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노무동원 피해 집단소송 5일간 239건 접수
일제 노무동원 피해 집단소송 5일간 239건 접수
  • 조선호 객원기자
  • 승인 2019.03.31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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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많은 사연 안고 광주시청 민원실 접수창구 날마다 북새통
탄광이라는 것 뿐 당시 동원한 기업명 몰라 유족들 애태워
군인, 군속 피해자 아쉬운 발길 돌리기도

광주 전남지역 일제 노무동원 피해자들의 일본 전범기업을 대상으로 한 집단소송 참여 신청이 지난 3월 25일부터 시작된 가운데, 3월 29일까지 5일간 총 239건이 접수되었다.

날짜별로는 3월 25일 42건, 26일 29건, 27일 52건. 28일 57건, 29일 42건, 등기우편접수 17건이다. 지난 3월 19일 기자회견 이후 소송 참여 전화 문의도 500여건이 넘었다.

소송 접수가 시작된 지난 25일부터 피해자 가족들의 신청과 상담 문의로 광주시청 민원실에 마련된 접수창구는 5일 내내 북새통을 이뤘다.

신청자들의 안타까운 사연도 줄을 이었다. 서모(73. 광주시 남구 진월동) 씨의 부친은 1941년 5월, 순경에 의해 강제로 끌려가 나가사키에 있는 어느 탄광으로 동원되었다. 1945년 막장 작업 중 천장이 무너지는 바람에 머리, 가슴, 등을 심하게 다쳤다. 이후 나가사키대학 병원에 입원해 응급치료를 받고, 1945년 11월에 해남 집으로 귀국했다. 병상에 누워 매일 피를 토하며 5년 동안 신음하다 1950년 2월 42세 젊은 나이에 별세했다. 아들인 서 씨는 “초등학교 1학년을 다니다 아버지 병수발을 위해 중퇴한 이후, 학교도 못 다녔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광주시 서구 양동에 사는 안모(50) 씨는 귀중한 자료를 가져왔다. 조부가 나가사키현 니시소노기군에 소재한 미쓰비시광업(주) 사키토(崎戶) 탄광에 동원되었다가 사망한 사연이 적힌 일본인 연구자의 편지였다. 일본인 조선인강제동원 연구자 하야시 에이다이 씨가 조선인강제연행에 대해 조사하던 중 발견한 화장인허가증에서 나온 피해자의 이름을 보고, 1990년 피해자의 본적지로 피해자의 사망 경위가 담긴 사실을 적은 편지를 보내온 것이다. 그 편지에는 피해자가 일한 곳이 정확히 적혀있었다.

나주의 나모(51) 씨는 어머니 사연을 안고 접수했다. 어머니 최모(89. 생존) 씨는 13세에 광주 가네보 방적공장에 동원되어 하루 12시간 이상 베 짜는 일을 했는데, 당시 일본인 관리자로부터 폭행을 당해 한쪽 눈을 실명 당했다. 실명당한 후 사람 많은 곳을 가지도 못하고, 70여 년 동안 서러운 삶을 살아왔다. 나씨는 “한쪽 눈으로만 모든 인생을 살고 계신 어머님의 삶을 무엇으로도 보상 받을 수 없겠지만, 진심어린 사죄와 보상을 꼭 받고 싶다”며 소송 참여 신청을 했다.

전화 문의를 해 온 한 피해자 가족은 외삼촌 3명이 모두 강제동원 되었다. 두 분은 당시 동원지에서 사망하고, 한 분은 행방불명이 되었다. 외삼촌들 세 명 모두 결혼을 안 한 상태에서 동원되어 죽거나 행방불명이 되는 억울한 일을 당했지만, 외삼촌들의 부모형제마저 모두 돌아가신 뒤라 위로금 한 푼 받지 못 했다. 현재 남은 가장 가까운 가족이 외조카인 자신인데, 외삼촌과 외조부, 외조모의 피맺힌 한을 풀고 싶다며 소송이 가능한지를 묻기도 했다.

경기도 안산에 거주하는 김모(65) 씨는 지금까지는 어디에 호소하여 구제를 받을지 방법을 몰라 아무런 목소리도 못 냈다. 이번에 집단 손해배상소송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듣고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도 부친이 유언으로 남기신 ‘내가 죽은 후에라도 그 한을 풀어 달라’는 말씀에 자식 된 도리로써 참여하게 됐다며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이번 집단 소송은 광주전남에 거주하고 있는 일제 전범기업 노무동원 피해자로서 우리 정부로부터 피해 사실을 인정받은 피해자가 신청 대상이다. 이를 잘 모르고 온 군인, 군속 피해 유족들은 나중에라도 기회가 있을 때 연락을 달라며 아쉬운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또 탄광에서 일했다는 것을 아는데, 어느 곳 어느 탄광에서 일한 줄 모르는 한 유족은 “당시 너무 어려서 아버지 말씀을 잘 기록해놓지 못한 일이 후회 된다”며 애를 태우기도 했다.

한편, 정부를 통해 피해자로 인정받은 광주전남 지역 노무동원 피해자만 총 2만 6,540건이다.

이번 소송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행정안전부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지원과’(02-2195-2300)로부터 ‘강제동원 피해심의 결정통지서’ 1통(동원 기업 및 동원연월일 확인 자료 표함),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위로금 등 지급결정서’(해당자의 경우) 1통, 제적등본, 가족관계증명서, 주민등록등본 1통씩 필요하다. 접수는 4월 5일까지 광주시청 1층 민원실에 마련된 접수창구에서 하면 된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광주전남지부’와 ‘근로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은 신청 접수가 끝나면, 우선 피고 기업 특정이 가능한 신청자를 선별하는 작업을 거쳐, 4월말까지 추가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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