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118) 칠석(七夕)
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118) 칠석(七夕)
  •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 승인 2019.03.27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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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방울 흘러내린 빗줄기 슬픈 줄도 모르고

칠월 칠석날엔 전설과 같은 말이 되어버렸지만 견우성과 직녀성이 만난다고 전한다. 두 별은 일 년 내내 멀리서 바라만 보다가 이 날 하루 가장 가까운 거리가 된다고 한다. 그런데 은하수란 파란 물결이 시샘하듯 가로 놓인다. 안되겠다고 결심한 까마귀들이 모여들어 직녀가 건널 수 있도록 다리를 놓는다. 다리를 다 놓기도 전에 직녀의 흘린 눈물이 그만 비기 되고 말았다. 방울방울 흐르는 눈물이 빗줄기 되어 옷깃을 적신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七夕(칠석) / 수향각 원씨

꼭두새벽 까치들이 은하수에 모였는데

직녀가 맑은 물결 건너도록 다리 놓아

사랑에 지친 눈물이 빗줄기로 흐르네.

烏鵲晨頭集絳河      勉敎珠履涉淸波

오작신두집강하      면교주리섭청파

一年一點相思淚      滴下人間雨脚多

일년일점상사루      적하인간우각다

 

방울방울 흘러내린 빗줄기 슬픈 줄도 모르고[七夕]로 번역해보는 오언절구다. 작자는 수향각(繡香閣) 원씨(元氏:?~?)로 여류시인이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꼭두새벽 까마귀 까치들이 은하수에 모여서 / 직녀가 맑은 물결 건널 수 있도록 긴 다리를 놓네요 // 일 년에 한 번 만나는 사랑의 눈물이 / 방울방울 흘러내린 빗줄기 슬픈 줄도 모르고]라고 번역된다.

위 시제는 [칠월 칠석 날에]로 번역된다. 소치는 목동 견우(牽牛)는 유목부족의 청년이고, 베를 짜는 처녀 직녀(織女)는 농경부족의 처녀다. 이들 사이에 은하수(銀河水)라는 강이 가로놓여 경계선을 이룬다. 그러나 두 청춘남녀는 이런 경계선은 필요 없다. 마치 국경선과 같은 선을 넘어 서로 사랑을 속삭인다. 일 년에 단 한 번 부족 간에 교류가 있을 때 서로 만날 수 있을 뿐이다.

시인은 은하수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새들이 부럽다는 생각을 하면서 두 청춘 남녀를 상상하며 칠월칠석날 오작교를 건너는 견우성과 직녀성을 본다. 그들만의 알찬 사랑의 만남을. 꼭두새벽임에도 까치들이 직녀가 건널 수 있는 다리를 놓는다. 일년에 한번만 만나는 다리가 허물어 지지 않도록 어깨동무 하면서 만든다.

두 연인은 사랑에 지친 나머지 눈물을 흘린다. 그들 눈에서 흐른 눈물이 방울방울 맺혀 옷깃을 적시니 한 줄기 비가 되었다. 기다란 그리움 뒤에 짧은 만남과 다음에 이어지는 속절없는 이별은 견우와 직녀의 슬픈 사랑에 하늘도 무심치 못해 빗물을 뿌린다는 것을 차마 모르고 까치들은 그만 떠난다. 한 편의 드라마다.

위 감상적 평설의 요지는 ‘까막 까치 은하수에 긴 다리를 놓았어요, 일년 한 번 사랑 눈물 슬픈 줄도 모르는 채’라는 상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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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수향각 원씨(繡香閣 元氏:?~?)이다. 여류시인으로 생몰연대와 자세한 행적은 알 수 없다.

【한자와 어구】

烏鵲: 까마귀 까치들. 晨頭: 꼭두새벽. 集絳河: 은하에 내려 모여서. 勉敎珠: 힘써서 다리를 놓다. 履涉: .밟고 건너다. 淸波: 맑은 물결 // 一年一點: 일년에 한 번 만나다. 相思淚: 사랑의 눈물. 滴下: 적시어 내리다. 人間: 사람들. 雨脚多: 많은 빗줄기가 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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