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록습지, 보존과 개발의 경계에서
장록습지, 보존과 개발의 경계에서
  • 임한필 광산시민연대 수석대표
  • 승인 2019.04.04 11: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한필 광산시민연대 수석대표
임한필 광산시민연대 수석대표

현재 광산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주요한 논쟁 중에 하나는 황룡강 장록습지를 국가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는 문제다.

그동안 ‘보존’과 ‘개발’은 서로 상충되는 단어였다. 특히 자연을 보호하는 환경문제에서는 더욱 첨예하게 대립하여 사용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친환경 개발’이라는 용어도 나오면서 ‘보존’과 ‘개발’이 단순히 상충되고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해나갈 수 있는 공존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환경부와 광주광역시에서는 황룡강 하류지역인 호남대 정문에서 영산강 합류부까지 3.06㎢ 면적을 ‘장록습지’라 명하고 도심지에 위치해있으며, 자연생태의 원시성을 유지하고 있기에 국가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송정역세권개발, 투자선도지구지정, 선운1,2지구조성, 금호타이어이전 등으로 인한 유동인구 급증에 따른 습지교란 및 오염요인이 증가하기에 장록습지 보전이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수달, 삵, 새호리기, 흰목물떼새 등 멸종위기 4종이 서식하는 등 생태적 기능이 우수하여 관리 및 보존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반면 일부 주민들은 장록교 주변으로 한 금호타이어 뒤편 황룡강은 ‘습지’라기 보다는 수십 년 전 홍수로 인해서 떠내려 온 나무나 모레 등을 오랫동안 방치함으로 인해 쓰레기나 잡초가 쌓인 곳으로 평소에 악취와 모기 등으로 몸살을 앓는 혐오의 이미지가 강한 곳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보존보다는 정화가 필요한 곳이며, 다양한 꽃을 심어서 꽃길을 조성하거나 순천만처럼 많은 사람들이 올 수 있는 관광형 습지조성을 위한 개발을 원하고 있다.

광산구청에서는 첨예하게 의견이 대립하고 있는 황룡강 장록습지 지정문제에 대한 주민토론회를 지난 1월 25일과 4월 3일에 두 차례에 걸쳐 광산구청 7층 회의실에서 가졌다.

필자는 어제 2차 토론회에 참가하여 광주광역시와 영산강유역환경청, 전문가와 시․구의원의 발표와 토론 그리고 주민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장록습지’에 대한 몇 가지 의문을 해결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째, “습지지정 구역이 합당한가”다. 습지를 지정하기 위해서는 과연 호남대 정문에서 영산강합류 지역으로 한정된 ‘장록습지’여만 하는 것인가? 오히려 황룡강 중류지역인 임곡부터 본량, 송산유원지까지가 두루미 등 천연기념물이 있는 곳이며 용진산과 어등산으로 둘러싼 주변 자연경관과 원시성이 더 잘 보존된 곳으로 볼 수 있다. 송정역세권개발 및 금호타이어 이전 등으로 침체된 송정권 경제가 살아날 수 있는 기회인데, 굳이 이곳과 바로 인접해있는 장록습지를 국가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해 모처럼 지역경제발전을 위한 기회를 놓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습지지정에 반대하는 주민들 사이에서 나오는 이유다.

따라서 ‘담양습지’ 등 대부분 습지지정지역은 지역이름을 쓰고 있으므로 ‘장록습지’라고 하지 말고 ‘광산습지’라고 칭하고, 보존지역을 임곡에서 본량, 삼도, 송산유원지, 호남대 정문까지 등으로 확대 및 변경했으면 한다. 또 장록교를 중심으로 한 금호타이어 주변지역은 습지지정에서 제외를 하고 오히려 수질정화를 해서 일정부분 개발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둘째로 “습지지정으로 인한 개발의 제한이 어디까지인지”를 명확히 제시하여야 한다. 어제 제2차 토론회에서도 광주광역시 환경생태과나 영산강유역환경청에서는 그 기준을 정확히 제시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주민들에게 세부적인 내용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 습지로 지정된 강내부만 개발을 못하게 하지 강둑 주변은 개발이 가능하다는 이해하지 못할 주장을 하는 것으로 반대하는 주민을 설득할 수는 없다. 국가에서 100억 이상의 돈을 쓰면서 습지를 보존하는 것은 그만큼 주변개발에 제한을 두고 관리해나가기 위해서다. 습지지정에 반대하는 주민들도 구체적인 의견을 들어보면 습지를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습지를 보존하되 순천만이나 장성군 황룡강처럼 관광객들이 올 수 있는 친환경적인 개발을 원하고 있다. 보존을 하되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자는 것이다.

셋째로 “주민들에게 정확한 정보와 자료를 제공하자”다. 광산구청에서 마련한 1차와 2차 토론회는 발표자의 PPT자료만 화면에 띄웠지, 토론회 자료집 하나 구비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근무시간인 평일 오후에 개최되는 토론회에 관심은 있어도 찾아오지 못하는 주민들을 위해서 광산구청이나 구의회, 광주광역시청이나 시의회 홈페이지에 토론관련 주요쟁점이나 꼭 알아야할 정보 및 토론회 자료를 올려놓을 필요가 있다. 특히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거나, 국가나 지자체에서 주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진행할 수밖에 없는 사업에 대해서는 더더구나 주민들에게 정확한 정보와 자료를 제공하여야 한다. 중요한 공청회나 토론회에 참가한 주민들이 귀로만 듣고 가는 것도, 참가하지 못한 주민들이 떠도는 믿지 못할 정보에 휘둘려서 국가와 지자체의 추진사업을 왜곡하는 것도 갈등의 소지를 남기기 때문이다. 잘못된 정보에 귀담아 듣는 주민들에게 뭐라 할 것이 아니라 정확한 정보와 자료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국가와 지자체 기관이 먼저 반성하여야 한다. 그러한 상황을 만들지 않게 노력하는 것 또한 국가와 지자체의 몫이다.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