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역사상 처음 광주 법정에 서던 날
전두환, 역사상 처음 광주 법정에 서던 날
  • 박용구 기자
  • 승인 2019.03.12 0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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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민들 바람은 전두환의 ‘진심어린 사죄’
“왜 이래” 전두환, 공소사실 전면 부인
고(故) 조비오 신부 조카 조영대 신부, “아전인수 격에 분노한다”

[시민의소리=박용구 기자] 광주시민들이 바라는 것은 전두환의 진심어린 사죄였다. 하지만 전두환은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 재판에서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 ‘뻔뻔함’을 보였다. 반성의 기미도, 단 한마디의 사죄도 없었다.

공소 사실을 전면 부인한 전두환이 재판을 끝내고 법원을 나오고 있다.

11일 오후 2시 30분 광주지방법원에서는 전두환이 출석한 가운데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 재판이 열렸다.

법원 주변엔 재판 약 3시간 전부터 경찰들이 시민들보다 먼저 인간띠를 만들어 인도를 점령하고 있었다. 정복과 사복 합해 1300여명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두환 일행은 예상보다 빠른 12시 30분께 법원 후문으로 들어갔다.

법원에 들어가는 순간 ‘5.18 발포 명령에 대해 광주시민들에게 사과할 뜻이 있는지’를 묻는 한 기자의 질문에 전두환은 “왜 이래”란 말을 던지며 사죄할 뜻이 전혀 없음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오월단체 회원들이 전두환 구속을 외치고 있다.
오월어머니회 회원들이 전두환의 사죄와 진실을 밝힐 것으로 촉구하고 있다.

전두환이 역사상 처음으로 광주의 법정에 서던 날, ‘살인마 전두환 구속’, ‘살인마 전두환 처벌’, ‘전두환은 참회하고 역사의 심판을 받으라’는 등의 절규가 오후 내내 지산동 법원 일대에 울려 퍼졌다.

동산초등학교의 5학년 학생들이 ‘전두환은 진실을 밝혀라’, ‘전두환을 구속하라’는 등의 구호를 창문너머로 목이 터져라 외치고 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 학생들도 전두환의 잘못을 정확히 알고 있는 듯, 법원 인근 동산초등학교의 5학년 학생들은 ‘전두환은 진실을 밝혀라’, ‘전두환을 구속하라’는 등의 구호를 창문너머로 목이 터져라 외쳤다.

전두환과 이순자는 1시간 16분여 진행된 이날 재판에서 광주시민들의 예상과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그래서였을까! 이날 재판이 열리고 있는 시간 하늘은 5.18영령들의 분노인 듯 비를 뿌리고 있었다.

법원 정문 앞에서 전두환을 막고 사죄를 받고자 했던 5,18민주유공자들과 오월어머니들은 이구동성으로 ‘억울하고 분한 5.18 영령들의 눈물이 내리고 있다’고 한마디씩 했다.

전두환이 타고 있는 에쿠우스 차량

재판이 끝나고 전두환이 차에 타려는 순간 분노한 시민들과 저지하는 경찰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고, 차량이 벗어나는 과정에서도 광주시민들이 막아서는 바람에 아주 느리게 빠져 나갔다.

조영대 신부

이날 재판에 대해 고 조비오 신부의 조카인 조영대 신부는 “39년 만에 5.18학살 만행의 주범 전두환을 광주의 재판정에 세운 것은 참으로 역사적인 일이다”면서 “전두환으로부터 사죄를 받아내고, 5.18의 진상을 규명하는 출발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방적인 변호인 변론만 듣게 돼 안타까웠다”면서 “지리멸렬(支離滅裂)인데다 아전인수(我田引水) 격에 분노한다. 앞으로 자료보강해서 검찰수사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진실은 반드시 밝혀지리라 믿는다”면서 “힘을 많이 모아주실 것을 국민들께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다음 재판은 4월 8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 이날 재판에서는 검찰이 제출하는 증거목록에 대해 전두환 측의 동의여부를 확인하는 것이어서 전두환은 출석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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