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115) 일지홍(一枝紅)
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115) 일지홍(一枝紅)
  •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 승인 2019.03.05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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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씨는 비단결 같고, 말도 어찌 그리 잘하는지

많은 사람들은 사랑을 한다. 사랑은 생산 없는 투자라고 한다. 경제적인 논리로 치자면 이치에 맞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들은 사랑을 갈구하고 사랑을 독차지 하려 한다. 때론 부모형제 자식 친지도 관계치 않는다. 남녀 간의 사랑이었다면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시인은 임을 만나기 위해 말머리를 돌려 평양을 거쳐 성천으로 향했다. 맑고 고운 여인의 얼굴에 맑은 미소와 방긋 웃어 보이는 그 자태가 비단결 속에 파묻혀 있었음으로, 이를 느끼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一枝紅(일지홍) / 석북 신광수

일지매 말도 잘해 마음씨는 비단결에

보고파서 말을 타고 삼백리 길 찾았더니

밝고도 고운 얼굴이 비단 속에 숨어 있네.

成都小妓一枝紅      錦繡心肝解語工

성도소기일지홍      금수심간해어공

飛馬馱來三百里      校書郞在綺羅中

비마타래삼백리      교서랑재기라중

 

마음씨는 비단결 같고, 말도 그리 잘하는지(一枝紅)으로 번역하여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석북(石北) 신광수(申光洙:1712~1775)이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성도의 어린 기생 일지홍이 있었는데 / 마음씨는 비단결 같고, 말은 어찌 그리도 잘하는지 // 내가 말을 타고서 삼백리 길을 찾았더니 / 교서랑(기녀)은 곱디 고운 비단 속에 있구나]라고 번역된다.

위 시제는 [일지홍을 그리며]로 번역된다. 임을 만나기 위해 머나 먼 길 말을 몰아 달려온 사내가 있었다. 서울에서 평양까지다. 쉴 틈도 없이 오직 만나야한다는, 그리고 사랑의 언어를 마음껏 조탁(彫琢)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쌓였던 사연이 얼마나 넘치고 깊었던지 곱게 빚어 놓은 술이 떨어지고 말았다. 이런 사연 담은 위 시가 [관서악부]에 전한다.

시인이 성천의 기생 일지홍을 만났다. 성도에는 기녀 일지홍이 있었는데 마음씨는 비단결 같고, 말은 어찌 그리도 잘하는 지라고 했다. 비단결 같은 마음씨에 곱고 고운 입술로 말도 잘해 애간장을 녹였던 모양이다. 그 모습을 보고자 서울에서 평양을 거쳐 성천까지 삼백리 길을 일시에 달려서 찾아왔다.

화자는 보고 싶은 마음 하나만이 있어 달려왔으니 고운 자태 이외엔 아무 할 말이 없었을 것이다. 말을 타고서 한양에서 성도까지 삼백리 길을 찾았더니, 기녀는 곱디고운 비단 속에 있다는 시상을 이끌어 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말머리를 매놓고 못내 이별이 아쉬워서 밤새 마신 빈 술독만 쳐다보며 있었을까. 아마 두 사람은 술에 대한 애정이 그랬을 것이다.

위 감상적 평설의 요지는 ‘송도 기생 일지매는 마음씨 곱고 말도 잘해, 말을 타고 삼백리길 곱디 고운 비단 속에’라는 상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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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석북(石北) 신광수(申光洙:1712~1775)로 조선 후기의 문인이다. 집안은 남인으로 초기에는 벼슬길이 막혀 향리에서 오직 시작에만 힘을 썼으며 채제공, 이헌경, 이동운 등과 교유하였다. 석북은 윤두서의 딸과 혼인하여 실학파와 깊은 유대를 맺었다.

【한자와 어구】

成都: 성도. 성천 지명임. 小妓: 작은 기녀, 어린 기녀. 一枝紅: 일지홍. 錦繡: 비단결. 心肝: 마음과 정성. 解語工: 말을 잘 하다. // 飛馬馱: 말을 타다. 來: 오다, 여기서는 찾다. 三百里: 삼백리 머나먼 길. 校書郞: 교서랑, 정9품의 벼슬임. 여기선 일지홍을 뜻함. 在: 있다. 綺羅中: 곱디 고운 비단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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