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전남도청, “복원일까, 재현일까?”
옛 전남도청, “복원일까, 재현일까?”
  • 정인서 광주 서구문화원장
  • 승인 2019.03.28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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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서 광주 서구문화원장
정인서 광주 서구문화원장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상징이며 최후 항전지였던 옛 전남도청을 복원한다고 한다.

어떻게 복원할 것인지 들어보기 위해 꽤 많은 사람들이 28일 오후 옛 전남도청 2층 회의실로 모여들었다.

건물을 복원하는 것도 의미는 있지만 여기에 덧붙여 5.18 당시 시민군의 항전 모습을 함께 재현한다는 계획도 들어있다. 도청 복원은 건물 복원이 아니라 광주정신의 복원이라는 의미일게다.

이러한 복원은 5.18세대는 물론 5.18 이후의 세대들에게 공감을 주고 역사를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 믿는다.

이 자리에는 이용섭 광주시장과 김용삼 문체부1차관 등이 참석했다.

이날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은 인사말을 통해 “옛 전남도청을 ’80년 5월 당시 모습으로 원형 복원하여 5.18 민주항쟁의 숭고한 뜻을 계승하고 역사의 교육장으로 보존하겠다”면서 “5.18 민주화운동을 전국화·세계화하는 기틀을 다지겠다”고 밝혔다.

그런 점에서 이번 복원에 거는 기대가 크다. 복원대상은 전남도청 본관·별관·회의실, 도 경찰국 및 도 경찰국 민원실, 상무관 등 6개 동이다. 5.18 당시 주요 활동 거점이었던 시민군 상황실과 방송실이 자리한 도청 본관 1층 서무과, 수습대책위원회가 있었던 2층 부지사실 등이 주요 복원 대상이다.

시가 내놓은 복원의 방향은 조선대 산학협력단의 용역결과를 토대로 했다. 80년 5.18 당시의 모습으로 원형복원을 기본 전제로 한다. 전체적인 예산은 300억 원 규모라고 한다.

여기에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인권과 평화의 의미를 예술적으로 승화한다는 배경에서 출발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복원을 하겠다는 것도 포함됐다.

이러한 계획들이 모두 순조롭게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복원한다는 것은 기억의 가치를 위해 하는 것이다. 역사성과 장소성을 가진 옛 전남도청은 우리에게 중요한 기념물이다. 기억하고 남기고 싶어 하는 열망이 담겼다.

옛 전남도청의 복원을 통해 과거를 기억하려는 이유가 무엇일까? 사람들은 자신들과 동시대 사람들은 물론 후대 사람들에게 우리의 열망을 전달하고 싶은 욕구를 담으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욕구 때문에 국내에서 여러 차례 진행된 복원 사례를 보면 실패의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2011년 경남도가 1천500억 원 가량을 들여 추진했던 ‘이순신 프로젝트’이다. 원형 복원됐다는 거북선은 수입산 목재가 사용됐고 거북선 잔해 찾기와 ‘이순신밥상’ 사업이 실패로 끝난 바 있다.

말은 원형 복원이지만 실제로 그게 가능한 것일까. 예를 들면 숭례문, 서울역사, 서울 성곽, 청계천, 덕수궁 중명전, 안동 임청각, 양양 낙산사 등이 ‘원형 복원’되었다고 하지만 현장을 가본 사람이라면 옛 느낌을 갖지 못할 것이다.

그저 옛 모습을 모방한 새로운 현장일 뿐이다. 지금 광주시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고 있는 것도 그런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이미 훼손된 상태인 데다 새로 설치했던 엘리베이터와 화장실, 안전을 위해 구축했던 철재빔을 철거하고 천정까지 뚫렸던 공간을 다시 층을 나누어 만든다고 옛 전남도청의 모습이 되살아나는 것일까.

설마 지워지고 메워진 총알 자국을 다시 파는 우는 범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기념과 기억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들이 “지금을 사는 사람들에게 활력과 의미를 주지 않으면 기억도 도태될 것”이라는 김동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연구소장의 말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이번 복원 사업에 대해 당연히 광주시민의 한 사람으로 기대하는 바가 크지만 지나치게 박제된 듯한 복원이 아니었으면 한다.

필자 개인적으로 볼 때는 모두 복원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원형 복원이라는 것 자체가 올바른 용어가 아니다. 사실은 ‘재현’에 가깝다.

이미 사용되고 있는 공간에 대해서 일부 익숙해진 시민들도 있다. 모두를 복원하기보다 전당 연결통로 등 기존에 있었던 건물을 다시 옛 모습대로 짓고 일부 주요 공간의 5.18을 재현하는 선에서 이루어져도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대국민설명회라 해놓고 마지막에 질의응답의 시간이 없었다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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