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장관 후보자들의 부동산 투기
어떤 장관 후보자들의 부동산 투기
  • 문틈 시인
  • 승인 2019.03.30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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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된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는 “보통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산다. 이는 비난받을 게 전혀 없다”라고 15권의 대작을 마무리하는 인터뷰에서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지도자는 조직의 모든 구성원이 풍요로워지는 것을 지향해야 한다. 자기 배만 채워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인 이야기’를 쓰기 위해 로마에서 10년을 거주하며 로마제국을 집중 연구했다. 그녀는 “지도자가 될 사람은 일반 사람들과는 다른 높은 도덕성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국회의 장관 후보자 청문회를 보면서 이 작가의 말이 떠올랐다. 후보자들 중에는 부동산 투자(투기)의 전문가들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법적으로 세금을 탈루하지 않았으니 위법하지 않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현 정부의 지향점이 다주택자들에게 세금을 중과하고 은행융자를 제한하고 그리하여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는 정책을 펴고 있는 것에 비추어 볼 때 후보자 중 몇몇은 정부의 정책 방향과는 거꾸로 부동산을 통한 부의 축적에 몰빵한 티가 역력하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끝날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나는 바담 풍 할 테니 너는 바람 풍하라’면서 과연 지도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까. 솔선수범해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일반인보다 더 투기에 몸달아 있었다면 마땅히 후보자 위치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본다.

이건 ‘죄송하다’ ‘송구하다’는 말로 얼버무릴 상황이 아니다. 일찍이 우리의 문재인 대통령은 역대급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사회를 약속했고, 이 같은 혁신을 통해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장관 후보자도 사람이니 실수할 수 있고, 잘못할 수 있다. 능력이야 출중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면 그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이 맞다. 장관 소리 듣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흠결이 많은 사람이 버티고 앉아 기어이 각료가 되어보겠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을 보면 측은한 느낌이 들 정도다.

문재인 대통령은 인재등용에서 “공직 임용에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위장전입, 병역면탈, 논문표절 등 5대 비리 행위자는 배제하겠다”고도 천명한 바 있다. 벌써 이를 망각한 대통령은 아닐 것이라 믿는다.

다른 것은 다 접어둔다 하더라도 부동산 투기 경력자는 아무리 그것이 합법적인 과정이었다 하더라도 사업을 통해 땀 흘려 돈을 번 것도 아니고, 사람이 거주하는 집을 가지고 몰빵을 해서 자고 나니 수억 원의 차익을 보았다면 그 부의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지 않을까.

일반인도 아닌 나라의 살림을 꾸려가야 할 장관 자리 같은 데는 부동산 투기 경력자는 배제하는 것이 현 정부의 적폐 청산하는 차원에서 맞는다는 생각이다.

시오노 나나미는 일본의 고이즈미 총리를 처음 만났을 때 고이즈미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 마키아벨리의 “지도자는 지옥으로 가는 길을 숙지하고 있어야 대중을 천국으로 이끌 수 있다”라고 하자 “대중을 천국으로 이끌고 지도자 본인은 지옥으로 떨어지는 거다, 괜찮냐”고 물었다고 한다.

이런 담대한 지도자가 나라 살림을 할 때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나라’로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이다. 만일 이번에 부동산 투기 경력자를 장관 임명에서 과감히 배제한다면 이 나라 사람들은 어릴 적부터 ‘나중에 커서 장관이라도 한번 하려면 절대로 부동산 투기를 하면 안된다’는 DNA가 뼛속 깊이 새겨지는 기회가 될 것이다.

나는 크게 놀랐다. 장관 자리에 앉을 이 나라의 내로라하는 사람들도 까놓고 보니 부동산 투기를 밥 먹듯이 하였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다. 부동산 투기는 이 나라가 앓고 있는 오래된 토착 중병이다.

이를 퇴치하려면 벼슬아치들을 등용할 때부터 척결해야 한다. 웃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지 않던가. 부동산 투기가 나쁜 것은 없는 사람의 부를 있는 사람 쪽으로 강탈해가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기는 무엇보다 고위 공직자부터 청산해야 할 병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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