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설치, 민주주의 원칙이 답이다
‘공수처’ 설치, 민주주의 원칙이 답이다
  • 김순옥 논설위원/정치학박사
  • 승인 2019.03.21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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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옥 논설위원/정치학박사
김순옥 논설위원/정치학박사

고위공직자의 부패와 비리를 수사하기 위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에 대한 정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소위 국가 고위공직자라 불리는 수장들에 대한 부패 수사권을 부여하는 제도적 장치인 공수처 설치 문제로 국가의 삼권분립 기관이 각을 세워 대립하고 분열을 조장하는 형국으로 가고 있다. 이러한 이유는 사실 공수처 설치에 대한 긍정적 기능보다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공수처가 왜 별도의 독립기구가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은 가까운 중국의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사회주의 국가 중국의 반부패 수사기관과의 비교라는 것에 부정적일 수 있지만 정치체제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반부패기구는 홍콩의 ‘염정공서’(廉政公署)를 본보기로 삼고 있다.

공수처 역시 동일한 모델을 선호하고 있기에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 기능과 형태에서 볼 때 공수처는 중국공산당 직속의 중앙기율위원회(이하 ‘기율위’)와 비슷하다. 기율위의 원래 취지는 당원과 고위공직자에 대한 부패비리를 감독하는데 있다. 결과적으로 중국의 기율위가 설치되고 공산당의 권력 강화에 힘을 실어주었다. 본래의 기능보다 권력기구의 성격으로 변질되면서 정치적 사정(司正)에 유리하게 쓰였다. 상대 파벌에 대한 견제기능은 물론이고, 성역 없는 수사권과 모든 반부패 기관의 상위기관이 되면서 법원과 검찰의 기능을 압도하였다. 부패척결 방면에서 유래가 깊은 중국에서조차도 공산당 직속의 반부패기관인 기율위의 막강한 권력의 위험성을 빈번하게 경고하였다. 중국의 시진핑 체제에서의 부패척결은 기율위를 등에 업고 진행되었다. 지난 임기 5년 동안 백만 명 이상의 당원 및 정재계 인사와 고위공직자가 처벌받았다. 칼 대신 합법적인 법을 이용한 정치적 사정은 중국사회를 공포에 떨게 했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사회가 정화되고 완전한 법치주의 국가를 달성한 것도 아니다. 법치주의를 토대로 한 공산당 하의 제도적 장치는 권력이 동반되어 민주주의에 다가서는데 흠집을 내었고 개인의 권력 강화에 더욱 힘이 실리는 역효과를 내었다.

만약 공수처의 기능이 중국공산당 기율위와 별로 차이가 없다면, 결국 사법부나 검찰의 권한을 당연히 능가하는 기구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물론 공수처 설치의 근본적인 목적이 무소불위의 권력인 검찰의 권력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반드시 사법부의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하지만, 검찰 위의 또 하나의 권력기관이 세워지면서 권력의 재편을 불러오게 된다. 이것은 직접적으로 행정부의 권력을 강화하는데 영향을 미친다. 공수처를 대통령 직속하의 별도기구로 설치한다면 삼권분립의 유무와는 상관없이 견제의 기능에서 영향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즉 대통령 직속하의 공수처 설치는 대통령의 권한 강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공수처 설치, 그거 어렵지 않다. 권력분립의 대원칙이 지켜지는 민주주의 원칙이 답이다. 공수처는 별도의 국가기구로 설치되어야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기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 대상에 국회의원도 포함하여 성역 없는 수사권이 행사되어야 공정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민주주의의 핵심인 합의의 과정을 더 거쳐 공론의 합의화를 이끌어내고, 권력분립의 가치를 존중하여 공정성과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게 하면 된다.

현 시점에서 공수처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첫째, 공수처를 설치하는 것에 대한 완전한 국민적 합의를 이루어야 한다. 정확하게는 정파의 이해관계 때문에 여론 합의화가 완결되지 않은 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여당은 공수처 설치에 찬성하는 국민여론이 강하다는 것으로 밀어붙이고 있고, 야당은 전 정부와의 이해관계를 빌미로 문제를 삼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이에 여당은 전 정부의 부패경험이 재현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둘째, 공수처를 어디에 설치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정부에서 주장하는 대통령 직속 하에 공수처를 설치하자는 데에 합의가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수사대상에 성역이 있어서는 안 된다. 부패에 대한 수사영역에서 국회의원의 배제는 입법부를 제외시켜 면죄부를 주는 것으로 형평성의 논란에서 반드시 갈등을 유발할 소지가 있다. 성역 없는 반부패 수사기관이 되어야 공정한 국가 기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공수처는 반드시 민주주의의 원칙인 합의를 통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 한국 민주주의 설계의 바람직한 수정방향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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