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문재인 대통령 산불 긴급대처 속 한가롭게 ‘배구단’논의 ‘빈축’
한전, 문재인 대통령 산불 긴급대처 속 한가롭게 ‘배구단’논의 ‘빈축’
  • 박병모 기자
  • 승인 2019.04.11 0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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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산불 난 4~5일, 속초서 임원과 프로선수단 세미나 강행
한전 김종갑 사장, 지역상생과 소통부재로 문재인 정부와 엇박자
광주시민 항의·분노 시위…김 사장 사과와 대책 나올 때 까지 지속될 듯

[시민의소리=박병모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산불 대처 긴급 지시에도 불구하고 한국전력이 프로배구단 연고지 이전 문제를 한가로이 논의한 것으로 드러나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광주시민과 광주체육회원들이 10일 한전프로배구단이 연고지인 광주로 오지않은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나주시에 자리한 한전 본사를 찾아가 항의집회를 하고 있다.
▲광주시민과 광주체육회원들이 10일 한전프로배구단이 연고지인 광주로 오지않은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나주시에 자리한 한전 본사를 찾아가 항의집회를 하고 있다.

강원도 고성·속초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로 온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지난 4일부터 1박2일 동안 한전은 속초의 한 리조트에서 프로배구단 선수단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세미나를 열었다. 이튿날인 5일 한전 측은 프로배구단 구단주 대행인 L 모 전무가 선수들과 협의를 통해 연고지를 수원에 잔류키로 결정했다. 그러면서 광주시에 일방적인 통보를 했다.
그것도 한전 측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닌 광주시의 실무자들에게 전화를 통해 비공식적으로 알렸다는 것이다.

한전의 이러한 성급하고 무책임한 결정은 광주시와 광주시민을 무시한 처사라는 점에서 공분을 사고있다. .
적어도 147만 광주시민의 수장인 이용섭 시장이 3일 경기도 의왕시의 한전배구단 전용체육관 찾아 선수단과 간담회를 가졌고, 이 자리에서  연고지가 광주·전남인 만큼 프로배구단이 온다면 모든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한지 이틀 뒤라는 점에서다. 그러니까 광주시장의 바람을 일언지하에 무시했다는 얘기다.  

그것도 고성과 속초에서 산불이 발생한 4일은 강풍을 타고 온 산을 삼킬 듯한 위력적인 화풍(火風)이라는 점에서 국민적 우려와 걱정이 앞선 위기 속에서 말이다. 문 대통령은 전국의 소방 헬기와 대원 등을 산불현장으로 투입하라고 지시했고, 당시는 너나 할 것 없이 군부대와 민간단체까지 스스로 나서는 화급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세계적 기업으로 자처하는 공기업 임원이 이러한 재난적 국가상황을 외면한 채 그리 다급하지도 않은 사안을 결정한답시고 산불현장 바로 인근 지역에서 하룻밤을 묵는다는 자체가 시기적으로 적절치 못했다는 비난여론이 거세다.
더욱이 산불 원인이 한전의 변압기 개폐기에 의해 불꽃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실사에 나선 형국이다.
만에 하나 국과수에서 한전 측의 간접적인 잘못으로 판명할 경우 막대한 배상 책임으로 이어질 게 불 보듯 하다. 그렇지 않아도 탈 원전 정책에 따른 적자가 발생한 나머지 비상경영 체제로 돌입한 한전으로서는 더욱 곤궁에 처할 입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다 더 아쉬운 대목은 한전이 지역균형발전 위해 광주·전남 혁신도시인 나주로 이전한 만큼 양 시·도 단체장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으면서 지역발전을 견인하는 구심체 역할을 외면하지 않았나 싶다. 
한전이 프로배구단 연고지를 수원잔류로 결정하는 걸 보면 김 사장이 과연 지역과 함께 상생하고 동행하는 파트너로서의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광주시가 프로배구단 이전을 추켜 든 것은 바로 직전의 조환익 사장이 광주배구협회에 광주 이전을 약속한 데서 출발한다. 당시 조 사장은 지역발전을 공감대로 광주시와 긴밀하게 끈끈한 관계를 맺어왔던 게 사실이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나온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김 사장 체제로 들어서면서 공기업으로서의 지역사회 공헌도나 공익성을 외면한 채 '따로 국밥'이 되고 말았다.
한전의 김 사장이 방관자가 아닌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한전 배구단 문제에 대해 가닥을 추렸더라면 광주시민들의 저항에 이렇게 까지 직면하진 않았을 게다.

적어도 한전 같은 거대 공기업이라면 L 전무나 김 사장이 어떤 사안을 결정함에 있어 사기업의 이윤추구와는 달리 공적이익과 경영성과,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킨 광주·전남 민심 등을 우선적으로 살펴 결정을 내렸어야 했다. 종합적이고 정무적인 판단이 아닌 단선적이고 의례적이고 소극적 결정을 했다는 점에서 깊은 아쉬움이 남는다.

▲광주시 체육회 관계자들이 한전 본사로 몰려가 항의 집회를 하고 있다.

한전의 어줍잖은 결정은 결국 광주시민들의 분노로 이어졌다. 그래서 광주시체육회와 일부 시민을 중심으로 항의시위에 나서고 있는 형국이다. 매주 수요일엔 집회시위에 나서고, 나머지 월·화·목·금요일엔 1인 시위를 할 계획이다. 한전 김종갑 사장의 진심어린 사과와 함께 납득할 만한 대책이 나올 때 까지 말이다.

한 동네, 한 이불을 덮고 살면서 광주·전남 지역민들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하고 비난의 대상이 된다면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김종갑 사장의 리더쉽과 상생전략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면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정의·형평·공정한 인사가 아닌 ‘낙하산 수준’에 불과한 낙제점 인사로 볼 수밖에 없다.
광주시민들은 문재인 정부와 한전을 향해 ‘이래서는 안된다’고 소곤소곤 대고 있다.
어느 쪽으로 불똥이 튈지 광주 민심은 고약하게 변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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