짓 비인기종목인 프로배구단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그리고 영향력이 얼마나 된다고. 광주시민들의 자존심을 팍팍 긁어대냔 말이다.

이를 모를리 없는 한전이 임의적이고 자의적인 판단으로 광주시민들을 우롱한 처사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기에 광주시민들이 들고 일어선 것이다.
한전이 광주시민들에게 이런 저런 핑계를 들이대며, 가지고 노는 것도 모자라 무슨 ‘봉’으로 알거나 바보 취급을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어서다.

집회의 하이라이트요, 키워드를 꼽으라면 단연 한전 김종갑 사장과 이번 배구단 결정의 장본인인 이호평 관리본부장을 타깃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이때 마이크를 잡고 ‘한전 적폐 신오적’을 들먹이며 참가자들로부터 박수를 받은 이가 바로 서용규 광주시장애인체육회 수석부회장이다.
그는 김 사장, 이 본부장은 물론이고 한전의 전·현직 감사에다 광주시청 공무원 Y 모씨를 적폐세력으로 몰았다. 어떤 기준에 의해서인지 알 수 없으나 광주시와 한전 간 갈등을 조장하는 사람으로 지목한 듯 싶다.
구체적인 이름을 적시하면서 경영진의 사퇴 요구가 처음 등장했다는 점에서 참가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남음이 있었다. 그러면서 "김 사장의 진심어린 사과와 사죄가 이뤄질 때 까지 시위는 계속된다"면서 날짜를 못박았다. 
앞으로의 험로가 예고된다.

▲경영진 사퇴를 촉구하며 시위에 나선 광주시민들

이렇게 집회 주최 측이 한발 더 첨예하게 나아가며 투쟁 강도 수위를 높여간 것도 주목할 만하다.
다음 주 수요일인 24일에 다름 아닌 ‘삭발시위’에 나서겠다는 거다. 
집회란 시간이 흐를수록 강도가 높아가고 조직적으로 움직인다는 점에서 예삿일이 아니다.

하지만 한전 김 사장은 배구단 담당자의 말만 듣고 편협하고 단선적으로 광주시를 바라보다가 뒤늦게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대책마련에 나섰다 한다.
으레 조직의 수장은 다양한 정보를 듣고 균형감각이 앞선다해서 예로부터 ‘임금 귀는 당나귀 귀’라는 속담이 있지 않은가. 김 사장이 한쪽 말만 듣고 정확하게 가닥을 추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야 말로 CEO로서 자질을 의심케 한다.
한전 신오적으로 첫 이름을 올린 이호평 관리본부장을 제치고, 대신 직위를 올려 부사장을 협상파트너로 정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공기업의 본분을 망각하고 선수이익만을 대변한 경영진은 사퇴하라”는 구호는 역설적으로 광주시민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말로 들린다.
한 순간의 판단 잘못으로 조직을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경영진은 자연스럽게 퇴진하는것 만이 내년 총선에서 문재인 정부를 위해서도, 광주시민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 아닐까 싶다.

간만에 자승자박(自繩自縛),자업자득(自業自得),인과응보(因果應報)라는 한자성어가 퍼뜩 떠오른다. 불가의 업보(業報)처럼 누구를 탓하라. 한전 경영진이 그 정도 밖에 안되는 데 말해서 뭐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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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kh 2019-04-18 23:09:09
    본래 광주 유치한 한전을 공동혁신도시란 명분으로 나주에 보낸것에 대한 분풀이 인가 광주는 모든것이 찬밥이고 한전하는 직태를 보면 정나미가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