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용서
어떤 용서
  • 문틈 시인
  • 승인 2019.04.15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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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장현 전 광주시장의 재판에 대하여

사람은 작은 일에서 감동을 받는다. 얼마 전 윤장현 전 광주시장의 재판 뉴스를 보고나서 그랬다. 이 사건은 김 모 여인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부인을 사칭해서 당시 윤장현 광주시장에게 거액의 돈을 갈취하고 자신의 가족들을 취직케 한 희대의 사기 사건이다.

광주 시민은 물론 전 국민의 조소거리가 된, 윤 전 시장의 체면을 크게 훼손시킨 사건이다. 피해를 당한 윤 전 시장은 이 사건의 여파로 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기도 하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죄를 묻는 보기 드문 재판이 벌어지고 있다. 사건치곤 드문 성격의 재판이다.

광주지법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윤 전 시장은 범인 김씨와 나란히 앉아서 재판을 받았다. 그 모습이 기이하게 보였다. 한 사람은 전 시장, 다른 한 사람은 사기범. 보기에 참 면구스런 장면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윤 전 시장은 그의 변호인의 변론대로 “(윤 전 시장은) 재판 결과를 떠나 인간적으로 이미 모든 것을 잃었다.” 안타까운 일이다. 윤 전 시장은 법정에서 “광주 시민께 사과드린다”고 말하고, “향후 정치나 공직에 나가지 않고 평범한 광주시민으로 돌아가 의료봉사를 하면서 살 기회가 주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도 했다. 여기까지는 법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진술 장면이다.

내가 감동받은 장면은 재판이 끝나고 난 후다. 윤 전 시장은 재판이 끝난 뒤 법정을 나서면서 “(범인) 김씨도 다시 사회인으로 돌아와 가정생활을 이어갔으면 한다.”며 눈물을 흘리는 김씨를 포옹했다.

@자료 사진
@자료 사진

윤 전 시장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던졌던 많은 사람들이 이 장면에서 마음을 좀 누그러뜨렸을 것 같다. 윤 전 시장의 입장을 생각해보면 결코 쉽지 않은 용서였을 것이다.

물론 이날 재판이 윤 전 시장의 선거법 위반에 대해 김 모 여인이 증인으로 나오기도 했지만 김 모 여인에게 사기를 당해 명예가 땅에 떨어진 윤 전 시장의 입장에서 볼 때 쉽게 ‘포옹’을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심한 마음고생을 한 뒤 범인에 대한 깊은 연민에서 나온 것이었을 터다. 사람들은 흔히 죄가 밉지 죄인을 미워해서는 안된다는 말을 한다. 이건 말장난이다. 죄와 죄인을 구분하는 것은 성인이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기에 인간에 대한 측은지심을 갖고 대하기가 쉽지 않는 일이다.

나는 용서의 극적인 장면으로 김대중 대통령의 취임식 때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들이 옆에 나란히 앉아 있던 모습을 떠올린다. 자기를 죽이려고 했던 사람들을 김대중 대통령은 취임식에 초대하여 예우하였다.

취임 전에 누가 김대중 대통령께 말했다고 한다. ‘그 사람들에게 보복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러자 김대중 대통령은 남아공의 만델라 대통령의 예를 들며 ‘보복이 무슨 도움이 되는가’ 라고 물리쳤다고 한다. 감동적인 일화다.

용서는 상대방의 잘못을 묵인하거나, 잘못이 전혀 없었다는 듯이 대하는 거나. 상대에게 이용당하거나, 잘못을 마냥 너그럽게 봐주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용서는 잘못에 대한 진정한 보복이다.

가해자에 대한 용서는 가해의 목적을 무화시킨다는 점에서 차원 높은 앙갚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 또한 평범한 사람이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용서는 크게는 국가 간에, 정권 간에, 개인 간에 두루 일어나야 우리가 사는 세계가 평화로워진다.

지금 우리 정부가 국제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을 지원하려는 마음도 뜯어보면 용서에 닿아 있다. 그런데 보다시피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용서를 받는 쪽도 그에 상응하는 내려놓음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개인에게도 마찬가지다.

이날 재판에서 검사는 윤 전 시장에 대해 징역 2년을 구형하고, 김 씨에게는 징역 6년에 추징금 4억5000만 원과, 또 다른 정치인들을 상대로 벌인 사기 미수 혐의에 대해 징역 2년을 구형했다. 5월에 있을 선고 공판에서 용서의 마음이 반영될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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