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부터 강원도 고성 일대와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을 진화하는 과정에서 소방관들의 헌신적인 노력을 떠올리면서 여전히 소방관들의 처우문제가 정치권에서 먼지만 쌓인 채 제자리만 지키고 있다는 생각에 안타까운 심정을 금할 수 없다.
흔히 소방관 하면 화재진압만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소방관의 업무영역이 매우 넓고 다양할 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업무에 시달리다 보니 정작 소방관들이 실제 현장에서 일어나는 위험을 무릅쓰고 행하는 업무에 비하여 그들에 대한 처우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지 못하는 국민들이 많다.
그리고 대형 재난사고가 일어났을 때만 반짝 관심을 가지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관심에서조차 멀어지고 마는 소방관의 처우 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도 차일피일 미루어지고 있는 이유는 정치권의 정략적인 이해관계 때문이라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소방관 처우개선과 관련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를 하려고 해도 국회에서 이러저런 이유로 소방기본법, 소방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등 관련법 개정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아 여전히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칫 소방관의 국가직화가 처우개선의 핵심인 것처럼 여겨질 수도 있고, 소방관의 국가직화만이 처우개선의 전부인 것 또한 아니다. 그리고 현재의 제도 속에서도 소방관에 대한 처우개선도 충분히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소방관을 지방직으로 두면 각 지자체의 예산으로 소방 인력충원과 장비마련을 해야 하는데 인구가 적은 지역은 예산 자체가 적어 소방관련 예산을 확보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국가직으로 전환하여 소방공무원들에게 더 나은 복지를 통한 국가재난과 안전에 대비하고 헌신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뒤받침이 요구된다.
더구나 소방관들은 지방자치단체장의 지휘를 받는 시‧도 소방본부의 소속이므로 경찰과 달리 전국적 상황의 재난에 신속히 대응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소방관의 국가직화가 필요하다 하겠다.
이번 산불진화 과정에서 보듯이 전국의 소방관들이 출동할 수 있는 배경에는 2017년 소방청 개청 이후 전국의 재난에 있어 관할 지역 구분 없이 국가 차원에서 총력 대응할 수 있도록 비상출동 시스템을 강화한 이후 이번과 같은 공조가 가능했다.
특히 이번 산불진화 과정에서 새롭게 등장한 소위 ‘산불특수진화대’, 즉 ‘산불진화대원’에 대한 처우개선이 무엇보다 필요해 보인다. 그들은 2017년 처음 발족하여 지역마다 20~30명씩 전국적으로 330여명이 고용되어 화마의 최 일선에서 일하고 있다.
그들은 비정규직으로서 1년 마다 모집공고를 통한 기간제노동자로 고용되어 10개월 주기로 교체를 하게 되므로 신분상의 고용불안은 말할 것도 없고, 정작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잦은 교체로 인한 산불진화에 대한 전문성과 노하우가 부족하여 문제의 소지가 많다.
결국 예산과 제도의 문제이다 보니 엄두를 못내는 현실이지만 소방관의 국가직화 문제 못지않게 이들의 정예화와 신분상의 안정화, 그리고 이들에게 지급되는 진화장비에 이르기까지 제도개선이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이처럼 소방관에 대한 처우문제를 단지 소방공무원들의 복지차원이 아닌 공직자로서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국가가 법과 제도적으로 보장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력의 배치에서부터 장비에 이르기까지 수도권과 지방이 차별이 없는 재난방재시스템 속에서 일할 수 있도록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제 국민의 안전 불감증을 얘기하기 전에 국가가 제도적인 뒷받침을 함으로서 국가적 재난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함은 물론 소방관에 대한 처우개선을 통하여 위험을 무릅쓰고 묵묵히 일하는 소방관들에 대한 사기를 드높이고 자긍심을 갖도록 법과 제도적인 개선책을 정치권이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