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평등 가르치기
진정한 평등 가르치기
  • 문틈 시인
  • 승인 2019.04.09 04: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웨덴 출신 어느 배우가 미국 영화제에서 상을 탔다. 한데 그 배우는 영화제에서 받은 자랑스런 트로피를 집에 가져갈 수 없었다. 친구 집에 몇 달 간 보관했다. 나중에 트로피를 찾아다가 자기 집 벽장 속에 숨겨 두었다. 트로피는 남의 눈에 뜨여서는 안되었다.

만일 트로피를 남들 눈에 뜨이는 곳에 두면 남들에게 자기를 자랑하는 것이 된다. 이 나라에서는 어떤 일로든 남들에게 자랑하는 것은 금물이다. 스칸디나비아 사람들에게는 그렇다. 즉 그들은 ‘얀테의 법칙(Law of Jante)’이라는 것을 생활문화로 가지고 있다. 자랑거리가 생기면 남들에게 자랑해서도 안되지만 자랑하고 싶은 마음조차 먹어서도 안된다. 심지어는 성공한 사람을 보고 성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도 안된다.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사람들의 생활을 지배하는 문화가 그렇다. ‘얀테의 법칙’은 10가지나 된다.

첫째, 당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인간은 누구나 다 존엄한 존재로서 평등하다.

둘째, 당신이 남들보다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남들만큼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해도 안된다. 자기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거만해지기 때문이다.

셋째, 당신이 남들보다 더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대학을 나왔다고, 고위 관리라고, 머리가 좋다고 으스대서는 안된다.

넷째, 당신이 남들보다 더 낫다고 확신하지 마라. 남들보다 자기가 잘났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거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사회가 따돌린다. 다들 ‘내가 제일 잘 나가’하고 사는 우리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유명세를 이용해 가지고 남을 등쳐먹을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 그런 생각을 바탕에 가지게끔 하는 것이다.

다섯째, 당신이 남들보다 더 많이 안다고 생각하지 마라. 대학졸업장이 마패로 통하는 우리 사회에서는 이해불가 조항이다.

여섯째, 당신이 남들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사람들은 세상이 자기를 중심으로 돈다고 생각하는데, 나를 남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말라니.

일곱째, 당신이 모든 것을 잘한다고 생각하지 마라. 능력이 출중해서 나는 모든 것을 다른 사람보다 더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거다.

여덟째, 당신은 남들을 비웃지 마라. 누가 어쨌다더라 뒷공론을 하고 험담을 하고 비웃는 일이 세상사인데 그러지 말라니, 실천하기가 되게 어려울 성부르다.

아홉째, 누군가 당신을 신경쓴다고 생각하지 마라. 이름이 알려지면 다른 사람이 나를 선망하거나 나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런 생각을 말라는 거다.

열째, 당신이 남들에게 무엇이든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나이가 들었다고, 남보다 내가 더 아는 것이 많다고 생각해서 남들에게 감놔라 배놔라 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그러지 말라는 거다.

얀테의 법칙은 열 번째로 끝나지 않는다. ‘당신에 대해서 다른 사람이 모른다고 생각하지 마라’가 보너스로 또 있다. 이건 대단히 중요한 말인 것 같다. 흔히 사람들은 사람들이 자기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생각하고 나쁜 짓을 하고, 남을 속이려 든다.

그런데 이들 나라 사람들은 남들이 나를 모른다고 생각지 말라고 한다.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에서 나온 말인 것 같다.

이상의 열 가지 법칙을 보면 북유럽 사람들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인간의 평등을 중시하며 가르치는가를 알 수 있다. 인간이 평등하다는 것을 윤리적인 사고체계로 내면화한 점에서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제대로 된 사회주의 국가들인 것 같다.

평소 왜 신문엔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사람들의 이야기가 잘 안 나오는가 했었는데 이런 삶의 태도 때문인 듯하다. 아무것도 자랑할 것도, 아는 것도, 특별하지도 않은 나같은 사람이 살기 좋은 나라들인 것 같다. 하긴 우리도 옛날 옛적엔 사람들이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는 만민평등 사상을 떠받든 때가 있었다.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