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117) 수운산음(水雲山吟)
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117) 수운산음(水雲山吟)
  •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 승인 2019.03.19 08: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푸른 산이야 언제나 그 모습을 바꿀 때가 없지

산자수명(山紫水明)이라고 한다. 산과 물은 불가분의 관계가 있는 것 같다. 옹기종기 사는 마을이 들어서려면 뒤에는 산이 버티고, 앞은 내가 흐르는 곳이어야 했다. 실제로 풍수지리학에서는 이렇게들 많이 이야기한다. 정도전이 한양을 도읍지로 잡았을 때도 뒤의 삼각산(북한산)과 앞의 한강수를 깊이 염두해 두었으리라. 한 점 구름이 일어났다 사라지는 푸른 산 모습이 변함없듯이 그대로 변하지 않고 우뚝 솟는 산이 좋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水雲山吟(수운산음) / 순암 안정복

흰 구름 일어났다 사라졌다 하지만

푸른 산 모습은 바꿀 날 없지 않소,

변한 건 좋지 않음이니 그 모습이 아름다워.

白雲有起滅      靑山無改時

백운유기멸      청산무개시

變遷非所貴      特立斯爲奇

변천비소귀      특립사위기

 

푸른 산이야 그 모습을 바꿀 때가 없지(水雲山吟)으로 번역해본 오언절구다. 작자 순암(順菴) 안정복(安鼎福:1712~1791)이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흰 구름은 자꾸만 일어났다 사라졌다 하지만 / 늠름한 푸른 산이야 그 모습을 언제나 바꿀 때가 없지 / 이리저리 늘 변하는 건 결코 좋은 일만은 아니야 / 우뚝하고 차분한 그 모습이 아름다운 거라고]라고 번역된다.

위 시제는 [수운산의 절경을 노래함]로 번역된다. 수운산은 경북 안동에 있는 산이다. 먼저 순암에 대한 행적을 알아 볼 필요가 있다. 순암의 실학정신을 찬양해 보는 시조 한 수다.

경학의 먹을 갈아 사학의 붓을 잡고 / 주자학 거친 들판 실학으로 다독이며 / 펴내신 동사강목 한줄기 동녘 해를 감싼다

시인은 경기 광주에 거주하면서 성리대전을 분석하고 치통도·도통도 등을 저술하여 주로 주자학 연구에 몰두했다. 작은 벼슬이 주어지기는 했으나 대체적으로 학문에 전념하는 일생이었다.

시인의 일생과 학문적 달관 및 위 시문의 제목에서 보여주듯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시들이 많았다. 수운산은 차령산맥의 줄기에 우뚝 솟은 산으로 물과 구름이 자주 만나는 산인 듯 보인다. 변하는 구름은 일어났다 사라지지만 푸른 산의 모습은 늘 그대로 변함이 없다.

화자는 구름처럼 변하는 건 좋은 것이 아니라고 전제하면서 천년을 지키는 저 산이야 말로 아름다움의 극치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조그마한 말에 흔들리는 변덕쟁이보다는 우람하면서도 묵묵함이 좋다. 인간 심성을 빗대어 표현했다.

위 감상적 평설의 요지는 백운 일고 사라지나 그 모습은 그대로네, 늘 변한 건 좋지 않아 차분한 모습 아름다워라는 상상력이다.

================

작가는 순암(順菴) 안정복(安鼎福:1712~1791)으로 조선 후기의 실학자이다. 다른 호는 한산병은(漢山病隱), 우이자(虞夷子), 상헌(橡軒) 등으로 쓴다. 1721(경종 1) 10세에 처음으로 학문의 길에 들어섰다. 경학은 물론, 역사·천문·지리·의약 등에 걸쳐 넓고도 깊은 경지에 도달했다고 한다.

한자와 어구

白雲: 흰구름. : 함이 있다. 起滅: 일어났다 사라졌다 하다. 靑山: 푸른 산. 無改時: 모습을 바꿀 때가 없다. // 變遷: 옮기면서 변하는 것. 非所貴: 귀하고 좋은 것이 아니다. 特立: 특별하게 서 있는 것. : 이것. 앞의 [特立]을 받는다. 爲奇: 기이하다. 아름답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